실거주 동대문구 아닌 중랑구
주소 허위신고 후 미성년유인
집으로 불러들여 성폭행 범행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최근 성범죄 전과자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을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또 다른 전자발찌 착용자인 30대 남성이 집주소를 허위로 신고하고 실거주지에서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전자발찌 착용자 부실 관리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는 전자발찌의 견고성을 강화하고 위치추적 감독 대상자들을 감독할 인력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경찰도 ‘여성 2명 살인사건’과 관련해 ‘부주의’를 인정하며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30대 남성 A씨는 지난 7월 29일 미성년자 B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A씨는 한 익명 채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B양을 유인해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여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A씨는 지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미성년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출소 후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5년 동안 신상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명령도 받았다.
하지만 지난 6월 26일 A씨는 경찰에 자신이 실제 거주하는 서울 동대문구가 아닌 중랑구를 주소지로 신고했다. 이 주소는 경찰을 거쳐 법무부에 등록됐다. 이어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성범죄자 알림e’ 웹사이트에 A씨의 주소지가 중랑구로 표시됐다.
동대문구 이웃 주민들은 성범죄 전력을 가진 A씨가 주변에 살고 있음에도 이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경찰, 법무부, 여성가족부 간의 공조 체계의 허술함이 드러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A씨가 경찰서에 거주지가 변경됐다고 밝혀 지난 6월 26일 담당 수사관이 찾아갔으며, A씨가 지하로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점검 주기가 3개월이라 이후로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경찰에 ‘A씨가 신고한 주소지와 실제 주거지가 다르니 확인해보라’고 요청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법무부로부터 A씨의 주거지 변동을 통보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었다.
◆전자발찌 살인 논란, 경찰 ‘부주의’ 인정
전자발찌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전자발찌 훼손을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성범죄 전과자 강윤성(56)이 전날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경찰은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초동 수사’에 실패한 부주의를 인정했다.
앞서 강씨는 첫 번째 여성을 살해한 후 전자발찌를 끊었다. 이에 법무부와 경찰이 추적에 나섰으나 강씨가 두 번째 여성을 살해하고 자수할 때까지 검거에 난항을 겪었고, 결국 경찰과 법무부 간 공조 미흡이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3차례, 28일 2차례 강씨의 집을 방문했지만, 주거지 내부를 수색하지 못해 첫 번째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법무부로부터 강씨의 전과기록과 전자감독 위반 전력 등을 통보받지 못한 상태였고 체포영장도 발부되지 않았기에 주거지를 수색할 법적 근거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법무부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부주의를 인정했다.
두 번째 여성이 살해되기 전인 지난달 28일 경찰은 강씨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서울역 인근에 버려진 강씨의 렌터카를 발견해 수색했다. 그러나 이때도 경찰은 차량 내부를 제대로 수색하지 않아 차량 내부에 있던 절단기와 흉기를 뒤늦게 발견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차량 내부를 수색하긴 했으나 부주의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좀 더 철저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에 직무집행법 개정안 2건이 계류 중”이라며 “기존 발의안의 입법 취지를 존중하면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포섭할 수 있는 대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 “전자발찌 관련 처벌 강화”
전자발찌와 관련한 범죄가 계속 논란이 되자 법무부는 전자발찌의 견고성을 강화하고 위치추적 감독 대상자들을 감독할 인력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법원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처벌 수위를 높이겠다고 했다.
우선 법무부는 전자감독 대상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전자발찌의 견고성을 개선할 방침이다. 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된 이후 총 6번에 걸쳐 전자발찌 재질 강화 작업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훼손사건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더 튼튼한 재질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총 13건의 전자발찌 훼손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해마다 10건 이상의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엔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벌써 13명이 전자발찌를 끊었다.
법무부는 경찰과의 공조체계도 강화할 예정이다. 전자발찌 착용자의 범죄전력 등 경찰과 공유하는 정보의 범위를 넓히고, 위치정보를 공동 모니터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자발찌 착용자를 관리·감독하는 인력도 확충하기로 했다.
전자발찌를 훼손한 범죄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안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법무부는 법원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처벌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자발찌 착용자가 장치를 임의로 훼손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발찌 훼손 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평균 1년 미만의 형을 선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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