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노스 트위터 (출처: 뉴시스)
38노스 트위터 (출처: 뉴시스)

평양 미림비행장서 군부대 대열 포착

IAEA 보고서, 영변 원자로 재가동 정황

김정은 정치국 회의 주재… 내부 문제만

정부, 영변‧열병식과 무관하게 대화 의지

전문가 “압박 카드 안 먹히면 더 세질 것”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지난 7월 초부터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한 징후에 이어 최근에는 평양에서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조건 없는 대화’라는 원칙론에서 더 이상의 실질적 움직임이 없자 본격적인 대미 압박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추가 제재를 부를 수 있는 무력도발 대신 수위를 낮춘 영변 핵시설과 신무기 공개라는 대미협상용 ‘우회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시선에도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민생 경제 등 내치에만 주력하는 양상인데, 경제난 속에서도 차근차근 대화 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은 아닌지 주목된다.

◆38노스, 北열병식 정황 포착

미국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1일(현지시간) 북한이 평양 미림 열병식 연습장에서 군 부대 편대가 관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38노스는 이날 자체 트위터를 통해 평양을 찍은 위성사진 분석 결과, “대규모 열병식을 위한 연습은 통상 1~2개월 전 시작된다”면서 “이것은 지난해 봤던 것처럼 오는 10월에 있을 열병식을 의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촬영한 흐릿한 위성사진은 평양 김일성 광장 인근 미림비행장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군 부대가 열을 맞춰 있는 듯한 장면을 담고 있다.

북한은 그간 열병식을 앞두고 미림비행장에 장비와 병력을 집결시켜 준비해왔다. 지난해 10월 10일에도 노동당 창당 75주년 기념으로 열병식을 진행하고 신형 미사일 2기와 전략 신무기들을 대거 공개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형’을 선보였고, 열병식 가장 마지막엔 11축(양쪽 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6형’을 등장시켰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보고서를 통해 “북한 영변에서 지난 7월 초 이후 냉각수 배출과 같은 5MW(메가와트) 원자로 가동의 징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2021년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5개월 동안 5MW 원자로 근처에 있는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연구소가 가동된 정황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63회 정기총회에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와 비핵화를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오스트리아 빈의 IAEA 본부 모습 (출처: IAEA 홈페이지) 2019.9.21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63회 정기총회에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와 비핵화를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오스트리아 빈의 IAEA 본부 모습 (출처: IAEA 홈페이지) 2019.9.21

◆북한의 속내는

북한 정권이 실제 열병식을 개최한다면 이는 대내외 모두에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주민에게는 군의 강한 역량을 보여주며 내부 단결을 강화하는 한편, 외부에는 자신들이 처한 어려움 속에도 지속해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얘기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열병식이 열린다면 체제 결속 차원에다 군사력 과시로 안보의 중요성을 알게 하는 내치 목적일 것”이라며 “나아가 핵무기와 미사일, 재래식 군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대미협상용 무력시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내놓았던 폐기 문제를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상 카드로 다시 쓰겠다는 셈법이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영변의 가치를 높여 몸값을 올리는 등 미국을 압박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해석했다.

북한은 지난달 10일과 11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의 잇따른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비난 담화를 내고 한국과 미국에 안보 위협을 거론했지만 이후 별다른 군사적인 특이동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울러 한미 북핵 수석대표가 서울과 워싱턴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연이어 만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PG). (출처: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북한은 내치 집중

이런 가운데 북한은 3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내부 문제를 논의하는 데 집중했다. 최근 관심사로 떠올랐던 영변 핵시설 재가동이나 열병식 준비 동향 등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당 중앙위원회 제8기 3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9월 2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확대회의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국토관리정책,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방역대책, 인민소비품생산 증진, 올해 농사결속, 조직문제 등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됐다.

김 위원장은 “당과 국가의 주요 정책적 과업들을 추진함에 있어서 각 도·시·군들이 자기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나라의 백년지계를 도모하는 중장기적인 전망 사업들을 힘 있게 추진하고 당면한 현행 과제들을 성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들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정권이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국토 문제, 코로나19 확산, 농업 생산 등 문제에 주력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한이 이달 말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회의 전에 주요 결정을 내린 것으로도 보인다. 최고인민회의는 우리 국회 격으로 당의 결정을 추인하는 기능을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영변 핵시설 재가동 등으로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등 본격적인 대화에 나서기에 앞서 내부 정비를 우선적으로 마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9월 2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이날 회의에서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9월 2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이날 회의에서 "방역 전선을 다시 한번 긴장시키고 각성시키기 위한 일대 정치공세·집중공세"를 벌이라고 지시했다.

◆정부 “예의주시” 신중론

일단 우리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며 신중론을 폈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열병식 준비 정황 관측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 드릴 내용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실제 북한 원자로 재가동 정황이 파악됐는지 여부를 묻자 “핵시설 가동 징후 등 정보 사항에 대해선 확인해 드릴 사안이 없다”면서 “정부는 긴밀한 한미 공조 하에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지속 감시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영변 핵시설 재가동과 무관하게 ‘남북미 대화 재개’의 뜻을 견지했다. 사실상 한미 양국이 IAEA 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영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튿날인 31일 청와대 관계자도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가 지속되는 상황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북 관여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고,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보고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도록 대화와 외교에 대한 긴급한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과 미국의 대화 재개 조건에 대한 입장차가 커 북미대화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문 센터장은 “북한과 미국의 지난한 줄다리기가 힘겹게 펼쳐질 수 있다. 미국도 북한도 전혀 물러설 마음이 없다”면서 “열병식이나 영변 카드가 먹히지 않으면 북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좀 더 압박 강도를 세게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달리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훈련에 대한 비난 담화 등에서 자기네들이 말해 놓은 게 있으니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며 “결국 대내적 어려운 여건을 감안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하반기 어느 시점에 대화 시도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6. ⓒ천지일보 20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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