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조문

박인애

도마뱀이 하늘 향해 누웠다
타이어 자국이 선명하다
명백한 죽음의 직인
비명은 땅에 박혀 침묵하고
개미의 행렬은 끝이 없다
남은 것은 무리의 몫
죽어서도 빼앗기는 수모

그 무리를 닮았다

한 생이 앙상하다
 

[시평]

가끔 길거리에서 자동차에 치여 죽은 짐승들을 볼 수 있다. 지방 국도를 가다 보면 가장 많은 로드킬의 희생자는 고양이들이다. 가끔은 고라니가 죽어 있는 모습도 볼 수가 있다. 짐승이라는 자연과 자동차라는 인공의 부조화로 인해 일어나는 사고, 처참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대부분 사라진 것이지만, 우리의 어린 시절에는 산과 들에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던 도마뱀. 미국 텍사스 지역 어디에서 이 도마뱀이 로드킬을 당한 모양이다. 자동차 바퀴에 깔려서 납작하게 죽어 있는 도마뱀은 마치 하늘을 향해 반듯하게 누워있는 듯하다. 타이어의 선명한 자국이 남아 있는 주검. 이 타이어 자국은 다름 아닌 인간이 자연물에 남긴 ‘죽음의 직인’이 아닐 수 없다.

동물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만 다른 동물이나 식물을 잡아먹는다. 그러나 인간은 생존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동물을 해치고 식물을 해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자행되는 것이다. 로드킬 역시 그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인간을 위한, 그 이기(利機)에 의한 죽음이기 때문이다.

죽은 도마뱀의 시신을 어디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개미들이 줄을 지어 모여든다. 개미들 또한 생존의 먹이를 위해 행렬을 이루어 모여드는 것이다. 죽어서 자신의 시신까지 모두 다른 존재에게 나누어주는 것, 역시 어쩌면 모든 존재의 숙명 아니겠는가. 비록 그 생은 수모와 같이 보이고, 또 그 모습은 앙상하게 될 지라도.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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