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과 현대건설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비판하는 광고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에 실려있다. 현대건설은 ‘탈석탄’을 내세우고 화력발전사업을 추진에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였다. (출처: 기후솔루션)
23일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과 현대건설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비판하는 광고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에 실려있다. 현대건설은 ‘탈석탄’을 내세우고 화력발전사업을 추진에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였다. (출처: 기후솔루션)

재계, 온실가스 배출 줄이는 탄소중립 두고 모순적 태도

해외 환경단체 및 언론, 국내 대기업에 ‘그린워싱’ 지적

현대차, 탄소중립 지향선언… 뒤로는 석탄발전 비난받아

“ESG 워싱 기업분별 위해선 홍보 외 이슈에 관심 둬야”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정부가 최근 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극단으로 감축하는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기업들은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면서도 자사 탄소중립에 대해선 이와 상반되게 홍보한다. 또 탄소중립을 홍보하면서 뒤로는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화력발전소에 투자하는 기업들도 적발돼 세간의 비난을 받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들을 두고 지나친 ‘워싱(Washing)’이라고 말한다. 워싱이란 세탁을 의미하는 외국어로, 본질은 그대로 두고 이미지만 과도하게 포장한 경우를 지칭한다.

기업은 이윤의 획득을 목적으로 운용하는 경제집단이다. 따라서 이윤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공익을 해치거나 윤리를 위반하게 된다면 그에 합당한 비판을 받아야 한다.

특히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 문제가 국제적인 ‘뜨거운 감자’가 된 가운데 자사의 탄소중립 능력에 대해 과대 포장하거나 모순된 행보를 보인다면, 재계가 정부의 계획이 지나치다고 했던 것처럼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 ESG경영과 함께 워싱논란 커져

기업의 워싱에 대한 논란은 이전부터 있었다. 또 ESG경영이 재계의 중요 키워드로 대두되면서, 업계에선 ESG를 기업의 이미지 관리 수단으로만 이용한다는 워싱 의혹도 함께 제기돼 왔다. ESG는 재무제표 외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 비재무적 요소를 평가하기 위한 개념으로, ‘돈을 잘 버는 기업’보다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글로벌 ESG 흐름에 맞춰 국내 기업들도 사내 ESG 기구를 만들어 운영에 접목하고 있다. ESG를 위해 채권을 발행하거나, CJ대한통운과 같이 사내 유니폼을 재활용 소재로 제작한다. 또 임직원과 함께 사회봉사를 하는가 하면, SK이노베이션처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전문 컨설팅을 받기도 한다.

특히 탄소중립과 ESG경영은 환경부문에서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친환경’을 내세우며 홍보에 여념이 없다. 다만 기업의 ESG 홍보가 ‘보여주기식’이며 실질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박성호 하나은행장(왼쪽)과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 ‘ESG 금융 플랫폼 기반 탄소 중립 공동추진’ 업무협약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하나은행) ⓒ천지일보 2021.7.9
지난 8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박성호 하나은행장(왼쪽)과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 ‘ESG 금융 플랫폼 기반 탄소 중립 공동추진’ 업무협약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하나은행) ⓒ천지일보 2021.7.9

현대차의 ‘2050 탄소중립’ 계획은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에게 “마감 기한에 맞춘 게으른 목표”라고 지적받았고, SK 역시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을 목표로 하는 ‘RE100’에 가입해놓고, 호주의 해상 가스전 바로사-칼디타 개발에 1조 6000억원을 투자하면서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고 비난받았다. 한국전력공사(KEPCO)도 지난해 5월 5억 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해놓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석탄발전소에 투자해 미국의 경제지 블룸버그의 지적을 받았다.

기업들은 앞을 다퉈 탄소중립에 대해 홍보하고 있지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같이 탄소중립과는 상반되는 행보가 알려졌을 때는 적극적으로 해명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ESG워싱’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탄소중립’ 현대차, ‘그린 워싱’ 논란

또 그린 워싱 논란으로 호주의 환경단체에 비판받은 국내 대기업이 있다. 주인공은 현대차그룹이다. 지난달 23일 호주의 환경단체 ‘마켓포시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광고에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IONIQ)이 충전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는 모습을 실었다. 마켓포시스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를 생산하면서 계열사인 현대건설을 통해 베트남에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했다”며 “이는 명백한 그린 워싱”이라고 비난했다.

기업이 수요에 따라 해외에 발전소와 같은 사회기반시설을 짓는다는데 무슨 상관이냐 싶지만, 문제는 현대가 한 ‘말’에 있다. 정의선 회장은 같은 해 5월 ‘PG4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수송부문 ‘탄소중립’을 위해 2025년까지 23종의 전기차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한 말의 배경은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이상기후에 있다. 유례없는 가뭄과 폭염으로 남유럽과 미국에선 대규모의 산불이 발생했고, 중국과 독일은 폭우로 인한 홍수로 발생한 피해로 1조원 이상의 복구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선 “이상기후는 명백히 인간에 의한 것”이라며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감축 없이는 21세기 중에 지구의 평균 기온이 1.5℃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기온이 1.5℃ 오르면 ‘10년 만에’라는 수식어가 붙은 폭염, 폭우, 가뭄 등이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자주 발생하게 된다.

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그린빌 마을에서 산불 딕시로 인해 자동차와 집에 붙은 불이 타오르고 있다. (출처: 뉴시스)
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그린빌 마을에서 산불 딕시로 인해 자동차와 집에 붙은 불이 타오르고 있다. (출처: 뉴시스)

국제환경기구의 경고 아래 산업현장의 온실가스 감축, 즉 ‘탄소중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글로벌 대기업인 현대차도 이를 외면할 순 없었고, 정 회장을 통해 탄소감축에 앞장서겠다며 기업 운영 방향을 공표한 것이다.

다만 현대차는 현대건설을 통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했고, 환경단체로부터 ‘모순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해당 광고가 게재된 날은 현대건설이 ‘탈석탄’과 친환경을 골자로 하는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표한 날이기도 하다.

현대건설 측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업만 끝나면 탈석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석탄화력발전소 준공 후 발생할 온실가스가 환경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현대건설의 탈석탄 의지에 물음표가 생긴다.

◆“진실분별, 여러 이슈 찾아봐야”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 위기가 심화되고 이를 거스르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업들은 자사의 ESG경영 및 친환경 행보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이미지 마케팅에만 힘을 쏟아 실속이 없거나, 마케팅 방향과 기업 방향이 모순되게 가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기업들의 이미지 워싱은 위법이 아닌 이상 실질적으로 세간에 알려지기 어려워,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선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며, ESG 경영을 통해 이를 실현해야 한다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민들도 이를 분별하기 위해 기업의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이우혁 인턴기자] 가습기살균제 관련 보건전문가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법원의 제조·판매사 임직원 1심 무죄 선고에 의견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9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가습기살균제 관련 보건전문가들이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법원의 제조·판매사 임직원 1심 무죄 선고에 의견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DB

김 교수는 ‘SK케미칼의 가습기살균제’를 언급하면서 기업들의 워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세계 최고 화학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1600여명이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지만, SK 측은 아직도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지 않고 있다”면서 “ESG를 강조하는 SK가 그럴 자격이 있나 싶다. 아마 미국에 있었다면 SK는 없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태원 SK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직하면서 전면에서 ESG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지만, SK케미칼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해선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SK는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해당 재판의 판사와 검사를 그룹의 임원과 전무로 데려왔다”면서 “국민은 기업을 겉으로만 봐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처럼 ESG를 표방하면서 사람을 죽여놓고 묵묵부답인 기업들이 많다”면서 “시민들이 기업의 진실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홍보되는 부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이슈를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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