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우혁 인턴기자] 가습기살균제 관련 보건전문가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법원의 제조·판매사 임직원 1심 무죄 선고에 의견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9
[천지일보=이우혁 인턴기자] 가습기살균제 관련 보건전문가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법원의 제조·판매사 임직원 1심 무죄 선고에 의견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9

환경·보건 연구자들 “법원, 학술적 검토 이해해야”

“동물시험 통해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이미 확인돼”

[천지일보=이우혁 인턴기자] 보건 전문가들이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 임직원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재판의 대상이 피고가 아닌 질환 발생을 입증하지 못한 과학의 한계가 됐다”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 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는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가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필러물산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 임직원 판결 시 보건전문가들이 제시한 내용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에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등 전문가들은 “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MIT)이라는 자극성이 강한 물질을 가습기살균제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제조사는 안전성 확인 의무를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2018~2019년 수행된 추가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연구진은 이 실험에서 동물을 대상으로 CMIT·MIT를 노출시켰고, 호흡기 염증반응을 확인했다. 그 결과 쥐의 상부 호흡기에서 염증과 변성이 발견됐고, 이를 증거로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에 “동물실험에서 (피해자들과) 같은 질환이 재연되지 않았다”면서 “이 연구는 가혹한 조건으로 수행됐으며 편향적 의도로 해석됐다. 따라서 이를 통한 인과관계 입증은 불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이들은 “판결문에서 여러 연구 결과를 선별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이거나, 연구책임자 증언이 원래 발언 취지와는 다르게 인용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학의 영역과 법적 판단의 영역을 구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천지일보=이우혁 인턴기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 임직원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의견을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9
[천지일보=이우혁 인턴기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 임직원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의견을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9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재판을 통한 법정 논증과 연구를 통한 학술적 검토는 매우 다르다. 서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판결의 근거는 위해성 평가지만, 학술적 연구에선 역학조사 방식이 인과관계 판단의 기본”이라며 “이는 가설을 놓고 반증이 안 된 사실들만 모아 이를 종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단독사용자들의 폐기능 저하, 폐 손상 사례가 발견된 점 등을 모아 반응 관계를 검토하면 CMIT·MIT라는 독성물질이 폐 손상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현 EHR&C환경보건안전연구소 소장은 “쥐 대상의 기도점적시험을 통해 확인된 폐 손상 가능성은 ‘CMIT·MIT가 폐 손상을 유발하지 않는다’에 대한 반증”이라며 “CMIT·MIT 노출에 의한 천식 발생이 보고된 바 있으므로 천식 유발 가능성은 이미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딱 10년이 지났다. 참사 원인에 관한 수많은 연구가 있었다”면서 “일부는 부족했지만, 일부는 확실했다. 판결문 전체를 봤을 때 부족한 점만 선택해 판결을 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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