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의 담화가 발표됐다. 내용을 종합해 보면 남북 통신선 복원은 우리 정부 간보기였다.

한미 연합훈련 개시일인 이날 “남조선 당국자의 배신적 처사” “선제타격 능력 강화” 등을 언급하며 한미를 동시에 맹비난했다. 북한은 지난 남북 통신선 복원 뒤 곧바로 한미연합 훈련 취소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축소될 대로 축소된 한미연합 훈련에 대해 예정대로 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자 정부는 한미훈련을 예정대로 시작했다. 이에 대해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표시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배신적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노골적으로 청와대를 직격했다. 미국을 향해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철수도 주장했다. 한술 더 떠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 행동이라는 발언에서는 미사일 도발 가능성도 시사했다.

북한의 이런 저돌적인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저자세와도 무관치 않다. 앞서 6월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매우 솔직하고 열정적이고 결단력 있고 국제적 감각도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당시 타임지는 ‘김 위원장은 몰살, 고문, 강간, 기근 장기화 등 반인륜적 범죄를 주도한 인물’이라는 유엔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를 소개하고 문 대통령의 김정은 옹호를 망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인터뷰 후 남북 통신선 복원이 있어진 것을 보면 문 대통령은 타임지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을 띄우고 남북정상 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도 남북대화를 내년 대선용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북정상회담은 한 마디로 역사적인 외교쇼로 끝나고 말았는데도 말이다. 남북정상회담만 성사되면 조국사태, 부동산 정책 실패, 백신확보 실패 등으로 인한 온갖 실정이 잊혀질 것이라는 계산도 깔린 듯하다.

하지만 여태 보아온 북한 김씨 일가는 집권유지를 위해서는 어떠한 짓도 할 수 있는 그런 조직이다. 외교에 있어 저자세로 나가면 실리도 국익도 챙길 수 없다. 특히나 미사일 도발 엄포까지하는 북한을 언제까지 달래고 얼래서는 해묵은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믿을 수 없는 대상일수록 외교적으로 분명한 원칙을 갖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법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