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렸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회의 결과를 오는 6일까지 보고 받고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기가 펄럭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7.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기가 펄럭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DB 

권력수사팀 책임자들 전원 교체

형사피고인 상태서 승진 논란

법무·대검 등 대변인 모두 여성

법무대변인은 승진코스?

인권보호관의 수상한 활용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법무부가 검찰 중간간부(고검검사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검찰인사를 키워드별로 분석해봤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고검검사급 검사 652명, 일반검사 10명 등 검사 662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7월 2일자로 제청·시행했다고 밝혔다.

◆권력수사

이번 인사 최대 관심사였던 권력 수사 관련 책임자들은 모두 자리를 옮겼다. 가장 뜨거운 사건이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을 수사하는 이정섭(사법연수원 32기)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이동했다. 이 부장검사 뿐 아니라 김재혁 수원지검 형사3부 부부장은 대구지검 공판2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수사팀을 비운다.

새로운 형사3부장으로는 최명규(33기)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장이 임명됐다. 최명규 부장은 앞으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이정섭 부장은 기소 의견으로 대검찰청에 보고했으나 아직 허가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김 전 차관 사건과 연관된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으로도 불리던 ‘채널A사건’을 수사하는 변필건(30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권내건 부부장검사와 정현 부부장 검사도 각각 대구지검 부부장, 경주지청 형사부장으로 이동하면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역시 큰 폭의 변화가 생겼다.

새로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엔 이선혁 수원지검 형사1부장이 보임됐다. 형사1부는 한동훈 법무연수원 부원장을 무혐의 처분하려 여러 차례 결재를 올렸으나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결재하지 않으면서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선혁 부장도 한 부원장에 대해 무혐의로 보고를 올릴지 관심이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이상현(33기) 대전지검 형사5부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전보됐다. 대전지검 형사5부는 이번 조직개편에 따라 인권보호부로 변경된다. 이 때문에 수사팀 자체가 재구성돼야 하는 상황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한편 박 장관이 ‘역대 최대 규모’ 검찰인사를 예고한 가운데 이날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린다.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오후 2시 인사위를 열고 검찰 고검검사급(차장, 부장검사 등 중간간부) 인사를 논의한다. 인사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검사 3명과 판사 2명, 변호사 2명, 법학교수 2명과 외부인사 2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검사 몫 3명으로는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와 구자현 검찰국장 등이 참여한다. ⓒ천지일보 2021.6.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한편 박 장관이 ‘역대 최대 규모’ 검찰인사를 예고한 가운데 이날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린다.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오후 2시 인사위를 열고 검찰 고검검사급(차장, 부장검사 등 중간간부) 인사를 논의한다. 인사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검사 3명과 판사 2명, 변호사 2명, 법학교수 2명과 외부인사 2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검사 몫 3명으로는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와 구자현 검찰국장 등이 참여한다. ⓒ천지일보 2021.6.23

◆피고인 영전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 피고인인 이규원 대전지검 검사(공정거래위원회 파견)는 이번 인사에서 부부장으로 진급했다. 이 검사는 대검찰청 과거진상조사단에서 근무하던 당시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관련 핵심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조사한 뒤 허위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유출한 혐의를 받고 기소된 바 있다.

앞서 법무부는 4일 고위간부 인사에서도 이 검사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이에 피고인을 승진시켰단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법무부 대변인→중앙지검 차장검사, 예약 코스?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이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발탁됐다. 법무부 대변인이 중앙지검 차장이 되는 그림은 약 10개월 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8월 중간간부 인사 당시 구자현 당시 법무부 대변인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중용된 바 있다. 그는 현재 검사장급으로 승진해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됐다. 박 대변인이 구 검찰국장과 마찬가지로 승진 가도를 달릴지 주목된다.

좀 더 넓게 보면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이 특수수사를 지휘할 서울중앙지검 4차장으로 발령 났다. 추미애 전 장관 시절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을 한 진재선 서산지청장은 선거 수사 등을 지휘할 3차장으로 보임했다. 진 지청장은 최근 김오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준비단 신상팀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심의 전날인 1일 오후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견진술을 마친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점심식사를 위해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12.01.
박은정 감찰담당관. (출처: 뉴시스) 2020.12.01.

◆여성 약진

한명숙 전 총리 재판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감찰 등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충돌했던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은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승진했다. 이 자리는 앞서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윤 전 총장 감찰을 주도했던 바로 그 자리다.

박 담당관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으로 이동했다. 성남지청장은 다음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매우 큰 직위다. 최근 인사에서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된 예세민 검사장이 직전 성남지청장이었고, 여환섭 대전고검장이 과거 성남지청장을 거쳐 청주지검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법무부와 대검, 서울중앙지검의 대변인이 모두 여성으로 채워진 점도 이목을 끈다. 법무부의 새로운 대변인으로는 박현주(31기) 서울동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이 선택됐다. 대검 대변인은 서인선(31기)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장이 맡는다. 서울중앙지검 공보담당관엔 이혜은(33기)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1부장이 전보됐다.

신승희 법무부 부대변인은 남원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서지현(33기) 법무부 양성평등정책특별자문관은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TF 팀장으로 활약하게 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성윤  서울고검장. ⓒ천지일보DB

◆윤석열 라인이 이성윤 품으로?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일하던 시절 1차장이었던 신자용(28기) 부산동부지청장이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당시 2차장이었던 신봉수(29기) 평택지청장은 서울고검 검사로 이동했다. 공교롭게도 윤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던 이성윤 서울고검장 휘하로 가게 되면서 주목받았다.

◆인권보호관 강조는 허울?

법무부는 “수사권 개혁으로 검사의 사법통제기관 내지 인권보호기관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점을 고려, 인권보호부를 신설하고 인권친화적인 환경으로 조직을 개편해 인권보호라는 검찰 본연의 역할을 더욱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전 총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양석조 대전고검 검사와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이 각각 대전고검과 대두고검 인권보호관으로 갔다. 앞서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발령된 변필건 부장검사 등의 경우에도 비춰 법무부가 인권보호관을 좌천성 인사 용도로 사용하는 게 아니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그림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