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2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만나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제공: 법무부) ⓒ천지일보 2021.6.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2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만나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제공: 법무부) ⓒ천지일보 2021.6.2

검찰조직개편안서 ‘직접수사 장관 승인’ 부분 철회

부산지검 반부패부 설치 등 대검 의향 상당 반영

추 전 장관과 윤 전 총장 극한 대립 양상과 달라

 

일각선 “장관 승인 대신 ‘총장 승인’ 원래 목표”

“양보 아닌 처음부터 의도적 연출 모양새” 주장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박범계 장관이 ‘검찰 직접수사 시 장관 승인’을 새 검찰 조직개편안에서 제외하면서 한 발 물러섰다. 앞서 검찰 인사에서는 김오수 검찰총장 의견보단 박 장관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는데, 박 장관과 김 총장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도 실리를 챙기며 협력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모양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시행령)’ 개정안을 22일까지 입법예고하고, 법무부와 대검 등 관계기관의 의견조회도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형사부 말(末)부의 직접수사 착수 전 법무부 장관의 승인 부분은 빠졌다. 대신 직접수사를 하려면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는 것으로 변경됐다.

검찰총장은 ▲수사단서 확보 과정의 적정성 ▲사건 내용의 공익성 ▲검찰 수사의 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 여부를 판단한 뒤 승인하도록 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22일 장관 승인을 포함한 강력부·반부패부 통합 등의 내용을 담은 조직개편안에 대한 의견 조회를 검찰에 요청했으나, 검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 대검은 지난 8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법무부가 추진하던 조직개편안을 공식 반대했다. 특히 “장관 승인 부분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등의 문제가 있어 일선 청 검사들도 대부분 우려를 표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06.08.
[서울=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06.08.

이에 박 장관은 지난 10일 “신중히 생각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박 장관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선의 현실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법무부는 공식 반대 당시 대검이 필요성을 강조한 부산지검 반부패·강력부 신설안도 입법예고된 조직개편안에 포함시켰다.

또 일반 형사부에서도 총장 승인 없이 고소된 경제 사건을 직접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 직접수사가 가능한 범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다. 이중 경제 관련해선 운신의 폭을 넓혀준 것이다.

이 역시 대검이 “국민들이 민생과 직결된 범죄에 대해 검찰이 직접 수사해주길 바라더라도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할 수 없는 공백이 발생한다”고 우려한 부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검의 의견이 상당히 반영된 만큼 겉으로는 박 장관이 김 총장과의 원만한 협의를 위해 많은 부분을 양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검이 공식 반대가 나온 당일 박 장관은 “상당히 세다. 법리에 대한 견해차이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김 총장이 ‘반기’를 들었단 분석을 차단하기도 했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DB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DB

앞서 진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김 총장 의견보단 박 장관 의견대로 이뤄졌다는 평이 많았다. 통상 총장 취임 이후 열리던 검찰인사위훤회를 김 총장 임명 전부터 열어 인사안을 마련하고, 이후 실제 인사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 등의 영전 상황을 만든 부분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김 총장 위상이 ‘허수아비’라는 지적과 함께 흔들릴 뻔 했으나, 반대로 조직개편안에선 박 장관이 김 총장의 의사를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김 총장이 조직 내부에서 위신을 챙기는 등 두 사람이 서로 주고받으며 실리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이는 각각 전임 장관·총장이던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전 총장 때와는 대비된다. 두 사람이 같이 재직하던 1년여간 양 측은 추 장관 취임부터 퇴임까지 대부분 갈등을 빚었다.

인사부터 조직개편안과 각종 수사지휘권 행사 등 충돌은 지속됐고, 급기야 윤 총장을 징계하고 윤 총장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까지 내는 초유의 사태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박 장관과 김 총장은 이견은 나오면서도 결과적으로는 합의에 성공하면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

하지만 협의와 양보가 아닌 처음부터 계산된 상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법무법인 씨케이의 최진녕 변호사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장관 승인 규정은 사실 하면 위법이었으니 철회했다고 잘했다 할 수 없다”며 “외형적으론 법무부가 한 발 물러난 것처럼 꾸미지만, 처음부터 총장 승인안을 만들기 위해 위법한 안까지 만들어 연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관 승인이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8조를 위반한다는 설명이다.

최 변호사는 “대검 의견 수용한 것처럼 얘기하지만 박 장관은 얻을 건 다 얻은 것”이라며 “총장 지휘를 통해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통제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또 “직제개편을 하면 1년 필수보직 규정을 무시하고 인사할 수 있다”며 “한마디로 ‘일타쌍피’”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석에 비춰 박 장관은 추 전 총장과 윤 전 총장 갈등으로 ‘대선후보 윤석열’만 만들어준 꼴이 된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최대한 실리를 챙기는 모양으로 상황을 이끌어 나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의 협력 관계의 의도는 조만간 진행될 검찰 중간간부(고검검사급, 차장·부장검사)인사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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