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감찰 결과 직접 발표
윤석열 언급하며 문제점 지적
수사과정 개선 내용은 모호
수사정보 유출 관련 내용 상세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법무부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검찰의 부적절한 수사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방점이 피의사실 누출 차단에 찍혀있어 처음부터 목표가 정해져 있던 게 아니냔 관측이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4일 오전 11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7층 대회의실에서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합동감찰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한 전 총리가 재판을 받던 2011년 당시 검찰이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하라’는 취지의 허위 증언을 사주했다는 의혹이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3월 17일 해당 의혹을 두고 검찰의 수사관행을 문제 삼으며 합동감찰을 지시했다.
◆수사관행 지적은 했으나 대책은 밍밍
이날 발표에서 박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수사상황의 유출, 수용자의 반복소환, 수사 협조자에 대한 부적절한 편의제공, 일부 수사서류 기록 미첨부 등 부적절한 수사관행을 다수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시 수사팀이 한 대표를 비롯해 동료재소자들을 100회 이상 반복 소환해 증언연습을 시킨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개선사항으로 박 장관은 “검사의 증인에 대한 사선접촉을 최소화하되 면담내용을 의무적으로 기록·보존하게 하는 방법으로 면담과정의 투명성을 확보, 검사가 공정한 소추 및 공소유지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의 출발점이었던 민원에 대해 인권보호 요청이 아닌 검사의 비위 민원이었음에도 대검 감찰부에 배당된 민원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극히 이례적’으로 인권부에 재배당 지시하고, 반대의견도 묵살했다고 박 장관은 지적했다.
이어 “민원을 조사하던 당시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현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재소자 증인들을 입건하려고 하자 주임검사를 바꿔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혹을 자초했다”고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무부는 대검 각 부별 업무분장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기준을 정립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대책은 대부분 원론적이어서 큰 실효성이 없는 게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대신 이날 합동감찰 결과 발표의 방점은 ‘피의사실 유출 방지’에 찍혀 있었다.
◆수사정보 유출 관련 개정방안은 구체적 제시
박 장관은 “한 전 총리 모해위증 민원사건의 처리과정에서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른 대검 부장회의는 회의 종료 후 45분 만에 특정 일간지에 자세한 의결과정이 보도되는 등 관련 보도량이 상당했다”며 “2019년 12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시행됐으나, 여전히 수사정보는 계속 언론에 유출되고 있어 규정이 사문화됐다는 논란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박 장관은 허위 증언 혐의가 있는 김모씨의 혐의 유무 및 기소 가능성을 대검이 부장회의를 통해 심의하라고 수사지휘한 바 있다. 하지만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은 고검장들을 부장회의에 참석시키는 방법을 통해 김씨를 무혐의 처분하는 것으로 결론 냈다.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 내용이 상세히 유출된 것을 “절차적 정의가 침해된 것”으로 봤다.
이런 배경에 박 장관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개정해 ‘여론몰이형 수사정보 유출을 막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수사의뢰·고소·고발·압수수색·출국금지·소환조사·체포·구속 등 수사단계별 공소제기 전 예외적 공개범위 구체화 ▲형사사건 공개여부 심의 시 절차적 진행경과 또는 수사 종결 여부나 사건의 본질적 사항 여부 등 고려할 착안사항 제시 등이다.
또 ▲중요사건 개념 특정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범죄 또는 n번방 사건처럼 디지털성범죄 등 사건 공개 ▲형사사건 내용의 부당한 공개에 대한 피의자·변호인의 반론권(이의제기권) 제도 도입 ▲공보관 등에 의하지 않거나 사건 본질적 내용 의도적 유출의 경우 인권보호관이 진상조사하는 근거조항 신설 등도 담겼다.
중요사건은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이나 내란, 외환, 선거, 테러, 대형참사, 연쇄살인 관련 사건, 국가적·사회적 피해가 큰 중요한 사건을 의미한다.
공보관을 통하지 않는 내용의 보도에 대해 엄단하겠다고 한 만큼 언론사들의 검찰발 특종 경쟁은 조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수사 관행 개선안은 다소 추상적인 반면 박 장관 수사지휘와 관련된 대검 부장회의 결과에 따른 수사정보 유출 관련 내용은 상당히 상세하다는 점에서 비교가 된다.
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서도 대부분의 설명을 수사정보 유출 방지 관련 내용에 할애하고 있어 법무부가 어디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지 드러냈다.
모해위증 의혹으로 출발한 감찰이었지만 의혹 수사 과정 자체보단 대검 부장회의에 더 초점이 맞춰진 모양새였다.
지난 3월 합동감찰을 지시할 때도 감찰을 통해 이미 결론이 난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뒤집긴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다른 목표가 있는 게 아니냔 전망이 나왔다.
박 장관의 선택은 수사정보 유출에 엄격히 기준을 정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