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피의사실 공표 방지 방안 등을 포함한 검찰 수사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14.
[과천=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피의사실 공표 방지 방안 등을 포함한 검찰 수사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14.

박범계, 감찰 결과 직접 발표

윤석열 언급하며 문제점 지적

수사과정 개선 내용은 모호

수사정보 유출 관련 내용 상세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법무부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검찰의 부적절한 수사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방점이 피의사실 누출 차단에 찍혀있어 처음부터 목표가 정해져 있던 게 아니냔 관측이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4일 오전 11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7층 대회의실에서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합동감찰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한 전 총리가 재판을 받던 2011년 당시 검찰이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하라’는 취지의 허위 증언을 사주했다는 의혹이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3월 17일 해당 의혹을 두고 검찰의 수사관행을 문제 삼으며 합동감찰을 지시했다.

◆수사관행 지적은 했으나 대책은 밍밍

이날 발표에서 박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수사상황의 유출, 수용자의 반복소환, 수사 협조자에 대한 부적절한 편의제공, 일부 수사서류 기록 미첨부 등 부적절한 수사관행을 다수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시 수사팀이 한 대표를 비롯해 동료재소자들을 100회 이상 반복 소환해 증언연습을 시킨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개선사항으로 박 장관은 “검사의 증인에 대한 사선접촉을 최소화하되 면담내용을 의무적으로 기록·보존하게 하는 방법으로 면담과정의 투명성을 확보, 검사가 공정한 소추 및 공소유지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의 출발점이었던 민원에 대해 인권보호 요청이 아닌 검사의 비위 민원이었음에도 대검 감찰부에 배당된 민원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극히 이례적’으로 인권부에 재배당 지시하고, 반대의견도 묵살했다고 박 장관은 지적했다.

이어 “민원을 조사하던 당시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현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재소자 증인들을 입건하려고 하자 주임검사를 바꿔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혹을 자초했다”고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무부는 대검 각 부별 업무분장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기준을 정립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대책은 대부분 원론적이어서 큰 실효성이 없는 게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대신 이날 합동감찰 결과 발표의 방점은 ‘피의사실 유출 방지’에 찍혀 있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한편 박 장관이 ‘역대 최대 규모’ 검찰인사를 예고한 가운데 이날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린다.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오후 2시 인사위를 열고 검찰 고검검사급(차장, 부장검사 등 중간간부) 인사를 논의한다. 인사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검사 3명과 판사 2명, 변호사 2명, 법학교수 2명과 외부인사 2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검사 몫 3명으로는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와 구자현 검찰국장 등이 참여한다. ⓒ천지일보 2021.6.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 ⓒ천지일보 2021.6.23

◆수사정보 유출 관련 개정방안은 구체적 제시

박 장관은 “한 전 총리 모해위증 민원사건의 처리과정에서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른 대검 부장회의는 회의 종료 후 45분 만에 특정 일간지에 자세한 의결과정이 보도되는 등 관련 보도량이 상당했다”며 “2019년 12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시행됐으나, 여전히 수사정보는 계속 언론에 유출되고 있어 규정이 사문화됐다는 논란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박 장관은 허위 증언 혐의가 있는 김모씨의 혐의 유무 및 기소 가능성을 대검이 부장회의를 통해 심의하라고 수사지휘한 바 있다. 하지만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은 고검장들을 부장회의에 참석시키는 방법을 통해 김씨를 무혐의 처분하는 것으로 결론 냈다.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 내용이 상세히 유출된 것을 “절차적 정의가 침해된 것”으로 봤다.

이런 배경에 박 장관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개정해 ‘여론몰이형 수사정보 유출을 막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수사의뢰·고소·고발·압수수색·출국금지·소환조사·체포·구속 등 수사단계별 공소제기 전 예외적 공개범위 구체화 ▲형사사건 공개여부 심의 시 절차적 진행경과 또는 수사 종결 여부나 사건의 본질적 사항 여부 등 고려할 착안사항 제시 등이다.

또 ▲중요사건 개념 특정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범죄 또는 n번방 사건처럼 디지털성범죄 등 사건 공개 ▲형사사건 내용의 부당한 공개에 대한 피의자·변호인의 반론권(이의제기권) 제도 도입 ▲공보관 등에 의하지 않거나 사건 본질적 내용 의도적 유출의 경우 인권보호관이 진상조사하는 근거조항 신설 등도 담겼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렸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회의 결과를 오는 6일까지 보고 받고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기가 펄럭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7.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기가 펄럭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DB

중요사건은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이나 내란, 외환, 선거, 테러, 대형참사, 연쇄살인 관련 사건, 국가적·사회적 피해가 큰 중요한 사건을 의미한다.

공보관을 통하지 않는 내용의 보도에 대해 엄단하겠다고 한 만큼 언론사들의 검찰발 특종 경쟁은 조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수사 관행 개선안은 다소 추상적인 반면 박 장관 수사지휘와 관련된 대검 부장회의 결과에 따른 수사정보 유출 관련 내용은 상당히 상세하다는 점에서 비교가 된다.

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서도 대부분의 설명을 수사정보 유출 방지 관련 내용에 할애하고 있어 법무부가 어디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지 드러냈다.

모해위증 의혹으로 출발한 감찰이었지만 의혹 수사 과정 자체보단 대검 부장회의에 더 초점이 맞춰진 모양새였다. 

지난 3월 합동감찰을 지시할 때도 감찰을 통해 이미 결론이 난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뒤집긴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다른 목표가 있는 게 아니냔 전망이 나왔다.

박 장관의 선택은 수사정보 유출에 엄격히 기준을 정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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