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경제논단] 공영방송의 ‘출입처 폐지’
[미디어·경제논단] 공영방송의 ‘출입처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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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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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엄경철 통합뉴스룸국장(보도국장)은 2019년 11월 취임 일성으로 ‘출입처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각 취재부서에 출입처 없는 기획취재팀을 만든다”라는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내곡동 생태탕집’ 보도로 부산방송총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부여당의 나팔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내곡동 생태탕집’ 보도가 출입처 문화에서 온 일이라면 엄 전 보도국장은 ‘내탓’이라는 말을 곱씹게 된다. 만약 공약이 실현됐다면 그는 자리를 물러날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출입처 폐지’를 성공시킨 최초의 인물로 언론사에 큰 족적을 남겼을 것이다.

기자 전문직화는 불가능한 것인가? 언제까지 정부여당의 나팔수 역할을 할 것인가? 김달아 기자협회보 기자(2021.04.21)는 ‘앞 다퉈 언론사 떠나는 젊은 기자들, 스타트업 문 두드린다’고 했다. 그 동안 적지 않은 중견기자들은 언론사를 떠나 큰 회사 홍보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 이 경향은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기사에서는 “이달 초 연합뉴스 7년차 기자가 부동산 중계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직방’의 PR팀장으로 이직했다는 글이 돌아 기자사회가 술렁였다. 연합뉴스는 언론사 처우 측면에서 임금이 높은 측인 데다 정년을 보장하는 조직문화 등으로 취재기자의 이직이 드문 곳이다. 한참 취재현장을 누비던 젊은 기자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한다는 소식에 연합뉴스는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최근 1∼2년 사이 언론사에서 스타트업으로 기자에게 기업 홍보담당으로 자리를 옮긴이들은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답답함’과 ‘성장’을 자주 언급했다”라고 했다.

5∼10년 차 젊은 기자들이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기자만큼 현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직장도 없다. 기자를 하는 이유도 대통령부터, 홈리스까지 얼굴을 맞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답답함’ ‘성장’은 당장 조직상에 문제가 있음을 직감할 수 있게 한다.

글을 즐겨 쓰는 먹물들은 항상 책을 가까이 한다. 책 읽는 일에 손을 놓으면 글을 써 내려가는 속도가 벌써 달라진다. 언어 자체가 역동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역동적 창의성은 선험성(先驗性, a priori, transcendental )을 갖고 상황을 대하는 것은 물론이다.

현장의 공간에서 감각성(sensibility)을 발휘한다. 일정한 공간(contexts)에서 들어오는 수동적 사고로 사람과 사물에 직감(육감, intuition)과 부딪치게 된다. 실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상황(contexts)은 누가 말하고, 모인 사람들의 일반적 태도는 어떻고, 방안이라면 방의 크기, 벽의 색깔, 가구의 배치 등이 개인의 눈에 수동적으로 들어온다. 기자가 ‘인간의 관심사’를 찾는 것도 이런 원리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공영방송은 수동적 사고와 멀어져 과도한 경쟁에 노출시킬 필요가 없다.

이들은 의식 내부 시간의 경험과 의식 밖 공간의 세계에 벌어지는 일이 동시에 통합성(synthesis)을 이룬다. 기자는 자연 현상의 통합, 과학의 주관적 문제의 통합, 경험적 현실 통합 등을 시도한다. 이런 통합적 사고는 능동적 이해(active understanding)를 가능하게 한다. 이 때 이해의 판단은 현상의 이해를 넘어, 신의 경지에까지 이르게 한다. 각기 다른 사건의 현장에서 어느 직업보다 그 과정을 다양하게 축적시켜 전문성을 확립한다. 같은 맥락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윤여정 씨는 ‘나는 경쟁을 믿지 않는다’ ‘내가 어릴 때부터 훌륭한 연기를 봤던 글렌 클로스를 이길 수 있겠는가. 저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 각자가 승자’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기자의 전문직은 콘텍스트 하에서 무한한 노력으로 얻어진다. 전문직화된 천직의 기자는 ‘자유와 독립’ 정신을 포기하지 않는다. 기자는 자신 소명(召命)에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 뻔하다.

철학자가 시공을 초월한 불변의 진리를 이야기한다면, 레토릭은 구체적 시간과 공간의 현장에서 전문직으로 시대정신을 읽어낸다. 그 복잡성과 그 역동성은 어느 직업도 가질 수가 없는 장점을 갖게 된다.

기자직업의 역동성은 포기하고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한다는 것은 기자를 출입처에 감금시키고,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중공과 북한에서와 같은 언론관이 국내 언론문화를 주도함을 직감하게 된다.

일제 강점기 시대 경성방송에는 기자란 직업이 없었다. 아나운서가 기자직을 대신하고, 해방이 되자, 서울 중앙방송은 우익 출입처에 문제안(文濟安)올 보냈고, 좌익에 조동훈(趙東勳) 기자를 보냈다. 그 후 출입처 중심으로 취재원을 운영했으나 기자실의 정립은 박정희 정부 때 고정된 것인데, 그 당시는 기자의 홍보 기능을 강화하려고 했다. 지금과 같이 다원성의 사회는 그 때의 관행 추종은 문제가 있다.

출입처 중심의 문화, 여당의 나팔수 양승동 체제는 기대를 잘 못 읽은 것이다.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저널리즘J〉, 2020.12월 종영)에서 가감 없이 그 경향이 투영됐다. 이듬해 4월 18일 첫 방송을 내보낸 이날 ‘질문하는 기자들Q’에서 ‘기자단의 생리,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권력화된 출입처 제도’를 정면으로 다뤘다.

이날 Q(출연자, 한승연 KBS 기자,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는 한승연 KBS 기자의 리포트로 기자단의 현실과 문제점을 다뤘다. “‘검찰기자단 폐지하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을 기점으로 촉발됐다. 법조, 그중에서도 검찰을 출입하는 기자들이 출입처의 정치적 유불리에 맞춰 여론을 조성해오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터져 나왔다. ‘언론 권력’에 대한 불신이 출입처 문화, 기자단으로 확장된 셈이다.”(상게 기사)

김동훈 기협회장은 “‘올바른 뉴스가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부가 우선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그 출발점이 바로 정부부처의 기관들이다. 그것이 한 축의 정보 공개 투명성이라면 그것을 전달하는 매개가 되는 기자들 역시 공정하게 투명하게 전달을 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한승연 기자 역시 ‘정보공개청구 제도 현실화’를 촉구했다. ‘언론의 자유라는 키워드보다 모두를 위한 언론 그리고 평등한 언론이 키워드가 돼야 한다’는 채영길 교수의 당부는 파편화된 조언으로 남았다.”(상게 기사)

물론 엄경철 전 보도국장의 ‘출입처 폐지’ 문제는 한 회사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취재시스템 전체를 바꾸고, 출입처 중심의 체제에서 현장 중심, 전문직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500명 이상과 지역총국을 갖는 KBS, 연합뉴스는 그 제도를 채용할 여력이 있었으나 서울시 재·보궐선거에서 보듯 ‘내곡동 생태탕집’ 보도는 ‘출입처 제도의 문화’를 가감 없이, 노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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