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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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중 처참하게 파괴된 평양을 보고 미국의 한 군사전문가는 “평양은 봉건시대로 되돌아갔다. 100년 안에 다시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러나 김일성 시대에 평양은 비교적 도시계획이 잘 된 도시로 탈바꿈했고, 김정일 시대에 들어서도 인민문화궁전 등 현대적 시설들이 전시용으로 꽤 잘 건설됐었다.

하지만 평양은 구조적인 면에서는 복구됐다고 할 수 있으나 평양 시민들의 삶의 질은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했다고 보는 견해가 더 크며 오늘 김정은 위원장이 추진하는 5만 세대 살림집 건설도 마찬가지 시각에서 봐야 할 것이다. 지금 북한은 지금 UN과 미국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대북 제재로 사실상 경제적 어려움이 벼랑 끝에 서 있는데 별안간 평양시에 5만 세대 살림집을 짓는다는데 누가 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평양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쌀이지 집이 아니라는 걸 집권자들은 왜 모를까?

벌써부터 부실공사와 또 수만 명의 군인들을 평양에 동원시키고 나서 쿠데타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과연 제대로 5만 세대를 지어낼 수 있는 지 등등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그 본질부터 콕 집어 지적하자면 아마도 김정은 위원장의 치적을 자랑하려는 ‘선전공사’ 캠페인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김정은 위원장은 공식 집권 9년을 맞고 있지만 아무것도 내세울 치적이 없다.

오히려 북한 인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다 못해 뱃가죽과 등가죽이 맞붙었다고 아우성이다. 그래서 노동집약적 주택 건설로 평양시를 환하게 만들고 그걸 또 김정은 시대의 ‘위대한 창조물’이라고 요란하게 떠들려는 의도로밖에 달리 보이지 않는다. 평양시 인구는 ‘고무줄 인구’란 말이 있다. 왜냐하면 노동당의 마음에 따라 늘렸다, 줄였다하기 때문에 그런 말이 생겨난 것이다.

북한에서 가장 출신성분이 좋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중구역과 모란봉구역 등의 중심 인구는 변동이 없지만, 당국이 평양시 인구를 늘리고 싶으면 대동강 이남의 강남군 등을 평양시에 편입시키면 인구가 약 280여만명에 달하고, 또 필요에 따라 주변 군들을 다시 군으로 떼 내면 인구는 200만명으로 줄어드는 그런 식이다. 본질은 평양시민들 중 집이 모자라 고통 받는 사람보다 식량 공급 등이 안 돼 굶주림에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다. 잠자리 마련보다 밥상을 차려 달라는 것이 평양시 인민들의 요구인데, 그렇게 보면 지금 김정은 위원장은 헛발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평양을 크게 서평양과 동평양으로 나누는데, 이번에 북한은 서평양의 송신지구와 금천지구, 동평양의 서포지구와 9.9절거리지구에 5만 세대 아파트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려명거리와는 또 다르게 평양시의 외곽구역을 형성하는 변두리인데 여기에 살림집을 짓는다는 것은 연료 문제, 전력문제로 교통이 미발달된 주변접근을 볼 때 난개발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북한이 추진 중인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완공되면 평양 도시구획이 동·서·북 방향으로 대폭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시 살림집 건설 착공식을 요란하게 진행했다. 착공식을 진행한 송신과 송화지구를 시작으로 서포·금천지구, 9·9절거리지구까지 살림집을 지어 올해 주택 1만 세대, 5년 안에 5만 세대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위치상으로 볼 때 북한이 새로 지을 주택구 5곳은 평양시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형성된 창광거리·통일거리나 최근 10년 사이에 조성된 창전거리(2012년), 미래과학자거리(2015년), 려명거리(2017년) 등 과거 주택구가 대동강 변을 따라 형성돼 시 중심부에 자리 잡은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북한의 대규모 건설은 어떤 준비된 건설기업이 참여한다기보다 대부분 군인들을 동원하는 식인데 평양시에 한 두 개 군단 규모의 군부대가 진주하면 집권세력이 많이 불안해 할 것 같다. 골조공사의 대부분은 군인들이 동원돼 병력집약적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 정권은 뭔가 전시행정으로 치닫고 있어 정권도, 건설도 모두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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