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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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3대 세습의 본격적인 균열이 시작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7일부터 열린 청년동맹 제10차 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이번 대회에서는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의 명칭을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으로 개칭한 데 대한 중대한 결정이 채택됐다”고 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30일 보도했다. 1946년 ‘민주청년동맹’으로 창립된 청년동맹은 몇 차례 간판을 바꿔 달았다가 마지막으로 지난 2016년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으로 불려왔다. 김정은은 새 명칭에 대해 “혁명의 현 단계에서 청년운동의 성격과 임무가 직선적으로 명백히 담겨 있고 우리 시대 청년들의 이상과 풍모가 집약되어 있으며 청년조직으로서의 고유한 맛도 잘 살아난다”고 했다. 이어 “청년들이 사회주의를 생명처럼 귀중히 여기고 그 승리를 위하여 대를 이어 견결히 투쟁하는 애국청년으로 준비하며 청년동맹이 사회주의 건설에서 돌격대의 위력을 백방으로 떨치기를 바라는 당과 인민의 커다란 기대도 실려 있다”고 했다.

다만 “명칭을 고쳤다고 하여 전 동맹에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총적 목표, 총적 투쟁과업으로 삼고 있는 우리 청년조직의 본태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단체명에서 ‘김일성-김정일’ 부분이 빠진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으로선 하나의 모험을 단행한 셈이다. 그러나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부터 개인숭배의 폐해를 여러 차례 강조해 왔는데 드디어 이제 칼을 빼들고 그 암적 요소들을 잘라내기 시작한 것이다. 김일성회고록에서 알 수 있듯이 그동안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는 허위와 날조로 얼룩져왔다. 오늘 다시 그 몇 가지 사례를 열거하고자 한다.

김일성회고록 제2권 54페이지에 보면 ‘첫 당조직-건설동지사’이런 제목이 있다. 1930년대 초반 만주의 정치정세를 간단히 정리하면, 사회주의 국가의 정치원칙인 ‘1국 1당주의 원칙’에 의해 조선공산당 만주총국이 해체되고 조선공산당원들은 전부 중국 공산당에 입당하던 그 시절이었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도 당시 1930년 5월 중국 공산당에 막 입당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김일성은 카륜회의 직후인 1930년 7월 3일 새 형의 당조직을 만들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산하에서 목소리 한 번 크게 못 내고 말단 당원으로 생존하던 김일성이 당을 창건했다니 이 어인 말인가. 북한의 공산주의자들이 하나의 당을 창건한 사실은, 해방 직후 그것도 서울 중앙당의 허가 하에 평양에 조선공산당 북조선 분국을 창설했는데, 10년도 훨씬 전에 당을 창건했다는 건 너무 지나친 조작이 아닐 수 없다.

다시 김일성회고록 제2권 63페이지에 보면, 김일성이 1930년 7월 3일 카륜의 진명학교의 어느 한 교실에서 차광수, 김 혁, 최창걸, 계영춘, 김원우, 최효일 동무들이 모여 첫 당조직을 무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회의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김리갑, 김형권, 박근원, 리제우 등도 첫 당조직 성원으로 됐으며, 조선혁명군 대장으로 내정돼 있던 이종락과 박차석도 창당 멤버로 동의하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관인 것은 당의 강력과 규약을 별도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며, 더욱 가관인 것은 당 명칭을 별도로 내오지 않고 그냥 ‘건설동지사’로 명명하였다는 것이다. 또 김일성회고록 제2권 2편에서는 일명 조선인민혁명군 즉 항일유격대 창설 부분이 나오는데 이 대목도 당 창설 못지않게 중요한 날조 분야이다. 김일성 주석은 이 대목에서 마치 자신이 독자적인 혁명무력을 창설한 것처럼 주장하지만 진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다.

김일성이 말하는 1932년 4월 25일 항일유격대 창설은 당시 중국공산당의 방침에 따라 비폭력 항일전을 폭력 항일전으로 전환하는 방침에 따라 만주 지방 도처에서 산발적인 무장조직의 출현 중 하나였지 전혀 독자적인 무장부대 조직이 아니었다. 이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김정일 지우기에 나선 것은 잘하는 일이다. 이를 계기로 향후 김정은은 수치스러운 우상화 정치를 줄여나가는 것으로 새 출발을 하기 바란다. 허위와 날조는 다시 진실을 가리우는 거대한 사기로 발전한다는 사실을 부디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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