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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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평양에는 각국 주재 대사관들이 꽤 있다. 그런데 현재 평양을 지키고 있는 외국 대사관은 몇 안 남았다. 북한 주재 외국 외교관들이 엄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로 대부분 평양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1일 러시아 대사관에 따르면 자체 SNS 계정을 통해 “현재 9명의 대사와 4명의 임시 대사 대리만 남아 있다. 게다가 기능을 계속하고 있는 대다수 대사관의 인원도 최소로 축소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대사관은 “이미 영국, 베네수엘라,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폴란드, 체코, 스웨덴, 스위스, 프랑스 등의 공관들은 폐쇄됐고, 국제인도주의기구 외국 직원들도 모두 떠났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대사관은 외국인들의 귀국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평양에는 현재 외국인이 거의 남아있지 않으며 다 합해도 290명 이하”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평양을 떠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유례없이 엄격한 전면적 제한과 의약품을 포함한 생필품의 심각한 부족, 건강 문제 해결 방안 부재 등을 모두가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대사관은 “3월 18일 평양을 떠나 중국 접경 도시 단둥의 한 호텔에서 격리 생활을 해온 38명의 외국인에 대한 2주 격리가 오늘(1일) 종료됐다”면서 “이제 이들이 베이징과 상하이로 이동해 항공기로 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대사관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계속 북한에 남아 업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1월 30일 부로 국경을 폐쇄한 상태다. 지난해 2월 초부터 외부 세계와의 연결 통로였던 중국, 러시아와의 항공·철도 교통을 전면 중단했다. 더불어 외국인의 북한 출·입국도 완전히 차단했다. 다만, 외교관 등 특수한 경우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출국을 허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에는 북한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이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자 직접 수레를 밀며 국경을 건너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 미국 북한전문매체 NK뉴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과 가족 등 8명이 이날 두만강 철교로 양국 간 국경을 넘으면서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짐을 실은 철길 수레를 직접 밀었다고 밝혔다. 외교관들은 평양에서 34시간가량 기차와 버스를 타고 함경북도 나선시까지 온 뒤 여기서 짐과 아이들을 태운 철길 수레를 1㎞ 이상 밀며 국경을 건넜다. 수레에 탄 3명의 아이 중에는 세 살배기도 있었다.

러시아 외무부는 8명 가운데 유일한 남성인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3등 서기관이 주로 수레를 끌었다고 적었다. 외무부는 이날 자체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코로나19 여파로) 1년 이상 국경이 닫혀있고, 여객 운송이 중지돼 귀국하는 길은 길고 어려웠다”고 밝혔다. 외무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외교관들은 국경을 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인다.

외교관들은 러시아 연해주(州) 핫산역에서 다른 외교부 동료들을 만나 버스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비행편을 이용해 다음 날인 26일 오전 모스크바로 향했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국경을 걸어 잠근 상태다. 작년 초부터 북한을 오가는 열차 운행이 금지됐다고 NK뉴스는 설명했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조처를 강화하면서 다수 외교관과 국제기구 직원들이 북한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지난해 7월 열차를 통해 러시아인 27명이 북한에서 러시아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그해 3월 9일에는 고려항공 소속의 특별항공편은 평양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며 북한에 주재하는 외국 외교관 등을 실어 나른 바 있다. 북한은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달 초 북한이 지난해부터 1만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했지만, 양성은 없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난 12월 초 방역단계를 최고 수준인 ‘초특급’으로 격상했다. 당분간 평양의 외교가에서는 사람 구경하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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