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면 천지일보 편집인.

며칠 전 4.7재보선이 지나갔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불과했지만 분위기만큼은 대선과 총선에 버금갔다.

이유인즉, 1년 후 치러질 제20대 대통령선거의 승리를 위한 분수령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국정 안정과 정권연장이냐 정권심판 내지 탈환이냐를 놓고 정책은 사라지고 온갖 흑색선전과 의미 없는 난타전으로 치른 대 혈투였다.

선거 결과는 정부와 여당의 대참패로 막을 내렸다. 특히 그 어떤 선거든 간발의 차이로 당락을 결정짓던 지난 선거와는 사뭇 다른 금번 선거결과에 관심이 간다.

2018년 지방선거와 특히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180석의 공룡여당을 만들어 준 국민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흔히 ‘물은 백성이요 임금은 배’라고 비유한다. 백성들은 훌륭한 임금과 정부가 되어 목적지를 향해 노를 저어 순항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가.

금번 선거 결과는 국민들이 갖는 배신감과 분노가 표로 선명하게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분석일 게다.

선거 직후 선거 결과에 대해 많은 전문가와 정치인들의 분석이 있었기에 필자는 분석보다 의미에 방점을 두고자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20대 청년들의 저항에 가까운 울분이 마음 한켠에 남아있다. 20대 청년들은 금번 선거에서 70% 이상이 여당(박영선)이 아닌 야당(오세훈)에 표를 던졌다.

그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한 청년의 답은 “현 정부는 젊은이들을 포기한 것 같다”라는 충격적인 한마디였고, 기사를 읽던 필자의 심장은 그 순간 잠시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와 지도자와 위정자들과 기성세대가 존재하는 이유가 뭘까. 민족이 걸어온 역사를 되새겨 보자. 나라가 위난을 겪을 때마다 위기에서 나라를 건진 대상은 늘 청년이었다. 청년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자신보다 가족보다도 나라가 먼저였다. 그들에겐 그만큼 나라를 사랑했고 나라가 전부였다.

일제 강점기에도 청년들은 “나라가 없는데 가족과 터전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면서 독립군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총칼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급기야 민족의 독립을 가져다 준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이 시대 이 정부에 와서 청년의 입에서 나온 외마디는 “이 정부는 청년들을 포기한 것 같더라”라는 체념 섞인 대답이었다.

국가와 지도자가 존재하는 이유는 오늘을 살아가는 세대에게 과거시대를 통해 교훈을 삼게 하고, 오늘보다 나은 미래에 희망을 두고 살아가게 하는 것이 지도자의 제일의 덕목일 것이다.

“교육(敎育)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 한다. 무슨 말일까. 만약 너에게 백년이 있다면 다음 세대의 주인공이 될 젊은이를 교육하라는 공자의 명언이다. 또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지라(Boys be ambitious)”고 했다.

그렇다. ‘미래는 곧 청년’이다. 청년에게 희망이 없다면 대한민국이 희망이 없다는 의미가 된다. 이보다 더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현실이 어디에 또 있을까.

위정자들과 기성세대는 이 사실을 얼마나 느끼고 있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야말로 이 한 가지 간단한 이치를 모르거나 잊은 지도자와 정부는 존재해선 안 된다.

또 있다. 20대 청년 다음으로 관심이 가는 것은 고령층이다. 이들 역시 야당을 택했다. 왜 이들은 정부와 여당에 표를 주지 않는 걸까. 오직 진영논리로만 접근한다면 답을 찾을 수 없고 해결책은 요원하다.

오늘날을 저출산 시대라 하며, 한편으로는 고령화 시대라 한다. 그렇다면 미래세대인 젊은이들은 줄고 노년층은 급속도로 증가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 말인즉 이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 이들을 위한 정책이 없다면 그 지도자와 그 지도자가 이끄는 정부는 미래가 없고 희망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결과적으로 배를 띄운 지 길게는 4년 적게는 1년만(189석)에 전 연령층과 계층이 등을 돌렸다.

현 정부와 정부를 이끄는 지도자는 한마디로 정책도 철학도 실력도 없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오직 잘하는 것은 길게 얘기 안 해도 위선과 교만과 거짓말의 정부였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알게 됐다.

심지어 금번 선거결과에 대해 외신들도 ‘내로남불 정권의 결말’이라는 조롱 섞인 보도를 긴급타전 했으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 수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군자주야 서인자수야(君者舟也 庶人者水也), 수즉재주 수즉복주(水則載舟 水則覆舟)”라 했다. 즉,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엎어버리기도 한다는 교훈을 담은 고사성어다. 임금이 없이도 백성은 살아갈 수 있지만, 백성 없인 임금은 존재 할 수 없다.

이 말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이라 했으니, 하늘의 뜻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며, 그 누구도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해선 안 될 것이다.

야당 역시 자신들의 고백처럼 잘해서가 아니라 최선이 없으니 차선이라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백성들의 답답하면서도 진정어린 나라 위한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그 무엇보다 필요할 때다.

그래도 우리에겐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도 있고,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도 있으니 우리 희망을 포기하지는 말자.

ⓒ천지일보 2021.4.11
ⓒ천지일보 202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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