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조계종 사노위) 스님들과 미얀마 청년들이 12일 오후 미얀마의 민주화를 기원하며 서울 용산구 주한미얀마대사관 인근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이들은 동대입구역을 지나 중구 유엔인권위원회 사무실까지 간다. ⓒ천지일보 2021.3.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조계종 사노위) 스님들과 미얀마 청년들이 12일 오후 미얀마의 민주화를 기원하며 서울 용산구 주한미얀마대사관 인근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이들은 동대입구역을 지나 중구 유엔인권위원회 사무실까지 간다. ⓒ천지일보 2021.3.12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저희 나라의 민주주의를 응원해주세요. 미얀마 사람들이 많이 죽고 있어요. 미얀마의 사실을 세계에 많이 많이 알려주세요.”

한국에 온 지 3년차, 경희대학교 아동학과에 재학중인 미얀마인 헤이만(30, 여)씨가 이같이 말하며 흐느꼈다. 12일 온 하늘을 뒤덮은 최악 수준의 미세먼지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미얀마 국민이 군부의 무차별한 폭력으로 짓밟히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재한미얀마연대와 해외주민운동연대(KOCO),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사노위)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미얀마대사관에서부터 UN인권위원회 서울사무소까지 6km 거리를 무려 6시간에 걸쳐 오체투지로 행진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미얀마대사관 앞에서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조계종 사노위), 해외주민운동연대(KOCO), 재한미얀마연대 주최로 열린 ‘폭력과 살생을 자행하는 미얀마 군부 규탄 및 UN의 실효성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오체투지 및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저항운동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1.3.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미얀마대사관 앞에서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조계종 사노위), 해외주민운동연대(KOCO), 재한미얀마연대 주최로 열린 ‘폭력과 살생을 자행하는 미얀마 군부 규탄 및 UN의 실효성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오체투지 및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저항운동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1.3.12

지몽스님은 행진에 앞서 “부처님의 자비 광명이 그 어느 나라 보다 넘쳐야 할 나라에서 살상과 인권유린이 난무하는 걸 보고 안타까움과 비판의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며 “국제사회가 자국의 이익을 우선해 위헌적 태도로 적극적 개입을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이 시간 우리가 민주주의를 위해 죽음도 두려워 않는 애절하고 간절한 미얀마 시민들의 열망이 국제사회와 유엔의 양심을 움직일 수 있길 염원하면서 거리에 온 몸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헤이만씨를 비롯한 미얀마 청년 2명과 지몽스님 등 8명은 이날 오후 12시께부터 두 팔과 두 다리, 이마까지 땅에 닿도록 몸을 낮추며 행진을 시작했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팔트와 닿은 스님들의 이마엔 검은 먼지가 뭍어나왔다. 얼굴은 상기되고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오체투지를 하는 이들의 오른쪽으로는 미얀마 청년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미얀마 군부는 집단살인 멈춰라!’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해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함께 행진하며 미얀마의 민주주의 실현과 시민의 안전, 보호를 기원했다.

미얀마 민주화 기원하며[서울=뉴시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과 재한미얀마청년연대 회원들이 12일 미얀마 민주화 기원 오체투지를 하며 서울 용산구 미얀마대사관에서 종로구 서린동 유엔인권위원회 사무실로 가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 기원하며[서울=뉴시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과 재한미얀마청년연대 회원들이 12일 미얀마 민주화 기원 오체투지를 하며 서울 용산구 미얀마대사관에서 종로구 서린동 유엔인권위원회 사무실로 가고 있다.

행진 대열이 동대입구 근처 앞 신호등을 지날 때는 대기 중인 차량 운전자들이 몸을 내밀고 오체투지를 바라보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다 내려 핸드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찍던 이영주(28, 여)씨는 “차도에 사람들이 엎드려 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국내에 있는 미얀마인들은 어떨지 그 마음을 헤아릴 수조차 없다. 미얀마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6시간 무렵 행진 끝에 이들은 UN인권위원회 서울사무소에 도착했다. 도착한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11일 평화 시위대를 겨냥한 미얀마 군부의 유혈진압을 비판하고 무분별한 폭력사용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하지만 성명 내용에는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대로 쿠데타라는 단어도, 유엔의 제재 가능성도 빠졌다. 어떠한 실효성도 가져올 수 없는 반쪽짜리 성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는 시민들 앞에 언제까지 허울 좋은 성명서 따위만 발표하고 있을 것인가”라면서 “쿠데타 종식에 대한 분명한 입장 한마디 없는 성명 한 장으로 유엔의 역할을 다했다고 과연 말할 수 있는가. UN은 미얀마 사태의 위기를 통감하며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논의하고 모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한웅 조계종 사노위 집행위원장은 “미얀마 군부가 발사하고 있는 최루탄이 한국산이라고 한다”며 “미얀마에서 더 이상 부끄러운 한국이 되질 않도록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일 미얀마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 중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해 시위대가 해산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8일 미얀마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 중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해 시위대가 해산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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