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

1903(광무 7)년 의친왕(義親王)이 웨슬레안대학교에서 백인 청년들에게 중국인으로 오인받아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이것이 한미 양국 간에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되었다.

그래서 이러한 외국청년들의 폭행사건이 일어난 이후 의친왕은 학교를 버지니아주 로아노크대학교로 옮기게 되며, 여기서 김규식(金奎植)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의친왕이 로아노크대학교로 옮긴 해가 1903(광무 7)년인데 의친왕의 5녀 이해경(李海瓊)이 1996년 로아노크대학교 도서관에서 발견한 의친왕과 함께 있는 김규식의 사진을 촬영한 시점이 1901(광무 5)년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1901(광무 5)년이라면 김규식은 로아노크대학교에 재학 중인 상황이며, 이 사진을 통하여 분석한다면 어떠한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웨슬리안대학교에 재학하고 있던 의친왕이 김규식을 만나러 로아노크대학교를 방문하였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의친왕이 김규식을 로아노크대학교에서 만나기 전에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이미 웨슬리안대학교 재학시절부터 김규식과 친분관계가 있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그 이후 의친왕과 김규식은 버펄로에서 열린 남‧북미 박람회에도 함께 참석하였으며, 1902(광무 6)년 의친왕은 당시 L.A를 방문하여 안창호(安昌浩)에게 미국에 있는 우리 동포들의 복지향상을 위하여 금일봉(金一封)을 전달하기도 하였는데, 이 무렵은 경술국치(庚戌國恥)가 일어나기 전이라 군자금(軍資金)의 성격은 아니지만 백성들을 생각하는 의친왕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의친왕의 신분에 새로운 변화가 생기니 1900(광무 4)년 8월 17일 기존의 의화군(義和君)에서 의친왕으로 진봉(進封)하였으며, 마침내 5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쳤다.

한편 의친왕의 미국 유학시절에 일본에서 의친왕을 황제(皇帝)로 추대한 사건이 발생하였으니 그것은 바로 일심회(一心會) 사건이었는데, 사실 본 사건은 의친왕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진 일이었으며, 결과적으로 고종황제(高宗皇帝)가 황태자 책봉(皇太子冊封)하는데 있어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사건으로 보기 때문에 본 사건의 전모(全貌)를 공개한다.

을미시해(乙未弑害)가 일어난 해인 1895(고종 32)년 내부대신(內部大臣) 박영효(朴永孝)의 주선으로 노백린(盧伯麟), 이갑(李甲), 류동열(柳東說), 어담(魚潭) 등 114명의 유학생들이 국비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그 가운데 21명은 게이오의숙(慶應義塾)을 거쳐 1898(광무 2)년 12월 일본육사 11기생으로 입교(入校)하였고 이듬해 11월 졸업(卒業)하였다.

이와 관련해 이들은 국내의 배일(排日)적인 분위기 때문에 귀국하지 못하면서 문제점(問題點)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결국 이들이 중심이 되어 일심회(一心會) 라는 혁명단체(革命團體)를 조직하고 다음과 같은 혈맹서(血盟書)를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첫째. 대황제(고종)와 황태자(순종)를 폐위시키고 의친왕을 황제로 추대한다.
둘째. 일본에 망명 중인 사람들로 새 정부를 구성한다.

셋째. 만약 이 일이 누설되면 전원 자결한다.

여기서 미묘한 문제가 발생하였으니 그것은 의친왕을 황제로 추대한다는 부분이었는데 본 사건이 일어난 1902(광무 6)년에 의친왕은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었던 시기이며, 황제 추대는 의친왕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본 사건으로 말미암아 고종황제는 의친왕을 경계하게 되며, 그로부터 5년 이후에 이루어진 황태자 책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본 사건으로 인하여 의친왕이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 점은 있으나 일심회(一心會)에서 의친왕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를 황제로 추대하였다는 점은 그야말로 그의 재능에 견주어 볼 때 의미심장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심회(一心會) 사건은 결국 그 이후 국내사정이 호전되면서 가담하였던 인사들이 전부 귀국하였으며, 혁명결의(革命決意)도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였는데 나중에 본 사건이 발각되어 관련자들이 모두 체포(逮捕)되어 주동자(主動者) 3명이 처형(處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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