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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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커서 뭐가 되려고 이러니?” “너 때문에 못 살겠다!” “넌 대체 누굴 닮아서 이러니?” 등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대부분 한 번쯤 무심코 해본 말들이다. 부모도 처음이라 서툴러 아이가 받을 상처를 생각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이런 말들이 아이에게 비수가 되어 꽂히고 평생 마음의 상처로 남는다면 생각해볼 문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부모는 재택근무를 하고,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집에서 부딪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된다.

필자 또래는 어렸을 때 부모에게 더 심한 막말을 듣고 자란 세대다. 부지깽이나 빗자루 등으로 맞는 건 예사였다. 하지만 그다지 큰 상처로 남지 않았다. 학교만 다녀오면 친구들과 골목에서 놀면서 엄마가 “밥 먹어라!”하는 시간에만 밥을 먹고 다시 나와 놀았다. 밤늦게까지 전봇대 불빛을 이용해 노느라 스트레스가 쌓일 일이 없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코로나19로 학원, PC방, 스포츠클럽, 학교 등지에서 친구하고 어울리며 스트레스를 풀 기회마저 박탈당해 부모의 말 한마디에 더 큰 상처를 입는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해 아동을 온전한 인격체가 아닌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시선을 바로잡기 위해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말 100가지를 선정했다. 상처 주는 말을 들을 때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한 전시회를 열어 부모가 느끼고 배우도록 했다. 상처 주는 말이 왜 잘못이고, 어떤 말로 바꿔 말해야 아이들에게 상처를 덜 주게 되는지 예시도 제시했다. 부모라면 꼭 알아두고 아이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해 소개한다.

“꼴이 그게 뭐니?”란 말은 아이가 옷을 더럽히지 않고 깨끗이 입는 것보다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무엇이 더 필요하고 중요한지 생각하면서 아이를 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옷이 더러워졌구나,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을까?”라고 바꿔 말해달라는 식이다.

“널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란 말은 아이에게 큰 상처를 남깁니다. 자신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더라도 용서받지 못하고 미움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네가 한 일은 잘못한 일이야. 엄마(아빠) 생각엔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게 좋습니다.

“이게 속상할 일이야?”란 말은 아이들은 매 순간 감정이 변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더라도,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살펴보고 수용해야 합니다. “속상했구나”라고 말하는 게 좋습니다.

“창피하지도 않니?”란 말은 아이는 실수를 거듭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성장합니다. 아이의 실수나 잘못한 행동으로 어떤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지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정확하게 설명해주세요. “그런 행동은 좋지 않단다. 그 이유는…”라고 말하는 게 좋습니다.

“어른들 이야기에 끼어들지 마라”란 말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무시당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절망과 좌절을 배우게 됩니다. 아이들이 들으면 안 되는 주제의 대화라면 아이들 없는 곳에서 해야 합니다. “엄마(아빠)가 지금 다른 분과 이야기하고 있으니 좀 기다렸다가 이야기할까?”라고 말하는 게 좋습니다.

“네 주제에? 시키는 일이나 해”란 말은 부모의 무심한 말 한마디가 아이를 소극적이고 나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애정 어린 태도로 아이의 목표를 지지하고 응원할 때 아이는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네가 관심 갖고 해보려고 하는 모습이 보기 너무 좋다”라고 말하는 게 좋습니다.

“널 왜 낳았는지 모르겠다”란 말은 아이에게는 이런 말 한마디가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습니다. 이런 말이 쌓이면 아이는 자신이 무의미한 존재라고 생각하거나 언젠가 자신이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네가 양보해”란 말은 어른의 기준으로 아이의 행동을 쉽게 단정 짓거나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부모는 아이의 행동 이면에 감춰진 마음을 이해하고 다독거려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속상하겠구나.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해 보자”라고 말하는 게 좋습니다.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말 100가지는 홈페이지(https://100words.sc.or.kr)에서 볼 수 있다. 부모도 공부해야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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