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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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로나19로 연기돼 12월 3일 치러진다. 지난 초중고 12년의 공부가 단 하루의 시험으로 평가되는 것이 불합리하더라도 최대한 자기 실력을 발휘해 좋은 점수가 나오도록 모의고사나 공부방법 등을 수능시험에 맞춰 연습해 실수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수능 같은 복합적인 시험에서 족집게 과외 같은 방법으로 고득점을 얻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다양한 분야의 체험과 독서, 꾸준한 공부,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노력, 성실함 등이 종합해 작용해야 고득점이 가능하다.

‘1등은 당신처럼 공부하지 않았다’ 책에 나온 수능 만점자의 특징을 요약하면 ‘어릴 때부터 독서를 많이 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신문을 보고, 1년에 책을 500권씩 읽었다. 책 읽기는 부모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배웠다. 고교 생활 중 평균 6시간 14분을 잤다. 통화나 문자메시지 기능만 되는 피처폰을 사용하거나 휴대전화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부모가 나를 믿고 지지했다’ 등이다. 여러 가지 특징 중에 공통점이 꾸준한 독서였다.

물론 독서량이 많은 게 수능 고득점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독서를 많이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부 잘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독서는 필요조건은 된다. 독서를 통해 터득한 독해력, 이해력, 판단력, 글쓰기 등 능력이 수능시험에 필수로 작용해 고득점이 가능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신문을 읽고, 1년에 500권의 독서를 하는 습관은 혼자 터득할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 부모가 신문을 읽어주며 아이에게 시사 문제에 관심 두게 했고, 부모가 집에서 휴대폰이나 게임보다 책을 읽는 모습을 자주 보인 영향이 크다. 독서 습관이 잘 잡히면 글 읽는 속도가 빨라져 공부에 도움이 된다. 독서를 많이 한 학생이 다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다 독서를 많이 한 학생인 건 분명하다.

학교에서 같은 걸 배워도 그 내용을 이해하고 외워 자기 걸로 소화하는 능력을 갖춘 학생과 이해 못 하고 억지로 외우는 학생의 차이도 독서량의 차이에서 결정된다. 또한, 공부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목표 달성을 위해 차곡차곡 계획을 세워 스스로 생활을 통제하며 생활하는 학생과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 학생의 차이도 결국 독서를 통해 키운 사고력의 차이다. 대기업의 직무능력 시험이나 인·적성 검사도 독서에서 판가름 난다. 모든 문제를 예상하고 정답을 공부할 수 없으므로 평소 광범위한 독서를 해온 사람이 문제의 답을 유추하는 능력에서 뛰어나다. 이처럼 독서는 학교 공부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성공하는 비결이 될 수 있다.

어른들이 하는 공통의 후회 중 한 가지가 ‘학창시절로 돌아가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란 말이다. 학창 시절 수능 만점을 받지는 못했더라도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공부에 열중한 시간이 있었다면 인생을 살아가는 큰 자산이다. 내 인생을 열심히 살게 하는 원동력도 되지만 공부하는 자녀의 멘토 역할을 해야 하는 부모로서도 꼭 필요한 경험이다. 내가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해본 경험이 있다면 자녀들이 현재 학년, 학기, 지금 시험에서 학생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고 도움을 줄 수 있다. 공부의 경험이 없는 부모는 시험이 끝난 후 ‘성적표 나왔지? 공부해’라는 최악의 멘트만 날리게 된다.

모두가 수능 만점자가 될 수는 없다. 또 수능 만점자가 인생을 만점으로 사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학창시절 12년을 종합평가할 수 있는 수능에서 만점이나 고득점을 받는 학생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자기 일을 책임지고 수행하는 능력에서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건 당연하다. 어떤 목표를 줬을 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방법과 노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얻는 방법을 찾는 능력이 누구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학생 때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허송세월하다 부모 찬스로 성공하는 사람은 결코 그 성공이 오래가지 못한다.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자기 스스로 터득한 방법이 부족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공부에 소질을 갖고 태어난 사람도 있지만, 많은 학생이 끈기와 인내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고득점을 한다. 수능점수가 행복의 지표는 아니지만, 고득점을 얻지 못한 사람에 비해 행복하게 살 확률은 분명 높아진다. 수능 만점자의 고득점 비결도 결국 독서량이다. 자녀가 수능에서 고득점자가 되길 원한다면 어릴 때부터 사교육 뺑뺑이 시키지 말고 손을 잡고 도서관을 향하는 게 지름길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기에 공부 외에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아는 길도 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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