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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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연구원이 발표한 ‘1980년대생 초등학교 학부모의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80년대생 학부모는 학교의 주된 역할로 인성 지도와 공동체 생활 지도를 꼽고, 창의력과 잠재력을 기르고 숨어있는 재능을 발견하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한다. 또한, 학교에 관심은 많지만 학교 행사 참여는 저조하며 아빠의 관심과 참여가 이전 세대보다는 늘어난 편이다. 교사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 전화, 카톡, 메시지, 앱으로 소통한다. 학교는 예전처럼 아파도 가야 하는 곳으로 인식하지 않고 빠져도 무방하다고 본다. 자녀의 교우 관계, 학교폭력, 집단따돌림에 연루되는 게 가장 큰 고민이 특성이라고 한다.

80년대생 초등학교 학부모라면 주로 30대 중후반이 해당한다. 이들은 대부분 고학력 세대이고 부모의 지원을 많이 받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라 밀레니얼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맘충’이라는 비속어도 이 세대에서 등장했다. 예전 학부모들이 성적에 가장 큰 관심을 가졌던 거에 반해, 이들은 학교가 공부보다 인성 지도, 공동체 생활 지도를 더 중점적으로 해주기를 바란다고 조사됐는데 그 이유로 필자는 여유 있고 능력 있는 조부모, 부모를 둔 아이들이 버릇없이 키워져 가정에서 인성교육이 힘들어졌고, 공부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공부에 대한 학교의 기대치가 사교육보다 낮기 때문이라 보인다.

‘학교는 무조건 가야 한다’는 인식이 조금씩 희석돼왔지만 코로나19로 학교의 무용론이 나오는 실정이다 보니 학교에 꼭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더 굳어졌다. 코로나19로 수업은 학교와 교실에서만 가능하다는 인식이 완전히 바뀌어서 아픈데 굳이 학교를 보낼 이유도 없어졌다. 필자는 아이들이 아파도 일단 학교에 가서 조퇴하고 오라고 하며 키웠다. 개근이 아이들에게 성실성을 가르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했던 세대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교무실을 찾아야만 교사와 상담을 할 수 있었던 시대에 비해 다양한 채널이 생겨 교사와의 소통을 어려워하지 않게 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얼굴을 보지 않고도 SNS로 소통을 하다 보니 예의 없이 자기 자식만을 위해달라는 소통으로 변질되고 있다. 지금 학교는 학생이 아닌 학부모와 전쟁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구책으로 학교홈페이지 게시판을 없애고, 교사의 신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학부모 인증을 해야 홈페이지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 학교나 교사를 소통 대상이 아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과 종사자로 생각하는 유별난 학부모가 많아진 탓이다. 친구 사이에 벌어진 사소한 다툼을 이해와 양보로 해결하려는 학부모도 거의 없고 무조건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처리해달라고 한다. 학교가 80년대생 학부모의 잦은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아 교사들도 감정노동자에 가깝다고 자조 섞인 푸념을 한다.

아이들은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처럼 부모의 거울이나 마찬가지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부모에게 배운 말투, 태도, 인성을 그대로 배워 습관이 된 후 학교에 온다. 말투도 예쁘고, 친구를 먼저 배려하는 바른 생활 태도를 가진 아이의 부모를 만나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이의 인성은 부모에게 교육받거나 부모의 인성에서 저절로 대물림되기 때문에 학교에서 교육으로 변화시킬 부분이 극히 제한적이다. 부모가 아이와 같이 생활하는 모든 순간이 인성교육 시간이므로 사랑으로 잘 가르쳐야 하지 인성은 학교에서 배울 게 아니다.

학교는 인성보다 공동체 생활을 배우는 곳이다. 그마저도 공동체에 인성이 덜된 아이가 있으면 공동체가 엉망이 된다. 공동체에서 지켜야 할 규범과 질서를 가르쳐도 그걸 받아들일 인성이 덜된 아이는 계속 문제를 일으킨다. 사회에 법이 있어도 법을 어기는 범죄자가 생기고 교도소가 죄인들로 넘치는 이유와 같다. 교육은 부모와 교사가 연대해야 시너지를 발휘하니 교사의 인성과 자질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우선은 부모다. 인성은 어린 시절 부모에게 물려받는 소중한 자산이다. 

학교 교육에 관심은 높지만, 학교 활동에는 실제로 참여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는 건 국가와 학교와 교사가 다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다는 뜻이다. 학부모가 주인이길 바라면서 권리만 챙기고 의무는 하지 않으려 한다. 부모가 교사를 존중할 때 아이가 교사로부터 가르침을 잘 흡수하고 인성이 훌륭한 인간으로 자란다. 아이가 훌륭한 인물로 자라길 바란다면 학부모가 되지 말고 좋은 부모가 되는 연습을 먼저 해야 한다. 좋은 부모 밑에 좋은 아이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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