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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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아파트가 많은 나라가 없어 대한민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부른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 많은 부문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중에 재택근무, 온라인 학습으로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아파트 층간소음 갈등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층간소음 갈등은 시민의식의 문제이고 타인을 배려하는 이타심이 부족해 생기는 후진국 문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층간소음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아파트를 매수하거나 분양받아 입주하느니 전세로 살면서 그 집의 층간소음, 기타 소음, 스트레스 지수를 확인 후 괜찮으면 매수하는 게 좋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사에 따르면 층간소음 중 1위가 아이들 뛰는 소리다. 2위는 새벽이고 낮이고 어른들이 발뒤꿈치로 쿵쿵 찍으면 걸어 다니는 소리, 3위는 청소기, 세탁기 등 가전제품 소리와 피아노, 색소폰 등 악기 연주 소리, 4위는 바디프렌드 같은 안마기를 사용하면서 나는 소음이다. 아파트 층간소음 1위인 아이들 뛰는 소음은 인성이 부족한 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발생하는 가정교육, 인성교육이 안 돼 생기는 문제다.

층간소음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잘 활용하면 자녀에게 훌륭한 인성교육이 가능하다. 필자는 아랫집에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두툼한 실내화를 항상 신고 다닌다. 불가피하게 실내화를 못 신었을 때는 발뒤꿈치를 들고 까치발로 살살 걷거나 아니면 발을 바닥에 미끄러지듯이 끌면서 걷는다. 그러면 발로 인한 층간소음은 절대로 발생하지 않는다. 식탁 의자 다리에 패드를 부착해 의자를 끌어도 소리가 나지 않게 하고 의자나 물건을 들어서 쿵쿵거리게 옮기지 않는다. 청소기, 세탁기 같은 소음이 발생하는 가전제품은 오전 9시 전, 오후 8시 이후에는 가동하지 않는다. 부모의 이웃을 배려하는 이런 모습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과 태도를 배우니 그 어떤 인성교육보다 효과적이다.

아이들 뛰는 층간소음을 항의하는 아랫집에 “내 집에서 아이들이 조금 뛸 수 있지 그 정도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요?”라며 싸우는 부모는 가정교육 측면에서 최악의 부모다. 아이의 기를 살려주려는 의도겠지만,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는 이타심이 부족한 이기적인 사람으로 자라게 된다. 이웃과 싸우는 모습보다는 진심으로 이웃에게 사과하는 예의 바른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은 부모의 그런 모습에서 타인과의 갈등에서 어떻게 사과해야 하는지 배운다. 부모의 지도에도 불구하고 감시를 벗어난 아이들이 뛰어다니면 아랫집을 데리고 가 직접 층간소음의 불편함을 느껴보고 뛰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려주는 게 교육적으로 옳은 방법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부모를 통해 아이는 기가 죽기보다는 겸손을 배운다.

아이들이 집에서 뛰는 근본적인 이유는 부모가 아이들과 야외 활동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빠나 엄마가 아이들과 자주 밖에서 같이 활동하고 집은 조용히 휴식하고 공부하는 공간으로 인식시키면 아이들로 인한 층간소음 갈등은 발생하지 않는다. 몇 년 전 층간소음에 시달려오던 아랫집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윗집 아들 둘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층간소음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하고 자식에게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쳤다면 발생하지 않을 사건이다. 평소 작은 갈등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더 큰 피해로 돌아올 수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

아랫집으로서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윗집과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도 자녀에게 교훈이 된다. 필자가 예전에 살던 곳 윗집에서 아이들이 하도 뛰어다녀 항의해도 그때뿐이었다. 며칠 후 정중하게 부탁하는 편지와 함께 치킨 1마리를 배달시켜줬더니 다음부터 현저하게 소음이 줄었다.

최근에 이사한 집에서는 윗집 노부부가 새벽부터 온종일 발뒤꿈치로 ‘쿵쿵’ 찍고 다니는 소리가 심했다. 마트에서 층간소음 방지용 슬리퍼 2족을 사와 할머니를 집으로 초대해 차 한 잔 대접하며 “슬리퍼를 신으면 소음도 덜 나고 위생적이라 좋습니다”라고 건넸다. 며칠은 습관이 덜 됐는지 소리가 나다 어느 순간부터 소음이 현저히 줄었다.

우리 집은 예비 실내화를 준비해두고 자녀, 손님, A/S 기사 방문 시 실내화를 내준다. 필자도 30~40대에 빌라, 아파트 살면서 참 모르고 살았다. 아랫집이 층간소음으로 얼마나 큰 고통을 겪는지도 모르고 실내화도 신지 않고 쿵쿵거리며 살았던 걸 반성한다. 층간소음 갈등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해결하면 자녀에게 좋은 가르침이 될 수 있다. 층간소음의 해법은 윗집에 있지 결코 아랫집에 있지 않다. 아파트 이웃을 자신이 기르는 반려견보다 못한 관계로 치부하는 사람이 많아지니 사회가 더 각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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