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타스님이 26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북한불교 백서 출간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타스님이 26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북한불교 백서 출간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26

조선불교도연맹 종합·정리한 저서 ‘북한불교 백서’ 출간

북한 불교의 유일한 종단 뿌리부터 현재까지 분석해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찰 현지 지도 기록도 담겨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북한의 종교는 미약하고 또 미약한 가운데 있습니다. 그래도 정권과 상관없이 명맥을 이어온 유일한 종교가 바로 ‘불교’입니다. 승려로서 북한 불교에 대해서 바른 견해를 한국 국민과 불자에게 전해야 하겠다는 원을 세워 왔습니다.”

30여년간 수십 차례 북한을 방문하며 남북 불교 교류 물꼬를 트기 위해 진력해온 법타스님이 북한 불교의 유일한 종단인 ‘조선불교도연맹’의 뿌리부터 현재까지 분석한 책을 냈다. 법타스님은 26일 저서 ‘북한 불교 백서’ 출간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 한정식 집에서 출간 기념 간담회를 가졌다.

법타스님은 자타공인 ‘북한 불교 전문가’다. 남북 분단 이후 1989년 승려로는 최초로 북한에 방문했으며 이후 30여년간 100여차례 평양과 개성, 금강산, 묘향산 등지에 있는 지역 사찰을 찾아 북한 불교계와 적극 교류했다.

1992년에는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를 창립해 ‘밥이 통일이다’를 주제로 대북지원 사업을 펴기도 했다. 북녘 동포를 돕겠다며 1997년 북한 황해남도에 ‘금강국수’ 공장을, 2006년에는 평양에 ‘금강빵’ 공장을 개설해 운영했다. 이후 한국전쟁 당시 불에 탄 금강산 신계사 복원 등에 나섰고, 북한 사찰의 단청 지원이라는 불사도 이뤄냈다.

‘북한 불교 백서’는 법타스님이 30년간 북한의 종교와 불교에 대해 수집한 자료를 집대성해 북한 불교의 생생한 현장을 담았다.

“북한의 종교 실태와 불교의 실제 역사를 감안해 보면 북한 주민들은 반세기 동안 거의 종교의 혜택을 받지 못한 상태이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종교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다. 또한 북한 주민들은 같은 지역 내에 있는 사찰이나 교회, 성당이라 하더라도 임의적으로 혼자서 참배하거나 종교의식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헌법상 종교적 행위를 보장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의 종교 활동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거나 순수한 종교적 측면에서 이뤄진다고 볼 수 없이 특정한 목적에 따라 동원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 [북한 불교 백서 내용 중]

특히 저서에는 북한 종교 현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북한은 전통적인 종교 계보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국가차원에서 종교 정책이 행해지고 종교단체가 경성해 활동한다. 북한 불교 신앙은 개인이 아닌 집단이 중심이 돼 이뤄지는 정치적 종교 활동이다.

이런 가운데 ‘조선불교도연맹’은 북한 불교의 유일한 종단이자 종무기관이다. 북한 불교를 이해하는 데 조선불교도연맹의 조직과 역할을 아는 것은 필수적이다.

법타스님은 조선불교도연맹이 종교단체이자 사회단체로서 통일운동의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고 보고 일찌감치 지속적인 교류와 연구에 나섰다. 그 결과, 스님은 올해 2월 승려로는 처음으로 국대 대학원 북한학과에서 ‘북한 조선불교도연맹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번 법타스님의 저서에서 주목할 점은 북한 최고지도자였던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찰방문 기록’이다. 스님은 북한 방문 당시 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찰 현지 지도 기록을 이번 저서에 실었다. 법타스님의 새로운 연구성과로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기록이다. 

저서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해방 직후부터 1994년 사망 때까지 총 2만600개 단위를 현지 지도했는데 이 중 126곳이 역사 유적 현지 지도였다. 역사 유적 중 50곳이 사찰 방문, 묘향산 보현사 방문이 17회로 가장 많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해방 이후부터 2011년 사망 때까지 찾은 역사 유적지는 72곳, 이 중 34곳이 사찰이었다.

이에 대해 법타스님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외쳤던 두 지도자는 종교를 인민 밖으로 밀어내려고 했다”면서 “그러나 한국의 오랜 전통이 담긴 사찰, 불교를 멀리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이 책은 앞으로 남과 북이 통일된다고 전제했을 때 북한 불교와 통합을 위해서 필요하다”며 “30년 통일운동의 유언이자 유서라는 마음을 갖고 정리를 했다”고 밝혔다.

법타스님은 1965년 속리산 법주사에서 추담 대종사를 은사로 득도했다. 이후 동국대 인도철학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1996년에는 미국 클레이턴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 월남전에 참전해 백마부대 백마사를 창건했고 각 군에 10여개의 법당을 세웠다. 1995년에는 조계종 총무부장, 1996년 조계종 10교구 본사 은해사 주지, 2009~2015년에는 동국대 정각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은해사 회주로 있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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