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독감 백신의 유통상 문제로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를 찾은 시민들이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독감 백신의 유통상 문제로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를 찾은 시민들이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4

전국적인 발생양상 논란증폭

70~80대 어르신 다수 사망

‘단백질 알레르기’ 의심 제기

 

아나필락시스 쇼크 의혹제기

정은경 청장 “가능성 낮아”

전문가 “일반화 오류” 지적

의협 “접종 일주일 유보해야”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국내에서 25건(22일 오후 4시 기준)이나 발생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백신 포비아’가 커지고 있다. 의사단체도 안전성 입증을 위해 일주일간 백신접종을 잠정 유보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백신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숨진 사람이 급속도로 늘어나 불안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2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10분께 유성구 지족동에 거주하는 A(79, 여)씨가 사망했다. A씨는 지난 19일 오전 10시께 유성구 반석동 한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했다. 대전에선 독감 백신을 맞은 80대 남성 B씨가 지난 20일 오후 2시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이 외에도 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지난 16일 인천을 시작으로 20일 고창, 대전, 목포에서 나왔고, 21일 제주, 대구, 광명, 고양, 경북 안동 등에서도 추가로 나왔다.

경남 창원에서도 독감 백신을 접종한 70대 남성이 숨졌다. 창원에 사는 70대 남성은 지난 19일 한 요양병원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했다. 그는 지난 21일 오후 6시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의학계에 따르면 백신 접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국소적으로 통증, 압통, 종창(부기) 또는 전신적으로 발열, 오심·구토, 설사, 두통, 피로, 근육통 등이다. 하지만 이 같은 증상들은 대부분 2~3일이면 소실된다.

백신 부작용이 심할 경우 ▲아나필락시스성 쇼크 ▲전신 및 국소 신경조직망의 일시적인 장애 ▲자극 또는 통증에 대한 예민성에 이상 증상 ▲마비증세 ▲신경통증 ▲출혈 및 내출혈을 초래하는 혈관, 뇌 또는 신경염증(갈랑-바레증후그) 등 중증 알레르기성 쇼크 증상이 나타날 때도 있다.

아나필락시스성 쇼크란 특정 식품이나 약물 등 원인 물질에 노출된 뒤 전신에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의료계에선 일반적으로 독감 백신은 달걀에 바이러스를 배양해 생산하는데 이 때문에 달걀 등 단백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접종 뒤 실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견해를 제기하기도 했다.

유정란의 톡신이나 균이 자극 또는 선행요인으로 접종자의 자가 면역계에 영향을 미쳐 자기 몸의 정상조직을 공격하거나, 그 자체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쇼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원리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0.10.2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0.10.22

실제 백신 접종 사망자 중 2명이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인해 숨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급성 과민 알레르기성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을 의심했던 2명의 사망자도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은 현격히 적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명은 질식사로, 아나필락시스가 아니다”며 “나머지 1명은 보호자께서 기저질환으로 인한 병사 가능성을 얘기해 저희도 아나필락시스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이날 천지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독감 백신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제조된다”며 “첫째는 유정란 내 바이러스를 키워 불활성화 시킨 후 죽여 항원으로 쓰는 경우, 두 번째는 세포에 감염시킨 후 사백신을 만드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사망자가 맞은 백신 제품 전부 문제가 있다는 의혹 제기는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독감 백신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며 “작년에도 똑같이 사용하던 백신 주사인데 (올해 사용한 백신에만) 독성이 있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한 백신 주요 원료인 유정란의 톡신(독성물질)으로 인해 쇼크 반응을 일으켜 죽은 것이 아니냐는 견해에 대해 백 교수는 “유정란 단백질에 불순물이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실제 모든 백신 회사에서 만든 건 다 잘못됐다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고 일축했다.

결과적으로 아직까지 사망 원인이 독감 백신 때문이라고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인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이르다는 지적이다. 또한 기저질환이 사망 원인일 수 있기에 백신이라고 단정지어선 안 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독감 접종에 대해 “독감 백신 접종을 당장 미루기에는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 임산부, 영유아들이 (독감에 걸릴 시) 합병증에 걸릴 가능성이 커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다”며 “독감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시기가 있는데 놓치게 되면 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백 교수는 백신 접종 후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선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접종 전 수분을 많이 섭취해 몸 컨디션이 최상일 때 백신을 맞아야 한다”며 “가급적 혼자 가지 말고 동행자와 함께 비교적 한가한 시간대에 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병원에서 백신을 맞은 후 최소 30분 이상 대기하면서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집에 도착 후 2~3시간 동안 (주사 맞은 부위를) 많이 문지르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것이 좋다. 만일 감기 기운이나 미열 등 몸에 이상이 있을 경우 독감 백신을 맞지 않은 것이 좋다”고 부연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독감예방접종 사망사고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시행되는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에 대한 안전성 입증을 위해 일주일간 잠정 유보할 것을 정부에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독감 예방접종의 잠정 유보 기간 동안 사망과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 등 백신 예방접종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확보할 것을 요구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독감 백신의 유통상 문제로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를 찾은 시민들이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독감 백신의 유통상 문제로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를 찾은 시민들이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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