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글날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가 일부 보수단체 등의 집회를 대비해 통제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글날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가 일부 보수단체 등의 집회를 대비해 통제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9

개천절 이어 한글날도 보수단체 집회 통제

남대문시장 인근부터 통행 제한 이뤄져

광화문광장 방향 차로에서 차량 검문 진행

통행 위해 셔틀버스 운행… 시민, 불편 겪어

 

인근 상인들, 광장 통제로 장사 어려움 호소

“광장 봉쇄, 코로나19 방역효과 있는지 의문”

“집회 강행한 보수단체에게도 일부 책임있어”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여기와 보세요. 여기 어디 개미 새끼 한 마리 지나갈 수 있겠습니까?!”

한글날인 9일 추석 연휴가 끝난 지 채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찾아온 휴일에 설렐 법도 한 날이지만, 이곳 광화문광장 인근에는 엄숙한 긴장감이 가득한 분위기였다.

서울 남대문시장 인근에서부터 시청과 광화문광장 일대를 경찰이 펜스로 통행을 제한했다. 경찰 버스로 구성된 차벽도 다시 등장했다.

이는 지난 개천절에 이어 보수성향 단체가 서울 도심 집회를 개최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광화문광장으로 향하는 골목 곳곳에 서서 시민들에게 목적지가 어딘지 일일이 물어보며 확인했다. 그 과정에선 일부 시민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하게 뛰어오던 한 시민은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지금 1시간이나 늦었다. 빨리 지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경찰에게 사정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저쪽으로 돌아서 가셔야 된다”는 말뿐이었다.

시청역에서 광화문역까지 운동 삼아 걸어오던 길이었다는 한 70대 할아버지는 “개천절 때도 통제가 심하더니 오늘이 더 한 것 같다”며 “길도 마음대로 못 지나가도록 저렇게 막으니 불편해서 살겠나”라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글날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일부 보수단체 등의 집회를 대비해 경찰들이 차량 검문을 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10.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글날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일부 보수단체 등의 집회를 대비해 경찰들이 차량 검문을 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10.9

차량통제도 이뤄졌다. 경찰은 광화문광장으로 향하는 차량을 일일이 멈춰세우며 “어디로 가십니까”라고 물어 행선지를 파악하기도 했다. 차량들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정체되면서 교통에 일부 혼선을 빚기도 했다.

광화문광장으로 가는 골목도 전부 막혔다. 다만 경찰은 통행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광장을 지나가는 전용 셔틀버스를 운행했다.

하지만 시민의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빨리 보내달라” “지금 급한데 이게 뭐 하는 건지” 등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에 신경을 쓰기도 했다.

셔틀버스를 탑승하기 전에 발열 체크를 한 후 탑승자 명단 목록을 작성하게 했으며, 버스 탑승 인원도 절반으로 제한했다.

또한 마스크와 페이스쉴드를 착용한 후 투명 유리막 방패로 길목을 막으며 시민들의 진입을 막았다.

일부 시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어떤 시민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글날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가 일부 보수단체 등의 집회를 대비해 통제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글날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가 일부 보수단체 등의 집회를 대비해 통제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9

친구들을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한서진(26, 여)씨는 “갑자기 셔틀버스를 타고 지나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좀 황당했다”며 “내가 가는 길도 마음대로 못 다니니 좀 불편하다”고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짓던 한 중년 여인은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고 목소리를 높이며 “이건 시민들을 강제로 통제하려고 하려는 의도로 밖에 안 보인다. 길 한복판을 막아놓고 뭐하는 짓이냐”고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인근 상인들은 광화문광장 일대를 전부 통제해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광화문역 인근에 중국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이렇게 광화문광장을 통제하면 손님 누가 오겠냐”며 “안 그래도 매출이 안 좋은데 오늘도 한 푼도 못 벌고 그냥 문 닫게 생겼다”고 넋두리를 늘어 놓았다.

광화문광장 일대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는 한 20대 직원은 “저렇게 차벽으로 광장을 막아 놓은 모습이 보기 좋지는 않은 것 같다”며 “(광화문광장을) 지나가는 것 자체가 불편한데 누가 여길 오려고 하겠냐. 광장 사방이 펜스로 둘러 쌓여있는 것을 보니 답답함 마저 느껴진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글날인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불법 집회, 차량 시위 등을 대비해 경찰 병력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글날인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불법 집회, 차량 시위 등을 대비해 경찰 병력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9

영업하지 않고 문을 닫는 가게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꽃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오늘 옆 가게는 장사해도 손님이 없을 것 같다며 문을 일찍 닫았다”며 “나도 그냥 하루 쉴 걸 그랬다. 가게에 파리만 날린다”고 말하며 한숨만 연거푸 내쉬었다.

광화문역 인근 식당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11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경찰한테 계속 붙잡혀 30분이나 늦었다”며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줘 가면서까지 통제를 하는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광화문광장을 통제한다고 하는데 과연 효과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제주도나 다른 여행지에는 사람이 엄청 몰리는데 왜 엉뚱한 곳에 경찰을 배치 했는지 잘 모르겠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부터 좀 해결을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광장을 통제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보수단체 때문에 일대 상가가 죽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상인도 있었다.

백반집을 운영하는 김현호(가명, 50, 남)씨는 “보수단체가 광화문광장에서 집회하겠다고 난리쳐서 이 사단까지 났다”며 “안 그래도 코로나19 때문에 경기도 어려운데 더 막막해졌다. 그들(보수단체)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려다 남들한테 피해만 끼쳤다”고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글날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 일부 보수단체의 집회를 대비해 경찰 차벽이 설치돼 있다. 지난 3일 개천절 광화문광장 주변에 설치된 경찰 차벽(왼쪽)과 비교해 다소 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글날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 일부 보수단체의 집회를 대비해 경찰 차벽이 설치돼 있다. 지난 3일 개천절 광화문광장 주변에 설치된 경찰 차벽(왼쪽)과 비교해 다소 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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