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추석 명절 앞두고 고향 못 찾는 시민들 ‘울적’… “찾아뵙지 못해 마음 무거워”
[르포] 추석 명절 앞두고 고향 못 찾는 시민들 ‘울적’… “찾아뵙지 못해 마음 무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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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의정부=송미라 기자] 추석을 10여일 앞둔 지난 21일 경기도 의정부 제일시장에서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2
[천지일보 의정부=송미라 기자] 추석을 10여일 앞둔 지난 21일 경기도 의정부 제일시장에서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2

명절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추석 분위기 예년과 달라
“서로 조심하며 추석 보내야”
선물은 모바일·택배로 전달
가게 매출 걱정하는 상인도

[천지일보 경기=류지민·송미라·김미정 기자]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때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했던 수도권이 연일 확진자를 두 자릿수로 유지하면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긴장의 끈은 놓을 수 없는 상태다. 방역당국이 추석 연휴 대규모 인구 이동을 통해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할 상황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침체된 분위기에 시민들은 추석 고향 방문을 자제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명절을 기다리고 있다.

21일 오후 경기도의 한 반찬가게에서 만난 박선희(가명, 30대, 여)씨는 “코로나19로 이번 명절 고향에 안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시댁에 말을 제대로 못 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시어머님이 먼저 오지 말라하셔서 고마웠지만, 마음이 참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추석에 친정엄마가 계신 산소에도 갈 생각이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만류로 고민이 깊어졌다”며 “코로나로 인해 평소 생활에도 지장이 많아졌는데 명절까지 이렇게 되니 너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둔 경기도 수원 팔달문시장은 물건을 고르는 시민들로 붐볐다. 길거리에서 과일, 채소 등을 파는 상인들과 거리를 서성이며 물건을 구경하는 이들도 있었다.
풍성한 음식들로 많은 이들이 반기는 명절이지만, 이번 추석은 평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고향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명절 귀향이나 모임 등이 큰 고민거리가 된 것이다.

쇼핑을 나와 명절 선물을 고르고 있던 최미숙(34, 여, 인천시 연수구)씨는 “결혼하고 첫 명절을 맞아 시댁과 친정 방문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면서 “양가 어르신들은 오지 말라고 하지만 마음의 부담이 크고 선물을 택배로 보내드리는 것이 부모님께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직원들에게 전달할 명절선물을 준비하러 나왔다는 방혁(49, 남,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씨는 “명절 방문으로 코로나19 전파 경로가 돼 부모님의 건강을 잃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이번 추석은 고향 방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전국에 코로나19가 확대된 상황이니 직원들에게도 친지들과의 접촉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시민은 코로나19로 인해 명절 고향 방문을 삼가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아 선물을 보낸다는 의견이 많았다.

[천지일보 의정부=송미라 기자] 추석을 10여일 앞둔 지난 21일 경기도 의정부 제일시장에서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2
[천지일보 의정부=송미라 기자] 추석을 10여일 앞둔 지난 21일 경기도 의정부 제일시장에서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2

상황은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들도 마찬가지였다.

수원 지동시장에서 떡 장사를 하는 박선자(61, 여, 팔달구 우만동)씨는 “장사하는 사람들은 명절마다 이동하기 어렵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 때문에 더 이동할 수 없다”며 “물론 내 자녀들은 근처에 살고 있지만, 코로나에 감염되면 안 되니 서로 조심하면서 추석을 보내기로 했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또 다른 가게를 운영하는 고숙진(60대, 여, 팔달구 화서동)씨는 “명절마다 자녀들이 부산에서 올라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며 “사랑하는 가족들을 못보는 게 참 아쉽기는 해도 좋아진 상황에서 가족들을 만나기로 결정했다”고 심정을 밝혔다.

추석을 앞두고 친척과 보지 못할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상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명절에 매출이 떨어지고 소비심리가 얼어붙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들도 보였다.

경기도 양주시의 한 전통시장에서 떡 방앗간을 운영하는 유재기(47, 남)씨는 “이번 추석을 앞두고 친척들도 못 보는데 장사도 안될까 걱정이 많다”며 “예년 같으면 추석 전날까지는 없어서 못 파는 송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작년처럼 준비했다가 안 팔려서 남을까 고민”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민과 상인들은 추석을 앞두고 혹시나 다시 확진자가 늘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까 불안해하기도 했다. 

전통시장에서 수십년째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사교종(60대, 남)씨도 한숨을 내쉬며 “희망이 안 보인다”고 토로했다. 사씨는 “작년과 비교해 과일을 많이 안 사 가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것은 마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원래대로라면 판매가의 20% 이익이 남는다. 그러나 지금은 5~10%만 남기고 있다”며 “가격을 예년처럼 올리면 손님들이 안 살게 당연하니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추석을 코앞에 두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2.5단계로 격상되면 어떻게 되려나 걱정이다”며 “내가 살아야 친척들을 보든 명절을 지내든 하는데 사정이 너무 힘들다. 코로나19가 얼른 종식되고 거리두기 단계도 완화돼 일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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