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24일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사살·화장 사건과 관련, 해당 공무원이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지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피격 사망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출처: 뉴시스)
군은 24일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사살·화장 사건과 관련, 해당 공무원이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지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피격 사망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출처: 뉴시스)

정부 “반인륜적 행위 사과·조치 요구”

9.19 군사합의 위반 아니라고 판단

北, 묵묵부답으로 대응할 가능성 커

남북관계 장기간 냉각국면은 불가피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사살하고 훼손한 사건으로 말미암아 남북관계가 중대 기로에 놓였다. 우리 정부는 북측의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자칫 ‘제2의 박왕자 사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북한을 강하게 규탄하며 책임 추궁을 하고 나섰다.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24일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저항 의사도 없는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북한군의 이러한 행위는 국제규범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동으로 우리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서 사무처장은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이러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군의 만행에 대해 9.19 남북군사합의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수역은 완충구역으로 돼 있다”면서 “9.19 군사합의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뉴시스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9.19 합의는) 완충구역에서의 해양군사훈련, 사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런 부분 하나 하나에 대한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남북 간 적대행위나 향후 군사적 신뢰 구축에 장애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결과와 정부 대책을 보고받고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북한 당국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9.2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9.24

하지만 정부가 현재의 난국을 돌파해 나갈 마땅한 선택지는 없어 보인다. 북측의 책임 있는 답변과 마땅한 조치를 취하라는 정부의 요구에도 북한이 무대응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지난 23일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을 꺼낸 시점에서 이번 사건이 벌어졌고, 비무장 민간인이 북측 상부의 지시에 따른 피격으로 사망했으며, 시체도 소각됐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이번 사건이 지난 2009년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씨 피격 사망 때처럼 남북관계에 중대한 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사건으로 남북교류 협력의 상징과도 같았던 금강산관광 사업은 중단됐고, 진상조사와 사과문제로 남북경색 국면이 장기간 이어졌다.

국회 외통위 소속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이번 사건을 ‘제2의 박왕자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 “보도가 사실이라면 민간인이 북측에 의해 사살된 사건”이라며 “명명백백하게 한 치의 의심이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성묵 한국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행태를 보면 남측과 상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단호해 보인다”며 “남북관계가 더욱 긴장 국면으로 들어설 것 같은데, 여기에다 문 대통령 종전선언 발언 직후 사건이 알려져 우리 정부도 굉장히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평도=뉴시스] 최진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군은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한 24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연평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군은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한 24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