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소연평도 실종자 북에 피격 후 화장…해명·처벌 촉”(서울=연합뉴스) 안영호 합참작전본부장이 24일 오전 국방부에서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공무원과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국방부는 이날 발표에서
군 “소연평도 실종자 북에 피격 후 화장…해명·처벌 촉”(서울=연합뉴스) 안영호 합참작전본부장이 24일 오전 국방부에서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공무원과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국방부는 이날 발표에서 "우리 군은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소연평도 실종자)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며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21일 실종 뒤 22일 오후 북한 등산곶 해상에서 발견

북한 측, 월북 진술 듣고도 상부 지시로 사살 후 불태워

“공무원 자진 월북 추정”… 성급한 ‘월북 단정’ 논란도

전문가 “코로나19 표면적 이유… 남측에 대한 불만 표출“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해양수산부 공무원 북한군 피격 사망 사건은 북측이 표류 경위를 확인하고도 상부 지시를 받고 사살한 것으로 우리 정부가 판단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의 긴장 수위가 고조되는 등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재차 꺼내든 ‘한반도 종전선언’ 발언과 맞물려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 역시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北 만행, 강력 규탄”

군 당국은 24일 북한이 이 공무원의 월북 의사를 확인한 뒤 상부의 지시를 받고 해상에서 사살한 후 시신을 불태웠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 대한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이 해수부 공무원을 발견한 것은 지난 22일 오후 3시 30분쯤이다. 북한 수상사업소 선박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에서 기진맥진한 실종자를 발견한 북한 군인은 방독면을 착용한 채 다가와 실종자를 확인했다.

이후 실종자의 표류 경위를 따져 물으며 월북 의사까지 들은 이 군인은 이후 상부의 지시를 기다렸다. 오후 9시 40분께 여전히 방독면을 착용한 북한군은 상부 지시로 해수부 공무원에게 사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이 불빛을 관측한 시간이 오후 10시 11분쯤인 상황에 비춰보면 북한군은 곧바로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추정된다.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진 것은 밤 11시에서 12시 사이였다.

당초 ‘원거리에서 정확한 표류 경위 등을 확인하지 않고 총격을 가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군과 정보당국이 파악한 정황은 의도적인 사살로 확인된 셈이다. 남북관계는 당분간 걷잡을 수 없이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문성묵 한국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날 천지일보와 통화에서 “북한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민감 대응 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오는데, 그건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라면서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을 이런 식으로 표출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우리 정부의 방역 등 호의적인 협력 제안을 행동으로 거부한 것인데, 대단히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센터장은 “북한의 행태를 보면 남측과 상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단호해 보인다”며 “남북관계가 더욱 긴장 국면으로 들어설 것 같은데, 여기에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발언 직후 사건이 알려져 우리 정부도 굉장히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은 24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실종 사고와 관련, 북한의 총격에 의해 해당 공무원이 숨졌으며 시신을 일방적으로 화장하기까지 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출처: 뉴시스)
군은 24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실종 사고와 관련, 북한의 총격에 의해 해당 공무원이 숨졌으며 시신을 일방적으로 화장하기까지 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출처: 뉴시스)

◆軍, ‘실종자’ 월북 가능성에 무게

군 당국은 전날(23일) 오후 4시 35분께 유엔사를 통해 북한에 전통문을 전달했지만 북측은 이날 오전까지 답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군은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신발을 선박에 두고 간 점 등에 비춰 자진 월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군과 정보 당국은 현재까지 수집한 첩보를 토대로 해수부 공무원이 어업지도선에서 바다로 뛰어든 후 40여 시간을 북측 해상에서 표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관련 부처에서는 A씨의 월북 시도 동기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북한 지역에서 남측 민간인이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은 2008년 7월 금강산관광을 갔던 박왕자 씨 사건 이후 두 번째다.

하지만 군 당국이 사건 발생 초기부터 월북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A씨가 자녀 2명을 두고 있는 평범한 40대 가장인데다, 평소 근태 등 업무와 관련해 특이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굳이 월북을 시도할만한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더해졌다.

월북을 단정한 군의 설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민의힘을 축으로 한 야권이 즉각 반발하면서 정치 이슈로 비화하고 있다.

다만 문 센터장은 “월북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이 실종됐을 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게 더 큰 문제”라며 “당시 상황을 포착했으면 신속한 대응에 나섰어야 하는데, 과연 뭘 어떻게 했느냐가 비난의 대상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하고 대응에 나섰다. NSC는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상임위를 열고, 최근 북한의 연평도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정확한 경위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북방한계선(NLL) 인근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업무중 실종된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A씨가 탑승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사진=서해어업지도관리단) (출처: 뉴시스)
북방한계선(NLL) 인근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업무중 실종된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A씨가 탑승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사진=서해어업지도관리단)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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