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앞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군인들 모습. (출처: 뉴시스)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앞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군인들 모습. (출처: 뉴시스)

국가인권위원회 ‘감염병 시대의 인권’ 주제 온라인 토론회

이경현 소장, SNS 통해 코로나19와 혐오 빅데이터 분석

중국인·성소수자·여성‧신천지‧대구시민에 확진자 혐오 극심

“사회적약자에 떠넘겨 비난대상 만들고 시기따라 달라져”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인종과 국경, 종교, 성별, 나이를 초월해 무차별적인 감염력을 과시하며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지만 코로나19는 질병 자체로만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니었다. 감염에 뒤따르는 확진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코로나19를 더 공포스럽게 만들었고, 특히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확산 양상에 따라 다수가 아닌 소수자·약자에게서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

코로나19의 꼬리표를 단 혐오·차별은 유행 기간에 따라 그 대상을 바꿔가며 특정 집단을 원인 제공자로 몰아갔고 비난 여론을 확산시키는 형태를 보였다. 이에 대해 긍정 발언을 대세로 만들고 혐오 발언을 표현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주최로 진행된 ‘감염병 시대의 인권’ 온라인 토론회에서 이경현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와 혐오 빅데이터 분석 결과’라는 주제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 글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분석에 따르면, 1~5월중 인종차별, 성소수자, 지역혐오, 신천지혐오는 평균적인 언급량을 벗어나 큰 폭의 등락을 보였다. 혐오발언이 코로나19 언급 양상에 따라 증가 또는 감소했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언급량 비중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코로나19 유행 기간과 상관없이 꾸준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장애인혐오 발언 언급량을 제외하고, ‘중국인’ ‘중국사람’ 등과 관련한 인종차별 언급량이 186만 6249건(21%)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어 성소수자 혐오가 43만 1437건(5%), 여성 혐오 24만 4968건(3%), 신천지 혐오 8만 6451건(1%), ‘대구 폐렴’ 등 지역 혐오 5만 9108건(1%) 등으로 집계됐다.

1~5월에 소수자·약자들과 관련한 혐오 발언 비중은 장애인혐오 발언 비중보다 작았으나, 이는 오히려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반짝’ 올라갔다가 내려갔다는 것을 의미함을 짐작하게 한다. 혐오 발언이 급증하는 기간을 유형별로 나눠 살펴보면 혐오 발언이 코로나19 양상에 따라 그 대상을 달리하며 공격을 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와 혐오발언 언급량 비교. (출처: ‘감염병 시기의 인권’ 토론회 자료집)
코로나19와 혐오발언 언급량 비교. (출처: ‘감염병 시기의 인권’ 토론회 자료집)

올해 1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더불어 이슈화됐던 ‘중국인’ 등과 관련된 인종차별 발언은 1월 마지막 주와 2월 마지막 주에 2배 이상의 언급량을 보이며 급상승했다. 가장 높은 언급량을 보인 1월 마지막 주의 경우 한주 집계가 무려 26만 5130건에 달했다.

2월 하반기부터 3월초 사이에는 신천지 혐오와 관련한 언급이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코로나19 이전 400건 내외의 언급량을 보이던 신천지에 대한 부정 언급량은 2월 3주차에 1만 1000여건으로 급증했고, 4주차에도 1만 3000여건으로 높은 수준의 언급량을 기록했다.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신천지와 관련해 2월 3주차의 경우 부정적 언급량이 전주 대비 400% 가까이 증가했고, 부정 언급 비중은 전체의 약 94%를 차지할 정도로 극심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관어를 살펴보면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 2월 3~4주차에는 ‘대구’ ‘사이비종교’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 등이 상위 연관어로 올라서며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이라는 사태의 책임이 신천지에 있다는 식의 글들이 많이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4월 2주차에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이나 유튜버들의 종교 연관성에 대한 언급들이 증가했고 다양한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이야기들이 신천지 혐오와 함께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과 관련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세를 보였던 지난 5월엔 성소수자 혐오 표현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5월 1~2주차에 성소수자와 관련한 부정적인 언급량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동시에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5월 2주차에는 한주간에만 1만 7073건의 부정적인 언급이 작성되며 88.7%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용인시 거주자 A씨(29)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 앞을 시민과 외국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0.5.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이태원 한 클럽 앞을 시민과 외국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DB

이와 관련해 이 소장은 “장애인혐오나 여성혐오는 큰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었으나 인종차별, 성소수자 혐오, 지역 혐오, 신천지 혐오는 코로나19 언급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SNS상에서 코로나19의 증감과 혐오·차별적 발언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재난 상황에 대한 공포가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혐오 발언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세계적인 감염병 확산이라는 재난 상황에서 그 책임을 사회적 약자에게 떠넘김으로써 비난할 대상을 만들고 시기에 따라 옮기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발현됐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이러한 혐오·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프레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떠한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혐오 발언을 높이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며 “대항표현과 정부·언론의 입장 표명, 캠페인 등은 특정 이슈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줄이는 효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올해 2월말에서 3월초에 이뤄진 ‘#힘내요DAEGU 캠페인’ 등 SNS를 중심으로 한 대구에 대한 응원과 다양한 단체·개인들의 응원의 영향으로 긍정 언급이 증가하고 부정 언급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이어 “이벤트 발생 이전에 이미 확고한 의견을 갖고 있던 이들의 언급을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고 장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면서도 “긍정 언급을 ‘대세’로 만들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이 (혐오 발언을) 표현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혐오와 차별이 나쁘다는 사실의 제시보다는 다른 아젠다를 만들어냄을 통해 새로운 프레임을 대중에게 던짐으로써 긍정 발언을 높이고 부정 발언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소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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