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세일럼=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윈스턴세일럼=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발언, 신간 ‘격노’ 논란 영향인 듯

‘격노’, 트럼프·김정은 오간 친서 내용 담아

주한미군 사령관 “북한 도발 징후 전혀 없어”

‘옥토버(10월) 서프라이즈’ 국면 전개될 수도“

전문가들 “미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미국 대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최근 일제히 유화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불과 10일 전인 지난 1일(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저지를 위해 부처 합동 주의보를 발령하는 등 대북 압박 조치에 나섰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뜬금없이 “김정은 건강해” 언급

“김정은은 건강하다. 절대 그를 과소평가하지 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내용이다. 이외에 별도의 다른 언급은 없었다.

짧은 한 줄이었지만, 미 대선 국면에서 한동안 잊혀졌던 북한 관련 동향에 관심이 쏟아질 만큼 화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뜬금없이 왜 이런 내용을 올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곧 출간될 신간 ‘격노(rage)’ 관련 논란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책은 내주 발간될 예정인데,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해 명성을 날린 밥 우드워드 기자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18차례 독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문제는 이 책의 일부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주고받았다’는 친서 관련한 내용인데, 이런 식으로 정상 간에 오간 친서가 노출된다면 이는 외교적 결례일 뿐만 아니라 특히 최고지도자의 ‘존엄’을 강조하는 북한 입장에선 불쾌하게 여길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날 CNN방송에 따르면 실제 트럼프 대통령도 우드워드 기자에게 “친서 내용을 공개하지 말라”고 경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보면 ‘발언’ 맥락은 북한의 반응을 의식해 대비 차원에서 메시지를 발신하는 등 상황 관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11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을 자극시키지 않기 위한 것으로, 말 그대로 관리에 들어간 것”이라며 “잘 관리하고 있다는 메시지 정도로 보면 된다”고 답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과 함께 ‘격노’에 대한 미국 언론의 보도는 며칠째 경쟁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드워드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주고받은 27통의 친서를 입수했으며, 이 중 25통은 공개적으로 보도된 적이 없는 편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일간 USA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군 철수를 원했으며 미군을 빼내라고 명령했다고 한 이 책의 내용 일부를 전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소재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코로나19 사태는 중국의 잔혹한 권위주의 정권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출처: 뉴시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소재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코로나19 사태는 중국의 잔혹한 권위주의 정권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출처: 뉴시스)

◆행정부 관리들도 ‘호의적’ 발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전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이 겪고 있는 보건 위기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등 에 대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진지한 대화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 참석해 “북한의 상황은 상당히 안정적”이라면서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10월 10일)을 계기로 한 군사 행보도 전혀 징후가 없다고” 발언해 주목을 받았다.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CSIS가 “신포 조선소 위성사진에서 정박한 여러 척의 선박 중 하나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발사 시험용 바지선을 끌어내는 예인선과 비슷하다”며 북한의 SLBM 발사준비 정황을 거론한 것과 배치됐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38노스는 당시 이 장면에 대해 태풍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대화를 촉구했고,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엇갈리는 평가 속에서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일축한 셈이다.

이렇듯 대북 관련 미 핵심 당국자들이 호의적인 발언을 연이어 내놓자 11월 미 대선에 앞서 또다시 북한 카드를 활용해 이슈몰이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 달래기에 나서는 등 일각에서 제기된 10월 북미 정상회담을 일컫는 ‘옥토버 서프라이즈’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와의 경쟁에서 다소 뒤처지는 것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신 센터장은 “완전히 닫혀있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미 대선 전 회담은 없다고 공언했고, 현재 북한은 코로나19나 수해 복구 등 내치에 주력해야 할 형편”이라고 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도 통화에서 “그런 기대를 갖는 분위기도 있지만, 단순히 기대일 뿐”이라며 “북미 간 정상회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첫 북미 정상회담 후 합의문에 조인한 뒤 각자 서명한 합의문을 들고 퇴장하고 있다. (출처: 싱가포르=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첫 북미 정상회담 후 합의문에 조인한 뒤 각자 서명한 합의문을 들고 퇴장하고 있다. (출처: 싱가포르=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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