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7시 25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역 부근을 지나던 열차 안에서 50대 남성 A씨가 마스크를 쓰라고 요청하던 승객의 목을 조르고 있다. (출처: 유튜브 사사건건 캡처) ⓒ천지일보 2020.8.28
27일 오전 7시 25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역 부근을 지나던 열차 안에서 50대 남성 A씨가 마스크를 쓰라고 요청하던 승객의 목을 조르고 있다. (출처: 유튜브 사사건건 캡처) ⓒ천지일보 2020.8.28

슬리퍼로 때리고, 목 조르고

지하철서 시민들 간 ‘난투극’

경찰, 관련 사건 141건 접수

‘폭행범 엄벌촉구’ 국민청원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손지하 인턴기자] 지하철 안에서 마스크를 써달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시민이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미성숙한 시민의식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7일 ‘지하철 마스크 싸움’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유튜브에 게재됐다. 이 영상은 중년 남성 A씨가 지하철 안에서 슬리퍼로 다른 승객의 뺨을 때리는 모습이 나오면서 시작된다. 영상 속에서 A씨는 “네 할 일 하면 되지 무슨 상관이야?”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내뱉고, 슬리퍼를 휘둘렀다.

이윽고 그는 옆에 있던 다른 승객에게도 달려들어 목을 졸랐다. 주먹질·발길질 속에 3분 가량 격렬하게 지속되던 싸움은 결국 주변 다른 승객들에 의해 만류됐고, A씨는 지하철 승객 2명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면 폭행을 당한 시민 2명은 사건 발생 전 A씨와 함께 동승한 일행인 B씨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지하철 내부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에게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A씨가 갑자기 격분하면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한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해당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A씨는) 전과가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꼭 처벌해달라” “할 말 못하는 세상이 돼 버렸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 일각에선 피해시민에 대해 “젊은 아저씨가 정말 용기있었다. 그런데 (폭행을 당한) 트라우마가 오래갈 것 같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 같은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시민 간 마찰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이후 석 달 동안 349명에 달하는 시민이 관련 사건으로 입건됐다. 이 중 폭행이나 상해는 164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가 시행된 지난 5월 13일부터 이달 25일까지 대중교통 내 마스크 미착용으로 마찰을 빚은 사건은 총 141건 접수됐다. 이 중 검거된 인원은 151명이다.

폭행이나 난동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최근 서울 지하철 1호선 전동차에서 한 여성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주변 승객의 머리를 가방으로 내리치는 등 난동을 부리다 체포됐다.

부산에서도 60대 남성이 마스크를 제대로 써달라고 요청하는 도시철도 보안관을 폭행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동대문구 답십리역에서는 60대 남성이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한 버스기사를 폭행해 경찰에 검거됐다.

이 같은 미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인해 잇따르고 있는 마찰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시민도 있었다.

신민아(가명, 24, 여)씨는 “코로나로 인해 각자가 힘들다보니 더 예민해지고 충돌이 잦아지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서로가 힘든 것들을 알아주고 돌봐주면서 이겨내면 좋겠다. 다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주화(54, 여, 서울 관악구)씨는 ‘지하철 마스크 싸움’과 같은 사건에 대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아무도 막지 못하는 것인데, 감염률이 떨어지게 하려면 마스크를 꼭 해야 한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아 지적 받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미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청원인은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했다고 마을버스 기사를 폭행해 심지어 목까지 물어 뜯은 사례가 있다”며 “피해자는 살점이 뜯겨져나가 당장 봉합할 수조차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폭행범을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고 있는 한 기사도 청원을 올렸다. 그는 “마스크를 코까지 잘 올려달라는 부탁에 한 승객은 ‘법에 걸리지도 않는데 왜 내가 (기사의) 말을 들어야 하느냐’는 식으로 흥분하며 욕설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승객들의 안전과 감염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기사들이 왜 이렇게 정신병자 취급을 받으면서 일을 해야 하는지 정말 눈물겹다”고 호소했다.

마스크 미착용을 놓고 버스기사와 실랑이를 벌이다 폭력을 휘두른 사람을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천지일보 2020.8.28
마스크 미착용을 놓고 버스기사와 실랑이를 벌이다 폭력을 휘두른 사람을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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