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요즈음 주변에서 기억력이나 주의력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특히 책을 읽을 때 뒷장을 넘겼는데 앞에서 읽은 내용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중요한 내용만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핵심 단어만 건너뛰며 읽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기는 매한가지다. 그러니 길고 조금 어렵다고 느끼는 글을 읽을 때는 더더욱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려운 글을 읽을 때 발전해 나가게 되는데 말이다. 

세계적인 인지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매리언 울프는 위의 내용이 조금이라도 공감이 간다면 내 머릿속의 읽기 회로가 망가지고 있다는 경고라고 말한다. 새롭고 편리한 스마트기기에 의해 너무 쉽게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반대로 책을 읽을 여유로운 마음이나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산호세대학교의 지밍 리우 교수는 디지털 기기를 통한 읽기의 경우, 텍스트를 빨리 훑어 맥락을 파악한 후 결론으로 직행하게 되는 ‘훑어보기’식이 되기 쉽다고 말한다. 이런 훑어보기 식이 반복되는 경우 비판적 사고나 반성, 공감과 이해, 개인적 성찰 같은 것을 잃어버리기 쉽다. 

얼마 전에 몇 년 전에 블로그에 올린 글에 너무 부정적으로 공격하는 댓글이 달려서 처음에는 그에 대한 의견을 정성껏 올렸지만 도가 지나친 댓글들이 너무 많이 올라와서 디지털 피로도가 급격히 상승해서 결국은 글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 빨리 훑어보고 공격의 대상이라고 파악한 것 같다. 

매리언 울프의 경우에도 ‘깊이 읽기’에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지만, 책에 몰입하던 경험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논문에서 다루었던 ‘초보자 수준의 읽는 뇌’로 회귀하는 것을 깨닫고 ‘읽기 회로’를 되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책 읽기를 한 적이 있다. 어린 시절 크게 감명을 받았던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를 다시 읽으려 했지만, 디지털 읽기 방식에 익숙해진 자신의 뇌가 더 이상 난해하고 깊이 있는 글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디지털 매체를 통한 읽기는 분명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긴 하지만, 디지털 매체에서의 짧고 자극적인 정보들만 취할 것이 아니라 책 읽기, 그것도 천천히 읽기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필자의 경우에 디지털 매체를 멀리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책 읽기는 꾸준히 하는 편이다. 더구나 읽은 책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다보니 나름대로 깊게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일까? 시력이 안 좋은 편인 것에 비해서 책을 읽을 때에는 불편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의 몸은 쓰임에 따라서 계발되고 퇴보하기도 하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독서는 도움이 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SNS를 하더라도 책을 읽은 이상으로는 하지 않겠다든가 하는 원칙이 필요한 것 같다. 다시 아날로그 시대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우리 스스로 필요한 원칙들을 만들고 지켜나감으로써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컨트롤 할 수 있을 때 행복할 수도 있고,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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