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하교 인사를 하면 한국 어머니들은 시험성적을 물어보거나 선생님께 어떤 칭찬을 받았는지를 물어본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큰아이가 시험이 끝났을 때 집에 들어오면서 자기는 몇 점을 맞았고 자기보다 시험을 잘 본 아이는 몇 명이라고 분석적으로 이야기했던 것으로 봐서 필자 또한 다른 엄마들과 똑같았던 것 같다.

그런데 외국에서는, 특히 교육 선진국에서는 어떤 질문을 했는지를 물어본다고 한다. 미국의 저명한 물리학자 중에 이시도어 아이삭 라비(Isidor Isaac Rabi)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오스트리아에서 출생했지만, 바로 다음해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코넬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그는 공명(共鳴)의 원리를 응용한 핵자기공명흡수법(核磁氣共鳴吸收法)에 의한 정확한 핵의 자기모멘트 측정으로 194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이처럼 영향력 있는 과학자가 될 수 있었냐는 질문에 자신은 과학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 이유로 어머니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어린 시절, 그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머니는 항상 오늘은 어떤 것이 궁금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무엇에 대해서 궁금해지기 시작하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물론 다른 사람, 다른 사물, 이외의 온갖 것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질문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하는 질문도 무척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잘 하고 있는 것인지,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 내가 그렇게 생각한 것이 맞는지, 생각보다 질문의 범위도 넓고 해야 할 질문도 많다. 가끔은 ‘상대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렇게 행동한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다 보면 ‘이해 못 할 일도 없는데’라며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지만 급격히 피로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꼭 이렇게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하고 답하는 일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꾸준히 해야 한다. 

이러한 수많은 질문들은 자신을 성장시키고 생각이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아이들을 대할 때에도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는 것보다 왜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됐는지 자신의 마음을 자꾸 표현하게 도와주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자기 마음은 물론 남의 마음도 더 잘 알게 되고 더 깊이 있게 알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게 된다.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볼 때도 훨씬 활기차 보이기도 하고 행복해 보이기도 한다. 

반대로 질문을 하지 않는 사람은 활기차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행복은 움직임을 좋아한다. 움직이면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은 것을 먹을 때 행복함을 느낀다. 질문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은 질문을 하지 않으니 호기심도 없고 움직일 필요도 적은 사람이다. 행복이 주어져도 행복한지조차도 잘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남에게도 선입견을 버리고 자꾸 물어보는 것이 좋다. 물론 자신이 어떤 결론을 가지고 물어보는 것은 자칫 다그치는 것 같아 보여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궁금한 것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자꾸 질문하다 보면 분명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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