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인간의 의식은 크게 안전지대, 학습지대, 공포지대로 나눠진다고 한다. 인간은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늘 공포를 느끼며 성장해 왔지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선호하는 것은 역시 ‘안전지대’이다. 그렇지만 안전지대만을 고집한다면 발전이란 없다.

고액 연봉은 물론이고 별도의 연말 보너스까지 충분히 받는 헤지펀드사에 다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나가서 실패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 그가 결정을 하기 위해서 썼던 방법은 자신이 여든 살이 됐다고 상상하며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어떤 일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가?”라고 자문해 보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서, 당장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는 자신의 차고에서 사이트 하나를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날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다. 

만일 그가 안전지대만을 고집하고 자신이 원하는 완벽한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면 아마존은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필자의 경우도 십 년 전 잘 다니던 회사 ‘꿈희망미래재단’을 그만두었다. 혼자서 뭔가를 하는 것이 무척 부담이 돼 찾아 뵌 스승님께서 멋진 말씀을 해 주셨다. 두렵다고 생각할 때 뛰어내려보아야 자신에게 있는 날개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 때 고민을 접고 오픈한 것이 바로 ‘행복플러스연구소’이다. 연구소가 유명해지거나 크게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필자를 포함한 여러 사람에게 ‘학습지대’의 역할은 충분히 해 주었다.

최근에 오픈한 성격상담카페도 그렇다. 코로나로 인해서 하던 사람들도 다 힘들어서 폐업을 생각한다는데 1층도 아닌 2층에 카페를 오픈한다니 말리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조금 불안했지만 두 배, 세 배로 열심히 하리라고 생각하고 오픈을 했다. 앞으로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나쁘지 않다. 물론 기대도 크지 않아서일지 모르겠다. 완벽한 때란 없는 것 같다. 시작해서 결과가 잘 만들어졌을 때 사람들은 참 완벽한 때 시작했다고 이야기할 뿐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 시작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호경기라서 1층에 카페가 많았다면 지금과 같은 성과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닭이 알을 깨고 나올 때에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해 껍질 안에서 쪼는 것을 줄(啐)이라고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啄)이라 한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잘 이뤄질 때 좀 더 수월하게 병아리가 될 수 있다. 병아리에게는 알의 속이 안전지대이다. 하지만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그리고 누군가 선배나 스승 같은 사람이 밖에서 알을 깨뜨려 안전지대를 벗어나게 해주려는 노력이 동시에 일어나면 좋다.

스스로 안전지대를 벗어나서 학습지대에서 머물기를 즐기고 인생 후배나 제자들도 안전지대에서 끌어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스승이다. 늘 학습지대에 머물며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것, 그리고 늘 새로운 나날을 느끼며 생활하는 것, 그것이 행복한 삶의 극치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머무는 자리가 ‘오래된 안전지대’는 아닌지 점검해 볼 일이다. 약간의 위험이나 불편함을 감수할 때 그에 상응하는 행복이 주어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부모가 힘들게 번 돈을 아이들에게 주었을 때 아이들이 부모가 기대하는 만큼 행복해하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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