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칼럼] 연좌제의 금지
[인권칼럼] 연좌제의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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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헌법 제13조 제3항에는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이 헌법 조항을 연좌제 금지조항이라고 한다. 연좌제란 사전적으로는 범죄자와 일정한 친족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연대해 그 범죄의 형사 책임을 지우는 제도를 말한다. 즉 연좌제는 범죄인과 특별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연좌제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제도로 근대 형법에서 형사책임에 있어서 개별화의 원칙이 확립되면서 점차 사라졌다. 우리나라도 과거 조선에서 연좌제가 시행됐다. 그러나 20세기에 오면서 실정법에 기본적으로 자기책임원칙이 도입되면서 폐지됐다. 연좌제는 친족관계에 연루돼 형사책임을 지는 제도에서 넓게는 친족 이외의 자의 형사책임뿐만 아니라 그 외의 불이익한 처우까지도 포함하게 됐다. 이는 헌법에서 명문으로 친족 행위로 인한 불이익한 처우 금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연좌제의 금지는 자기결정권으로부터 파생되는 자기책임원칙에 근거한다. 자기책임원칙은 자기가 결정하지 않은 것이나 자기가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한다. 헌법재판소는 자기책임의 원리라 해 헌법원리로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자기책임원칙을 헌법상 “자기결정권의 한계논리로서 책임부담의 근거로 기능하는 동시에 자기가 결정하지 않은 것이나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않고 책임부담의 범위도 스스로 결정한 결과 내지 그와 상관관계가 있는 부분에 국한됨을 의미하는 책임의 한정원리로 기능한다”라고 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자기책임의 원리는 인간의 자유와 유책성,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반영한 원리로서 그것이 비단 민사법이나 형사법에 국한된 원리라기보다는 근대법의 기본이념으로서 법치주의에 당연히 내재하는 원리로 볼 것이고 헌법 제13조 제3항은 그 한 표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자기책임원칙을 자기책임의 원리라고 표현함으로써 원리와 원칙을 혼동하고 있다. 원칙에는 예외가 있지만 원리에는 예외가 없다. 그런 점에서 법률용어로서 원리와 원칙은 구분돼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헌법 제13조 제3항의 연좌제 금지는 자기책임원칙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헌법상의 연좌제 금지는 자기결정권과 자기책임원칙으로부터 파생되는 법치국가의 요청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헌법이 연좌제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독자적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형벌에 있어서 자기책임원칙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헌법이 친족의 행위로 인한 불이익 처우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친족의 행위를 당사자의 책임영역에 귀속시킬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배우자의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를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의 조항은 배우자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후보자에게 지휘·감독책임을 물어 후보자의 자기책임의 영역에 귀속시키는 것이라서 연좌제의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리고 제3자 행위로 인한 책임의 문제는 자기책임원칙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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