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국가의 최고 법질서인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할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헌법의 기본권은 헌법 제37조 제2항을 통해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제한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 제13조 제2항은 소급입법에 의한 참정권의 제한을 금지하고 있다. 참정권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제한할 수 있으며, 참정권을 규정하고 있는 제24조와 제25조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참정권이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참정권에 관해서는 소급입법으로 제한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즉 과거 행위를 대상으로 참정권을 제한하려고 법률을 제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이 유독 참정권에 대해서만 법률로 소급해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은 헌법이 대의제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의제는 국민이 선거제도를 통해 국가기관을 구성하고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가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제도이다.

대의제가 실현되기 위해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선거제도이다. 선거제도는 참정권의 행사를 통해 구체화 된다. 참정권은 국민이 국가의사의 형성에 참여하는 권리로 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이 있다. 공무담임권에는 공직선거에 선출될 권리인 피선거권이 포함되는데, 피선거권은 선거제도의 요소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제41조와 제67조에 선거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대통령의 피선거권에 관해서는 명문으로 규정을 두고 있다.

대의제를 운영하는데 필수적인 제도가 선거제도이고, 선거제도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행사로 실현된다. 헌법은 제24조와 제25조에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는다고 해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래서 선거제도는 입법형성권의 행사를 통해 구체화 된다. 우리나라는 선거권이나 피선거권의 구체적 내용을 공직선거법에 규정해 선거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선거권은 18세 이상의 국민에게 부여하고 있고, 피선거권은 대통령의 경우 40세 이상의 국민,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25세 이상의 국민에게 부여하고 있다.

대의제를 원칙으로 하는 현행 헌법 체계에서 선거는 국민이 국가의사형성에 참여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헌법 제1조 제2항에서 모든 국가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기 때문에 선거는 국가권력을 형성하고 대의제를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 이유로 선거제도의 요소인 국민의 기본권으로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보장은 대의제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선거는 일정한 기간을 정해 주기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시간적 요소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참정권을 법률로 소급해 제한하게 된다면, 선거로 국민에 의해 선출된 입법권이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헌법에 의해 형성되는 민주적 정당성의 본질을 훼손하게 된다. 즉 국민의 참정권을 소급해 제한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의 훼손과 대의제민주주의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물론 헌법 제13조 제2항에서 말하는 소급입법에 의한 참정권 제한 금지에도 진정소급입법과 부진정소급입법은 구분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법치국가원리로부터 파생되는 소급입법금지원칙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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