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빅 브라더가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있다’ 국가가 개인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전체주의를 비판한 조지 오웰의 ‘1984’ 소설 속 설정이다. 이 작품이 발표된 그 당시 수많은 독자들은 개인의 사생활이 누군가에 의해 감시당하는 게 아닌가 하고 우려했던 바 그 후 많은 세월이 흐르고 정보화 진전과 함께 최첨단 시스템 등장으로 인해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개인사생활 보호에 관한 여러 장치들을 마련해 놓고 대응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자신의 사생활이 본의 아니게 노출돼 감시당할까봐 걱정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대로는 물론이고, 골목까지 속도위반 차량 적발, 방범 또는 생활쓰레기 방지용 감시용 카메라가 설치돼 있으니 그 자체가 감시권력인 ‘빅브라더’의 하나의 형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현대 들어 필수공간이 된 각종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상 활동들이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 공권력에 의해 제어되고 수집돼 활용된다면 그로 인해 사회구성원들의 사생활 침해와 개인적 공포는 매우 클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기에 개인간․단체간 커뮤니티가 일상화돼 활발히 전개되는 현실에서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자유권이나 언론출판, 표현의 권리를 온전히 지켜내기 위한 각종 개인정보 보호 관련 방지책들은 필수불가결한 제도로 고착되고 있는 지금이다. 

소통의 시대인 요즘 들어 대다수 사람들이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가운데 그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기도 한다. 지인 몇몇의 소모임에서 인터넷 카페 등을 개설해 자기들만의 공간을 마련해 연락을 취하는 등 교류를 즐기는바, 대표적인 게 동호인 카페나 지역사회의 생활정보 공유형 카페라 할 것이다. 특히 지역사회 중에서 신세대 젊은 층들이 모여 사는 신도시일수록 지역카페에 참여해 지역문제를 논의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주민들이 일상 정보를 얻고 각종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다 보니 저마다 필요성을 공감하는 것이다.

지역카페 소통 공간에서 행정기관이 마치 소설 ‘1984’처럼 들여다보고 회원들이 논의하는 내용에 대한 근거와 해명을 묻는 해괴한 일이 발생했다. 내용인즉슨 최근 경기도 ‘구리갈매지구연합회’의 카페상 게재물에 대해 행정기관이 낱낱이 들여다보고 연합회가 구리시에 대해 아무런 질의를 하지 않았음에도 시 공무원이 카페 회원 간 소통․논의한 내용을 발췌해 공문 보내고 답하라는 것이다. 더욱이 문제시되는 것은 이 공문을 연합회 주소가 아닌 대표자가 경영하는 가게로 보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카페 회원 간 의견 개진 등 관련해 아무런 권한이 없는 행정당국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이자 자칫 카페를 통제하는 인상을 주고 있으니 주민에 대한 갑질이다. 법에 근거 없이 사찰한 게 됐으니 지역사회 주민들의 불만이 일파만파로 번져나고 있다. 

구리시 갈매지구는 2009년,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지구 정책’에 따라 일대 143만㎡ 면적에 총 9912세대를 입주시키기 위해 마련된 신도시로 지금은 3만명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서울 태릉과 경계를 이루다 보니 젊은 세대들이 많이 입주한 곳으로 자연히 지역 아파트의 ‘연합회’ 활동에 관심이 많아 1만 1천명이 넘은 갈매지구 카페회원들이 갈매 신도시문제와 일상생활에 대해 좋은 의견을 나누고 활발한 정보를 교환하는 그들의 자유의사 토론장인 것이다.          

그러함에도 구리시가 마치 카페를 사찰하는 듯한 공문발송 행위는 문제가 크다. 연합회 회원들이 카페에 올린 글 ‘구리시는 기존 도매시장 이전 후 상업시설(주상복합) 개발에만 열을 올린다’라거나 ‘100만 제곱미터 첨단물류로 인한 교통량 증가, 미세먼지 등 환경영향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이’ 등 게재 글은 연합회 회원들 상호 간 의견개진에 불과한 것으로 내부 소통 공간을 통해 얼마든지 논의대상이 될 수 있음에도 구리시에서는 카페 게재 내용을 발췌해 공문을 보내고 근거를 묻는 등 의무 없는 행위를 했다. 그야말로 정보기관이 특정 기관․단체 활동을 사찰하거나 정보를 수집해 대내 보고용으로 올리는 내용보다 한 수 더 뜬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연합회에서는 구리시에 대해 “회원제로 활동하고 있는 주민들의 공동커뮤니티에서 게시된 글을 발췌해 질의형식으로 공문을 발송한 법적 근거와 정보취득 경위에 대한 해명을 요청한 상태다. 그 말대로 연합회 카페는 주민끼리 정보공유, 의견수렴 차원의 글로 구리시에 공식적인 민원을 제기한 적 없다는 것인바, 구리시가 무슨 의도에서 개인 카페의 글을 샅샅이 뒤지고 ‘콩 놔라 팥 놔라’ 일일이 간섭하며 직인도 찍지 않은 공문을 개인 사업장으로 보낸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구리시 도시계획과가 무슨 국정원이나 주요 정보기관이라도 된 듯 착각한 모양이다. 지역발전과 주민복지 향상이라는 지방자치의 대의는 어디로 가고 주민카페까지 뒤지면서 주민을 압제하고 권력기관인 양 갑질하려 드는 경기도 어느 지자체의 일그러진 일탈행위, 그 한심한 작태를 다른 행정기관에서는 제발 닮지나 말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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