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봄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우울했는데, 설상가상으로 닥친 올여름 장마가 몰고 온 재난 피해는 국민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봄과 여름 두 계절을 불안감과 무기력 속에서 속절없이 보냈으니 누군들 답답함이 오죽하였겠는가. ‘기분이 꿀꿀하다’는 표현은 이럴 때 어울리는 것이니 우리사회에 무엇하나 시원한 구석이라곤 찾아볼 데 없는 현실이다. 그저 주변에서 들려오는 건 나라가 광복(光復)돼 모두가 기뻐해야할 날에도 이념으로 갈라진 국민들이 서울 광화문에 몰려들어 ‘정권타도’를 부르짖었다는 것, 잠시 주춤했던 코로나19 지역감염자가 수도권지역에 창궐해 최근 닷새 만에 1천명에 이르러 2차 대유행 위기에 처해졌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그렇다보니 이 시기에 사력을 다해 울어대면서 청량감을 가져다주는 매미에게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다. 통상적으로 한여름 무더위가 물러가는 시기에 매미의 울음이 맹렬하다. 그 작은 곤충이야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짝짓기를 위한 필사적 구혼(?)이겠지만 계절 흐름에서 보면 이것도 하나의 자연의 순리라고 할까? 그 맹렬한 울음은 ‘곧 여름이 끝난다’는 예고이니 매미와 같은 미물들도 자연 법칙에 순응한다는 점이 신기하기만 하다. 따지고 보면 자연이치의 순리가 인간생활에도 미침은 마찬가지일지니, 모든 일을 순리대로 행하라는 것인즉 그런 맥락에서 우리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와 관련해 하나의 사건을 되짚어본다. 

본디 사회의 각종 제도적 장치는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케 하는 데에 있다. 사회질서를 위한 형벌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헌법에서 죄형법률주의를 언급하고, 형사피고인이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는 것이다. 이는 인신구속과 재판에 있어 신중하라는 뜻이니 사회적 신분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은 평등성과도 연관된다. 그렇게 볼 때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14일 구속기소된 이만희(89)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의 구속에 대해 신천지교인을 비롯해 국민 의견이 분출되고 있음에 당국은 귀기울여야한다.   

대체적인 보편적 의견은 우리나이 90세의 고령에다가 지병이 있는 노인에 대해 꼭 구속해서 재판을 받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영장발부 판사는 구속 사유에서 “범죄사실에 대해 일부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일정 부분은 혐의가 확실해 보인다”고 말하면서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이 총회장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는 것인즉, 영장발부전담 법관이 결정한 것이니 국민입장에서는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는 없는 일이라 해도 여운을 남기고 아쉬움이 따른다.

이 건과 관련해 추미애 법무장관이 지난 2월 “신천지의 역학조사 방해 등 불법행위에 대해 압수수색 강제수사로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검찰에 지시하자마자 수원지검에서 압수수색을 감행하고 적극 강제수사에 나섰다는 신천지교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이 건을 구속 수사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더욱이 손혜원 전 여당 의원은 며칠 전 1심 재판에서 1년 6월 선고가 있었음에도 방어권 행사를 위해 법정구속하지 않은 점과 비교해보면 재판부가 다르지만 기회제공의 형평성에서 볼 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누구든 범죄가 있으면 의법처단해야 하는 건 맞다. 그렇지만 법 적용에 있어 전후사정을 감안한 정상참작이라는 게 있다. 지난 2월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대규모 감염이 일어난 당시 사정을 보면 대통령부터 “일상생활로 복귀하라” 권장하던 때로, 누구도 확산을 예측하지 못했던 때다. 지금과 같이 수도권 제2확산 우려기에도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교인들이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비협조한 점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는바, 그 점이 정상참작돼야 한다. 

이 총회장의 횡령 혐의는 사실 여부를 재판과정에서 따져보면 될 일이고, 그 외 범죄 혐의로 신천지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허가받지 않고 공공시설 무단사용 혐의에 대한 기소 자체에 문제점이 없지는 않다. 이는 신천지가 아니라 ‘(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이 개최한 만국회의다. 국제평화행사 개최를 위한 HWPL의 공공장소 사용 신청을 특정 종교단체 반대 구실로 불허가한 지자체의 그릇된 태도가 원천적 문제이지, 무단사용이 부각될 일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만국회의에 참석한 국외 정치․종교지도자들이 한반도 평화의 절실함을 재인식한 계기로써 유용했다는 HWPL 행사는 종교행사가 아니라 정평이 난 국제평화행사임을 주목해야한다. 

신천지 재판을 바라보는 국민시선이 크다. 이만희 총회장의 종교지도자적 치적은 차치하고서라도 전쟁종식과 국제평화를 위한 그의 노력은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그런 차제에 90세 고령으로 구속 재판을 받는 것은 법 이전의 인간적 문제이기 때문에 불자인 필자는 인본과 보편타당한 사회적 건전한 상궤에서도 불구속 재판받는 게 정상사회의 국면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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