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한국판 디지털 뉴딜의 후속 조치로 ‘인공지능(AI)·데이터 기반 중소기업 제조혁신 고도화 전략’을 발표했다. 중소중견 제조기업 중심의 스마트공장 고도화(스마트제조 2.0)가 핵심이다. 최근 국내 제조 산업이 코로나19로 인한 수출절벽 등의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 ‘스마트공장 고도화’에 적극 나서면서 유관 산업인 생산관리·설비자동화, 공급망 관리와 같은 솔루션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제품 설계부터 개발, 제조, 유통, 물류 등 전체 생산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생산성과 품질,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지능형 생산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부산 국제산업 물류도시에 첫 디지털 클러스터가 들어선다. 국내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와 20여개 협력업체가 모여 전기차 모터를 생산한다. 여기는 기존 산업단지와 달리 서로 가치사슬로 묶인 스마트공장들이 5G네트워크로 연결된다. 공통 기반의 클라우드 플랫폼, 지능형 물류시스템도 함께 들어선다. 클러스터 단위에서 전기차 모터 생산 업체부터 협력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정별 데이터를 분석·예측할 수 있고 단위 스마트공장 간 실시간 데이터 공유가 이뤄진다. 울산 학남산업단지 등 다른 산업 집적단지에서도 스마트공장은 단일 규모를 넘어 디지털 클러스터 단위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중소기업 제조 현장이 스마트 제조 2.0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1세대 스마트공장이 제조 현장 단위에서 정보기술(IT) 도입하고 디지털화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스마트 제조 2.0에서는 스마트공장의 각종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디지털 클러스터로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 제조 2.0은 산업 클러스터 기반으로 5세대(5G) 이동통신, 가상물리시스템(CPS)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와 연결, 제조업의 고도화와 연결성을 크게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 제조 2.0은 중소기업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시설·장비·시스템 등 인프라를 통합 구축하면서 공정에 드는 시간을 단축하고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도 이른바 ‘범위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다. 디지털 클러스터 도입으로 지역 내 또는 동일 업종의 스마트공장이 하나의 공장처럼 운영되는 셈이다. 생산계획을 공동으로 수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고와 물류비용 감소 효과도 있다.

스마트 제조 2.0에서는 5G·AI 등 스마트공장 도입을 위한 주요 기술의 발전이 가능하고 개별 기업이 아닌 클러스터 단위로 현장 실증이 가능해진다. 가치사슬 연계를 위한 데이터 보안기술, 기업 간 개방형 소프트웨어(SW), CPS 기반의 디지털 트윈 생성 기술과 같은 다양한 스마트공장 연관 기술의 확장 및 고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가 스마트제조 2.0을 추진하는 것은 환영받을 만하다. 우리는 5세대 이동통신(5G) 등 일부 요소 기술의 수준이 여타 국가와 대비해서도 경쟁 우위를 갖추고 있다. 특히 통신과 공장 운영 분야에서 국내 스마트제조 기술은 최고 기술국가인 미국에 이어 선도 그룹에 속한다. 그러나 일부 선도 분야와 스타트업 등 개별 제품 단위에서는 국내 스마트제조 기술이 인정받고 있지만 패키지 단위의 생산설비 시스템 공급 능력 등은 상대적으로 여전히 취약하다. 정부가 스마트제조 2.0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술 종속을 막기 위해서는 경쟁력 강화가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할 과제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이점을 설려 글로벌 경쟁력에서 선두가 되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투자와 지원으로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스마트제조 저변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스마트제조 2.0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 모두 가속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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