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극단선택’ 박원순 조문한 추기경, 잘못한 걸까
[팩트체크] ‘극단선택’ 박원순 조문한 추기경, 잘못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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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이 11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하고 있다.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0.7.1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이 11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하고 있다.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0.7.11

“천주교는 자살이 죄인데 거길 왜”

염수정 추기경 조문 논란… 천주교 입장은?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조문을 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천주교는 자살을 죄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는데 염 추기경이 이러한 천주교 교리를 생각지 않고 조문을 간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지적이다. 

14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염 추기경이 고 박 시장의 빈소를 방문한 사진과 함께 ‘천주교는 자살을 죄로 금하지 않나’라며 비판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천주교 내 자살에 대한 대응에 관심이 높아진다. 천주교계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때에도 미사를 집전한 바 있다.

천주교 입장을 알아보기 위해 본지는 천주교 교리서와 교법서 등을 토대로 천주교 내 자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봤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 올라와 있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보면 실제로 천주교는 자살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교리서 제3편 ‘그리스도인의 삶’ 중 제5절에서 이런 내용의 규정이 명확히 나온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 따르면 자살을 금지하는 이유는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생명의 관리자이지 소유주가 아니기 때문 ▲자살은 자기 생명을 보존하고 영속시키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적 경향에 상반되는 것이고 자기 사랑에도 크게 어긋나기 때문 ▲우리가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가정, 국가, 인류 사회와 맺는 연대 관계를 부당하게 파괴하기 때문 ▲ 자살이 모방행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등이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성탄절인 25일 자정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성탄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5
명동대성당. ⓒ천지일보DB

심지어 천주교에서는 자살을 시도한 이력이 있으면 성품성사(聖品聖事)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품성사는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곧 사제가 되는 부제에게 사제로서의 신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교리에선 마지막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구원에 대해 절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하나님만이 아시는 길을 통해서 그들에게 구원에 필요한 ‘회개’의 기회를 주실 수 있기 때문에 교회는 자기 생명을 끊어 버린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자살은 금지된 것이지만 자살을 한 이들을 위해 기도를 해도 된다는 말로 풀이된다. 

이에 근거해 천주교계에선 지난 2009년 5월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아 추모 미사를 올리기도 했다. 당시 미사를 집전한 김인국 신부는 “노 전 대통령의 육신은 부서졌지만 그 혼과 정신은 국민들 마음에 살아있고 몸은 바위 아래로 떨어 졌지만 정신은 드높아졌다”며 “노 전 대통령처럼 벼랑 끝에서 쓰러져간 모든 분들을 추모했다”고 했다. 또 그는 “자살을 하지 말라는 계명은 본디 하느님의 소유이므로 스스로 처분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노 전 대통령 서거는 비록 자살이지만) 사회적 타살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므로 구원의 여지가 열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즉, 천주교에서는 자살은 금지하지만, 자살자를 위한 기도는 허용된다.

염 추기경은 11일 오전 고 박 시장의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뒤 기자들에게 “박 시장님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참 안타깝다”며 “유족에게 위로하고 고인을 위해 기도했다”고 말했다. 

한편 염수정 추기경의 고 박원순 시장 장례 조문은 각종 소셜미디어들을 들끓게 했다. 

트위터 아이디 @ch***는 “천주교는 자살을 최악의 죄로 생각하는데 추기경님이 거길 왜 가십니까”라며 “십계명을 위배한 죄를 지은 자를?”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아이디 @f****는 “가톨릭의 교회법에서 자살은 사죄(死罪, 죽음에 이르는 죄)로 중한 죄”라며 “우리나라 천주교 언제 이 수준까지 떨어졌냐”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천주교에선 자살한 사람은 장례도 안 치러준다” “솔직히 좀 어이없다” 등의 글이 있었다. 

반면 “천주교는 자살을 죄로 생각하고 죄인을 위해 기도해주는 것이다. 교도소에 방문해서 죄인을 위해 기도하지 않느냐” 등의 주장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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