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 선학체육관 주차장에 설치된 드라이브스루. ⓒ천지일보DB
인천시 연수구 선학체육관 주차장에 설치된 드라이브스루. ⓒ천지일보DB

“되는 놈은 넘어져도 떡함지에 빠진다”

“안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

한국은 코로나19로 국운상승 호재 이어져

일본은 올림픽 무산부터 하는 일마다 꼬여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코로나19 이후 한국과 일본의 위상이 급속도로 뒤바뀌고 있다. 한국이 K-방역으로 국격이 급상승한 반면 일본은 “왜 한국이나 대만처럼 못했냐”면서 연일 한탄과 자아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문 열어둔 방역’을 했음에도 놀라운 진단역량과 선진화된 의료시스템, 시민의식 등 삼박자가 맞아들어가면서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여기에 K-방역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면서 G7 정상회의 초대, 세계은행의 ‘긴급의료 지정국가’ 선정까지 국운 상승을 가늠케하는 호사가 이어지고 있다.

◆“되는 놈은 넘어져도 떡함지에”

코로나19 이후 한국이 마주하는 상황을 보면 “잘 되는 놈은 넘어져도 떡함지에 빠진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분명 아무도 예기치 못한 위기였지만 특유의 기지로 국난을 극복하면서 ‘한국과 한국인’의 품격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

코로나19 사태를 이토록 잘 이겨낼 수 있게 만든 최대 공신은 사실 5년 전 메르스 사태다. 5년 전 메르스 사태를 호되게 겪으면서 꾸준히 준비해온 진단키트와 긴급 전염병관리 시스템이 지난 1월 국내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할 즈음 때마침 마무리됐다. 모든 것이 구비된 시점에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대규모 확진자가 나왔다. 정부는 준비된 진단키트를 즉시 승인했고, 진단키트 개발사 직원들의 헌신적 진단검사가 더해져 놀라운 진단역량이 발휘됐다.

전 세계는 정부와 제약회사가 머리를 맞댄 지 2주만에 ‘진단키트’가 나왔다며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5년 전 메르스 사태 이후 꾸준히 머리를 맞대고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대비해온 결과가 때맞춰 마무리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결과였다.

◆진단키트 완성시점‧의료도시 대구‧시민의식 3박자

대규모 집단감염이 의료도시 ‘대구’에서 터진 것도 불행 중 다행이었다. 전국 최고 의료도시로 인증받아온 대구의 의료 역량과 전국에서 달려간 의료진의 역량이 더해지면서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막았다.

여기에 선진화된 의료보험 시스템과 코로나 치료비 국가 전액 부담은 국민들이 ‘돈’ 걱정없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빛나는 건 우리 국민이 ‘코로나19’를 대하는 자세다.

확진자가 쏟아지자 너나할 것 없이 ‘마스크 착용’ ‘손씻기’와 ‘거리두기’를 실천했다. 이 당연한 행보의 결과 3800만명의 추가 감염을 막았다는 게 최근 연구결과다.

CNN은 8일 과학 저널 ‘네이처’를 인용해 중국, 한국, 이탈리아, 이란, 프랑스 및 미국 등 6개국이 사회 및 경제 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4월 6일까지 실제보다 5억명이나 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19에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 한국의 경우 3800만명의 추가 감염을 막은 것이라고 밝혔다. 9일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 1852명으로 한국 감염 추정치 3800만명의 3000분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정부가 거리두기와 마스크쓰기를 강조해도 무심한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우리 국민은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방역수칙을 준수했다. 이런 시민의식이 없었더라면 아무리 좋은 정책과 의료역량이 있더라도 불가능한 결과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드라이브 스루’ ‘마스크 요일제’ ‘찾아가는 진단검사’ ‘워킹스루’ 등 국민의 제안을 곧 수용한 정부와 지자체의 발 빠른 방역노력도 ‘K-방역’ 명성을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제73차 세계보건총회(WHA) 초청연설을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출처: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제73차 세계보건총회(WHA) 초청연설을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출처: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G7 회의초청, WB ‘긴급의료 지정국’ 연이은 호재

‘K-방역’ 최대 수혜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던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K-방역’에 대한 전세계의 찬사가 이어지면서 ‘100년 만에 얻을까말까’한 총선 압승을 거뒀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도 60%를 유지하고 있다.

호재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G7(주요 7국) 정상회의에 초청했다. 청와대는 “일시적 ‘옵서버’ 자격이 아닌, G11(주요 11국) 또는 G12(주요 12국)이라는 새로운 국제 체제의 정식 멤버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이는 한국이 세계 질서를 이끄는 리더국 중 하나가 된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8일 세계은행(WB)은 한국을 ‘긴급의료 지정국가’로 선정했다.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29개국 직원들이 의료시설을 이용하는 국가로 지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료 범위는 응급치료나 일반외상 외에 급성·중증질환, 암이나 당뇨, 심혈관질환, 폐질환, 신장질환, 간질환, 에이즈, 장기·골수 이식, 정신적 외상 등 만성질환 등 다양하다. 이송·의료비와 환자 및 보호자의 체류비는 WB가 부담한다.

이번 지정에는 코로나19 K-방역 성과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WB의 빅토리아 콰콰 동아·태 담당 부총재와 아넷 딕슨 인적개발담당 부총재는 허장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조치에 큰 인상을 받았고, 다른 회원국들이 한국 경험을 통해 얻을 교훈이 많다”면서 한국에 보건 전문가를 배치해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사례연구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지정이 한국의 의료기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뿐 아니라 ‘의료수출 확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되는 놈은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

한국이 이처럼 코로나19에 대한 성공적 방역으로 국가적 위상이 높아진 반면 일본은 연일 ‘자아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는 일본 전체를 전세계에서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검증 코로나 위태로운 통치’ 시리즈 1편으로 ‘11년 전 교훈을 방치한 채 보신주의에 따진 관료사회 때문에 코로나 대응이 늦어졌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일본은 아베신조 총리가 공언한 하루 2만건 PCR 검사능력이 아직도 확보되지 못했다. 이유로 감염증법 15조에 따른 ‘적극적 면역조사’를 들었다. 일본은 이 법 조항에 따라 코로나19 검사 대상을 정했다. 문제는 그 대상이 매우 한정적이었다는 것이다.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감염증연구소가 지난 1월 17일 발표한 코로나19 ‘적극적 면역조사실시요령(지침)’에 따르면 적극적 면역조사 대상에는 ‘환자’와 ‘농후접촉자’다. 비판이 커지자 2월 6일에 ‘의심증상자’가 추가됐다. 그러나 여전히 농후접촉자 중심으로 진단을 하면서 “대도시 중심으로 경로 불명의 환자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9일 현재 일본의 확진자는 1만 7174명, 사망자는 916명이다. 한국의 확진자는 1만 1852명 사망자는 274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회 상원 본회의에 참석해 이마를 만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코로나19 정부 대책 본부 회의에서 가구당 천 마스크 2개를 배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가 거센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2020.04.03. (출처: 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회 상원 본회의에 참석해 이마를 만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코로나19 정부 대책 본부 회의에서 가구당 천 마스크 2개를 배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가 거센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2020.04.03. (출처: AP/뉴시스)

◆도쿄올림픽 연기‧아베 마스크‧트럼프에 뒤통수

코로나 팬데믹은 아베 총리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도쿄올림픽이 올해 무산되는 초유의 결과로 이어졌다. 아베 총리는 국가 프로젝트로 ‘5G 상용화’를 올해 안에 시행하겠다고 발표했고 그 발판으로 도쿄올림픽을 삼고자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진단키트도 5G 상용화도 세계 최초 자리를 모두 한국에 뺏기면서 아베 정부의 큰그림은 계속 어그러졌다. 올림픽 무산 이후 일본 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했다. 이 때문에 일본이 그동안 일부러 진단을 막은 것 아니냐는 국제적인 비난과 의혹이 불거졌다.

마스크 대란에 대비해 아베 정부가 내놓은 아베 마스크도 논란을 불렀다. 코와 입만 겨우 가린 아베 마스크도 전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아베 마스크를 지급 받은 일본인들은 “너무 작고 귀가 아프고 불량품이 많다”는 비난과 불만을 쏟아 냈다. 전 세계인들은 “왜 저렇게 작은 마스크를 썼냐? 얼굴이 큰 거냐 마스크가 작은 거냐”는 등의 조롱을 쏟아냈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G7 정상회의’ 초청 의사를 밝히면서 아베 총리는 또 한 차례 뒤통수를 맞았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후 ‘하는 일마다 안되는’ 아베 내각은 역대 최악의 지지율로 위기를 맞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5~7일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48.9%)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38%로 지난 조사 당시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안보관련 법안이 논쟁이 됐던 2015년 7월 당시 지지율(38%)과 같은 수준으로 아베 2기 내각 집권 후 최저치다.

코로나19 사태에서의 부실대응, 이후의 경기대응정책에서의 미흡함, 그리고 향후 제2차 파동이 일어났을 때 과연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지 등 총체적인 불신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