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덮친 세계경제 속 대만과 한국의 차이는 무엇 ⓒ천지일보 2020.3.20
대만과 한국. ⓒ천지일보 2020.3.20

[천지일보=이솜·이수정 기자]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7일 오전 218만 2197명을 기록했다. 사망자는 14만 5521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17일 0시 기준으로 확진자 1만 635명(+22명), 사망자는 230명(+1명)이다.

같은 날 중국과 국경을 맞댄 국가들의 코로나19 사망자는 대만(확진 395명) 6명, 홍콩(확진 1018명) 4명, 베트남(확진 268명) 0명, 몽골(확진 31명) 0명이다.

같은 중국 인접 국가인 한국의 사망자 230명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확진자와 사망자다. 대만과만 비교해도 한국의 사망자는 거의 40배 높다. 우리나라도 대만과 같은 방역을 했다면 최소 200여명은 코로나19로 숨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설이 성립한다. 미국 유럽이 방역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현 정부에 방역부실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빗발쳤을 결과다.

대만 홍콩 베트남 몽골은 모두 초기부터 강력한 봉쇄조치를 취했다. 초기 국경봉쇄의 중요성은 1월 중국인들의 해외 이동자료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지난 3월 22일 뉴욕타임즈(NYT)가 바이두와 통신사 데이터를 통해 중국인들의 움직임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월 1일 이미 17만 5000명이 우한을 떠났다. 여행제한 전인 1월 23일까지 약 700만명이 우한을 떠나 중국 전역과 전 세계로 갔다.

1월 20일 즈음부터 한국, 싱가포르, 서울, 방콕, 미국 등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초기 확진자가 나왔다는 사실은 위 통계와도 일치한다. 이는 코로나19 해외유입 차단을 위해 1월 20일경부터는 중국발 입국금지를 했어야한다는 의미가 된다.

◆대만, 확진 395명 사망 6명 ‘최고 방역국가’로

17일 현재 대만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95명, 사망자는 6명이다. 1월 코로나19 소식이 들렸을 때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가장 고위험 국가로 뽑은 나라가 바로 대만이었다는 사실만 봐도 현재 대만이 얼마나 성공적인 방역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대만은 작년 12월 말 정체불명 우한 폐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즉각 우한발 입국객의 검역을 시작했다. 1월 23일엔 우한발 입국 자체를 봉쇄했고, 2월 7일엔 중국 전역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다.

대만의 이런 강경조치 배경에는 2005년 사스(SARS) 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다. 현 대만 부총통이자 당시 위생복리부 장관이었던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박사 출신 첸제렌은 사스 사태를 교훈 삼아 124개 행동지침을 마련했고,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이 지침을 철저히 이행했다. 덕분에 우리나라와 같은 대규모 집단감염도 일어나지 않았고, 마스크 대란도 없었다.

열화상 카메라 설치한 하노이 한식당	[서울=뉴시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16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식당 '식객'에서 직원이 열화상 카메라로 입장하는 손님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이 식당은 고열로 의심되는 손님은 일대일 비접촉 발열 검사 후 체온이 38.5도 이상이면 입장이 금지된다. (사진=독자 제공)
열화상 카메라 설치한 하노이 한식당 [서울=뉴시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16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식당 '식객'에서 직원이 열화상 카메라로 입장하는 손님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이 식당은 고열로 의심되는 손님은 일대일 비접촉 발열 검사 후 체온이 38.5도 이상이면 입장이 금지된다. (사진=독자 제공)

◆베트남, 확진 268명 사망 0명 ‘국가전체 격리’

베트남 역시 중국과 국경을 마주한 인구 9700만의 코로나19 고위험국이다. 그러나 17일 현재 베트남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68명, 사망자는 0명이다. 베트남은 국가를 통째로 격리하는 강경책을 펴고 있다.

1월 23일 코로나19 감염자 2명이 처음으로 발생하자 베트남 정부는 1월 28일 우한 출신 중국인의 입국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이어 1월 30일에는 중국인 전면입국금지를 단행했다. 그럼에도 감염자 3명이 추가로 발생하자 2월 2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국·홍콩·마카오를 잇는 모든 항공편의 운항을 중지했다. 육상 국경도 폐쇄했다. 인접한 캄보디아·라오스와의 국경도 닫았다.

한국에서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사태가 전해지자 2월 24일 사전 예고 없이 대구·경북 관광객을 강제로 병원에 격리했다. 2월 29일에는 인천발 한국 여객기의 하노이 착륙 불허를 통보해 긴급 회항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3월 2일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여행한 베트남 여성이 입국하면서 20명이 집단감염됐다. 이후 베트남 정부는 3월 8일부터 입국자 전수조사를 벌여 자국민의 입국도 사실상 막고 4월 1일부터 15일간 나라를 통째로 격리하는 초강경책을 썼다.

4월 1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지역 방문 사실을 숨기거나 격리 시설을 이탈하거나 영업 중지 명령을 어긴 경우 최고 벌금 2억동(약 1000만원) 또는 최고 징역 5년형에 처해진다. 예방 수칙을 어긴 외국인은 추방된다.

지난 3월 22일 뉴욕타임즈(NYT)가 바이두와 통신사 데이터를 통해 중국인들의 움직임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월 1일 이미 17만 5000명이 우한을 떠났다. 여행제한 전인 1월 23일까지 약 700만명이 우한을 떠나 중국 전역과 전 세계로 갔다. (출처: 뉴욕타임즈(NYT) 화면캡처)
지난 3월 22일 뉴욕타임즈(NYT)가 바이두와 통신사 데이터를 통해 중국인들의 움직임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월 1일 이미 17만 5000명이 우한을 떠났다. 여행제한 전인 1월 23일까지 약 700만명이 우한을 떠나 중국 전역과 전 세계로 갔다. (출처: 뉴욕타임즈(NYT) 화면캡처)

◆홍콩 확진 1018명 사망 4명

홍콩은 중국 우한에서 불과 900㎞ 떨어진 인접 지역인데다 인구밀도도 높아 코로나19 취약지구다. 홍콩은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2월 4일 중국과의 연결선을 차단했다. 중국을 방문한 사람이 입국하면 14일간 격리했다. 이를 위반하면 최고 6개월 징역형과 2만 5000홍콩달러(약 390만원)의 벌금을 물린다. 실제 중국에서 3월 8일 홍콩에 들어온 후 자가격리 명령을 위반한 31세 남성에게 3개월 징역형이 선고됐다.

2월말까지는 감염자 95명, 신규확진자도 10명 미만으로 통제됐다. 1월말부터 2월말까지 재택근무에 들어갔던 공무원이 3월 2일 사무실로 복귀하고 시민들의 이동이 늘면서 최근 확진자가 증가하자 3월 25일부터는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환승도 중단했다.

또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해 강력한 이동제한도 실시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은 3월 23일부터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4월 2일 홍콩 내 모든 술집과 클럽은 2주간 휴업 명령을 받았다. 2월부터 시작한 유치원과 초중고 휴교령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홍콩의 홍콩국제공항 입국장에서 한 보건 관계자가 입국 승객들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4일(현지시간) 홍콩의 홍콩국제공항 입국장에서 한 보건 관계자가 입국 승객들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방역 모범국 공통점 ‘초기 국경봉쇄’

방역에는 두 단계 전략이 있다. 1차 봉쇄와 2차 완화다. 봉쇄(containment) 조치는 입국을 통한 감염병 유입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다. 소수 감염자가 나오면 감염 경로와 밀접 접촉자를 찾아 격리해 더 번지지 못하게 한다.

이것이 실패하면 다음 단계의 완화(mitigation)로 넘어간다. 일단 지역사회 감염으로 번진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경증 환자 격리로 대규모 확산을 억제하면서 중증 위주로 진료 체계를 구성해 사망자를 줄이는 걸 목표로 하게 된다.

위에 언급한 방역모범국은 공통적으로 초기부터 중국인 입국금지와 국경봉쇄를 실행에 옮겼다. 봉쇄조치가 가장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감염원 차단책임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3월 17일 뉴욕타임스(NYT)는 “싱가포르·대만·홍콩은 적어도 지금까지 성공적인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NYT는 이들 국가 정부가 ▲중국 본토에서 오는 모든 여행객 전면 거부 ▲중국발 항공편 연기 ▲학교 폐쇄 등의 조처를 모두 1월 중에 시행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싱가포르는 1차 봉쇄조치에서 효과를 거둬 초기에 방역모범국으로 언급됐으나, 최근 개학 이후 완화조치가 잘 되지 않으면서 확진자가 급증했다.

우리나라는 1단계 봉쇄 조치를 우한발 입국자 외엔 전혀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구발 신천지 집단감염이 촉발된 것은 변명할 여지없는 팩트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 외 코로나 19 해외 발생은 대규모 중국인 이동이 일어난 춘절을 즈음해 나타났고, 우리나라도 춘절 즈음인 1월 20일부터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이 방역모범국이라는 칭찬은 1차 봉쇄 조치에는 실패한 한국이 2차 완화 조치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문 열어두고 방역을 한다는 측면에서 국민의 높은 시민의식과 대량진단 능력, 의료진의 희생, 선진화된 의료보험 체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나아가 이런 선진화된 의료시스템과 인프라가 있는 한국이 초기에 국경봉쇄까지 했더라면 대만처럼 코로나19 사망자는 한 자릿수에 머물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 각국 주요조치와 4월 17일 현황 ⓒ천지일보 2020.4.17
코로나19 각국 주요조치와 4월 17일 현황 ⓒ천지일보 20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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