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뀌어 어떤 개는 사람보다 나은 삶을 사는 세상이 됐다.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애견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늘어가는 추세다. 반려견이 없던 모 연예인은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 후 개가 인간에게 주는 기쁨이 너무 컸다며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그런데 세상에 개보다 나쁜 부모는 의외로 많은 듯싶다. 계모에게 학대받던 9살 소년이 조그만 가방 안에서 숨졌다. 가로 44㎝·세로 60㎝, 어른 팔꿈치보다 조금 큰 여행용 가방에 7시간 넘게 갇혔던 9살 초등생 A군이 3일 오후 6시 30분쯤 사망했다. 요즘 아이들의 크기를 감안했을 때 처음부터 죽일 생각으로 넣은 것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계모 B씨는 아동학대처벌법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A군의 경우는 육체적으로 저항 한 번 제대로 못 하다가 긴 시간 숨막히는 공포와 고통 속에서 숨졌을 것이 자명하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로 인해 자녀를 인격체가 아닌 소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로 인해 많은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그 중 부모에 의해 자행되는 동반자살로 인해 아이가 죽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부모가 하는 말일 뿐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명백한 살인이다.

어린 자녀에게 가학적 범죄를 저지르는 어른들마저 일반적인 훈육으로 보는 사회 시각이 이런 아동학대 범죄를 키워온 측면도 있다. 자녀를 소유물로 보는 부모는 자녀가 자라는 동안뿐 아니라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 뜻대로 자녀를 다루려는 성향이 강하다.

어떤 사회에서 유사 범죄가 반복되는 이유는 ‘강력한 처벌’이 없기 때문이다. 강력한 공권력이 발동되지 못하는 배경에는 관습이 작용한다.

‘부모라면 그럴 수 있지’ ‘자식이 부모 말을 들어야지’ 등등 기득권인 부모편에서 자녀를 바라보는 시각이 자녀의 자기결정권과 인격권 위에 있음으로 인해 아동학대와 같은 유사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아동을 상대로 일어나는 각종 범죄에 대해서만큼은 강력한 공권력이 발동돼야 할 것이다. 부모가 있건 없건 아동 스스로 자신을 지키고 학대를 신고할 수 있는 교육과 시스템도 적극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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