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법정시간을 지켜 개회됐다. 그러나 53년 만에 여당이 단독 개원해 제1야당의 불참 속에서 국회의장에 박병석 의원, 여당 몫 부의장으로 김상희 의원을 선출했고, 미래통합당 몫 부의장인 정진석 내정자에 대해선 표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어 국회의장 인사가 있었지만 통합당 의석이 텅 비어있는 반쪽짜리 개회였던 것이다. 의회 민주주의에서 여야가 타협해 의회 운영하는 것은 기본인 것이다. 그렇게 운영되지 않고 여야가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면서 야당이 21대 국회가 처음 열린 본회의장을 뛰쳐나가게 한데는 여당의 책임이 크다.

제1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의장단 선출은 1967년 7월 이후 53년 만의 일이다. 국회가 해를 거듭할수록 진일보되고 의정 수준이 향상돼져야 하건만 여야 간 협상력이 과거보다 뒤처지고 있으니 문제가 크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하건만 여당 원내 사령탑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냈다”고 우쭐하고 있다. 국회법을 잘 지킨 것은 다행이라 하겠으나 21대 국회 초기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격이니 앞으로 임기 4년 동안 여야 협상이나 대화정치가 우려스럽고 앞날에 먹구름이 끼지 않을까 걱정하는 국민도 많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1대 국회 개원 전에 개최된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21대 국회는 1987년 민주화 이후(1992년 14대 국회) 처음으로 국회법을 준수하여 개원하게 된다. 오늘은 새로운 국회시대에 맞는 새로운 관행을 세우는 날”이라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15대(1996), 18대(2008), 19대(2012), 20대(2016) 국회는 모두 법이 규정하는 개원 시기를 맞추지 못했지만 16·17대 국회에서는 법정 기한에 맞춰 개원 국회가 열렸던 것인바, 이번 국회가 처음은 아니지만 국회법대로 이행했음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개원 초기부터 여야 간 갈등이 크고 불협화음이 끊임없이 뒤따른다. 여당은 180석에 달하는 거대 의석과 지난 4.15총선결과에서 확인된 국민 신임을 바탕으로 힘의 정치, 세력의 정치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고, 제1야당인 통합당에서는 비록 의석수에서는 열세지만 103석을 기반으로 해 여당의 독주, 폭주를 막으려하니 사사건건 충돌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의정 경험상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리는 상태가 되기 십상이니 통합당에서는 앞으로 21대 국회 의정 운영에서 수적 열세를 모면하기 위해서라도 더 강력히 투쟁하고 대처해나갈 것으로 보여진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향후 의사진행에서 합의 없이 법률․예산을 상정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바, 여당의 폭주를 견제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그런 사정에서 본다면 21대 국회가 53년 만에 제1야당 참석 없이 국회의장을 선출했다는 점 등은 여당의 정당성 주장에도 불구하고 21대 국회의 앞날에 드리울 먹구름이다. 여야는 자기주장보다 동반자관계임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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