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 65조는 국회가 법관에 대해서도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반영한 국회의 막강한 권한이라 하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회는 헌법상의 그 권한을 아직 한 번도 행사해 본 적이 없다. 국회가 국회답지 못 한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여야 정쟁의 후유증이 사법부까지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 과거 집권세력의 방호벽이 더 큰 이유였다.

그 사이 사법부 권력은 무소불위의 특권세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상식 밖의 판결이 나와도, 판사가 막장 급의 언행을 보여도, 심지어 판사들이 정치판과 거래를 해도 그것뿐이었다. 혹여 걸리더라도 ‘제식구 감싸기’는 사법부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운 나쁘게 크게 걸리더라도 사표만 쓰고 나오면 전관예우에 변호사 개업까지도 어렵지 않았다. 그런 사법부였기에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는 이미 오래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법개혁의 목소리는 많았지만 그 때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감히 법관 탄핵은 입 밖에도 꺼내질 못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의 사법부가 보여줬던 막장 드라마는 부끄럽다 못해 참담한 모습이었다. 당시 주요 인사들이 구속돼 있지만 그 때도 법관 탄핵은 엄두도 못 냈다. 아니 우리 헌법에 법관 탄핵 조항이 적시돼 있는지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만큼 사법부는 성역이었으며 그 안에서 그들만의 권력을 유지시켜 왔던 셈이다.

이제 정권이 바뀌고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하자 법관 탄핵 얘기가 다시 언급되고 있다. 사법개혁을 내걸고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판사 출신의 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수진 의원이 지난 4일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대법원’에서 이뤄진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판사들을 탄핵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리고 “양승태 사법부의 법관 인사를 총괄했던 김연학 부장판사가 양승태 사법농단 재판 증인으로 나와 저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부정하고 업무역량 부족 탓이라는 진술을 했다”며 “어처구니없고 심한 모욕감까지 느낀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사실관계는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국회는 법관 탄핵에 대한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았다. 법관으로서 탄핵돼야 할 이유가 있다면 국회가 주저해서는 안 된다. 물론 그 어떤 경우에도 사적 또는 정치적 이유가 개입되면 안 될 것이다. 모처럼 만에 국회에서 나온 법관 탄핵에 대한 추후 논의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정인에 대한 호, 불호의 의미가 아니다. 사법부도 국회, 아니 국민의 감시를 받는 것이 민주정치의 본령이다. 좀 더 적극적인 국회의 탄핵소추 논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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