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막돌도 집이 있다 - 홍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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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돌도 집이 있다

홍신선(1944~)

주워 모은 잡석들로 터앝 배수로 돌담을 쌓는다. 막 생긴 놈일수록 이 틈새 저 틈새에 맞춰본다. 이렇게 저렇게 지만 뜻 없이 나뒹굴던 돌멩이가 틈새를 제집인 듯 척척 개인으로 들어가 앉는 순간이 있다. 존재하는 것치고 쓸모없는 건 없다는 거지. 그렇게 한 번 자리 찾아 앉은 놈은 제 자리에서 요지부동 끄덕도 않는다.

사람도 누구나 어디인가 제 있을 자리에 가 박혀

오 돌담처럼 견고한 70억의 이 세상을 이룬가.

 

[시평]

세상의 물건들을 보면 그 모양이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즉 각양각색의 모양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옛노래에 ‘예로부터 내려온 만물이여, 각각 그 이룩된 연유가 있고, 각각 그 형상을 이룬 연유가 있디.(千古之 萬物兮 各有成 各有形)’ 라고 노래한 바 있다.

그런 수많은 물상들 중에 크고 잘 생긴 놈은 잘 다듬어서 번듯한 자리에 놓고 쓴다. 그리고 쓸 수도 없이 된, 일컫는바 막돌들은 한 곳으로 쓸려 버려짐이 일반이다. 그러나 집에서 일을 하다보면 이 막돌들도 유용하게 쓰일 때가 있다.

텃밭 작은 배수로를 만드는데 막돌일수록 더욱 유용하게 쓰인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번듯한 돌이 필요한 곳이 있고, 그 반대로 막돌이 더 유용하게 쓰이는 곳도 있다. 아무렇게나 뜻 없이 나뒹굴던 돌멩이가 틈새를 제집인 듯 들어가 앉는다. 그렇게 한 번 자리 찾아 앉은 놈은 그 자리가 제 자리인 양 요지부동 끄덕도 않고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 존재하는 것 치고 쓸모없는 것이 어디 있는가, 큰 놈은 큰 놈대로, 작은 놈은 작은 놈대로, 못생긴 놈은 못생긴 놈대로, 잘 생긴 놈은 잘생긴 놈대로 그 쓰일 곳이 다 있다. 지구의 인구가 70억이라고 하는데, 이 어마어마한 인구들이 제 각기 자기의 자리에 들어앉아 버글거리고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내므로, 지구가 그런대로 유지되는 것 아니겠는가. 마치 버려야 될 듯한 막돌까지도 그 쓰임새가 다 있는 세상의 이치, 참으로 신비롭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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