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폐교에서 - 진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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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에서

진영대

구교사(舊校舍)의 외벽을
송판쪼가리로 덧대어 놓았다.

옹이가 빠져나간 구멍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빵 봉지로 꽉, 꽉 쑤셔 놓았다.

물걸레를 널어놓았던 창틀
흘러내린 얼룩을
가을 햇볕으로 몇 겹
덧칠해놓았다.

분필로 써놓은 이름
함께 지워져 보이지 않았다.

 

[시평]

이농(離農)과 함께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초등학교의 학급 수가 급격히 줄고, 심지어는 문을 닫는 학교까지 나온다. 한때는 깊은 시골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분교를 두기도 했다. 분교는 대체로 부부교사들이 부임을 했다. 남자선생님은 상급반을 가르쳤고, 여자선생님은 하급반을 맡아 가르쳤다. 그러던 농촌이 아동들이 줄어들자, 시골 학교들이 폐교되기 시작했다.

폐교가 된, 그래서 무너져 내리는 구교사의 외벽을 그래도 건사해 보려고, 송판쪼가리로 덧대어 보기도 했고, 숭숭 옹이가 빠져나가 볼품사나운 벽을 빵 봉지로 꽉, 꽉, 쑤셔 박기도 해보았다. 그러나 폐교는 폐교일 뿐, 물걸레를 널어놓았던 창틀로 흘러내린 얼룩을, 가을 햇볕이 몇 겹 덧칠해놓았을 뿐이다.

학교가 이번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폐교가 된다는 통보를 받고는 울고불고하던 아이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그 서운한 마음에 교사가 한 모퉁이에 눈물을 주먹으로 훔치며, 분필로 써놓은 자신들의 이름. 이제는 그 이름마저도 지워져 잘 보이지 않는구나. 세월이 흘러 그 아이들 이제는 성년이 되었어도, 폐교가 된 그 학교, 아쉬운 추억으로 햇살 속, 옛날 그 모습 그대로 지닌 채, 다만 조금씩 낡아가며 쓸쓸히 서 있을 뿐이로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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