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의 시민단체가 6일 서울 중구 화해치유재단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위한 1차 국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윤미향 정의연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6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의 시민단체가 6일 서울 중구 화해치유재단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위한 1차 국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윤미향 정의연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6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시작된 정의연 논란
윤미향, 안성쉼터 등 해명할수록 논란 증폭
역사의 피해자 기망했나, 국민적 공분 확대
19일 윤미향-이용수 만남, 사태 변곡점 될까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역사의 피해자와 국민을 기망했나.

지난 7일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불거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 이사장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에 대해 미래통합당은 국정조사 카드를 들고 나왔다.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정조사는 머지않은 분위기다.

윤 당선인의 시민활동은 일반 단체와는 성격이 다르다. ‘위안부 할머니’라는 역사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많은 시민이 동참했고 정부와 기업 개인의 기부와 동참이 활발히 이뤄졌다. 이런 분위기를 등에 업고 윤 당선인이 사익을 취하고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이라면 위안부 할머니와 국민을 기망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논란마다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윤 당선인의 행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짓말 논란을 일으킨 ‘조국 사태’와 권력으로 사익을 취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사태’를 동시에 떠오르게 한다.

윤 당선인이 커지는 논란에도 ‘사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버티기에 들어간 것도 조국 전 장관과 오버랩된다. 조국 전 장관은 개인이 아닌 가족 문제였지만 윤 당선인은 논란의 당사자인데다 유무형의 피해자 범위가 커 비난 수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해명할수록 커지는 불신 ‘조국 사태 오버랩’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1990년 11월 발족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2015년 설립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정의기억재단)’이 통합해 2018년 7월 11일부터 운영되고 있는 시민단체다.

기부금 유용 논란이 일자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회계부정 의혹을 부인했다. 정의연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정의연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기부수입으로 들어온 총 22억 1900여만원 가운데 9억 1100여만원(41%)을 ‘피해자지원사업비’로 사용했다.

이들은 “피해자지원사업은 후원금을 모아 할머니들께 전달하는 사업이 아닌 할머니들의 건강치료지원, 인권과 명예회복 활동지원, 쉼터이용 등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석연치 않은 해명에도 김두관 의원은 “친일·반인권·반평화 세력의 최후 공세”라며 “국가가 나서서 감사패를 줘도 모자랄 판에 비열한 공격에 앞장서는 건 친일이 아니면 도저히 설명할 단어가 없다. 일본의 눈치를 보자는 것 아니냐”며 윤 당선인을 적극 비호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여당 범진보진영에서도 공기가 바뀌고 있다. 조국 사태 당시에는 금태섭 민주당 의원이 조 전 장관을 향해 “언행 불일치로 젊은이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쓴소리를 했다.

이번엔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운동의 진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면서 “회계 자료 공개”를 촉구했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21일 더불어시민당 출신 당선인들과 예정됐던 만찬을 취소하며 신중모드를 취하고 있다. 윤 당선인 역시 시민당 출신 비례대표 당선인이다.

정의연에 대한 진실공방에 정치 공세도 더해지고 있다. 박성중 통합당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30년 활동을 폄훼하지 마라’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좀 심하게 말하면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비판했다.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정의기억연대가 지정기부금을 받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로 운영한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매매 및 본래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일 경기도 안성군 금광면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에 정막감이 감돌고 있다.ⓒ천지일보 2020.5.20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정의기억연대가 지정기부금을 받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로 운영한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매매 및 본래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일 경기도 안성군 금광면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에 정막감이 감돌고 있다.ⓒ천지일보 2020.5.20

◆안성쉼터, 해명할수록 커지는 의혹

지난 15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대협은 2012년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 기부한 10억원 가운데 7억 5000만원으로 2013년 9월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상중리의 토지 242평과 건물을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로 매입했다. 정대협은 이 쉼터를 펜션처럼 운영한 의혹을 받고 있다.

17일자 TV조선은 안성쉼터를 소개한 사람이 안성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당선인이었다고 보도했다. 이규민 당선인은 안성신문 대표였고, 매도인은 이씨 지인이자 안성신문 운영위원장이었다. 이규민 당선인은 안성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상임대표였다.

안성쉼터는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연의 문제점을 공개 비판한 최근에서야 매각됐다. 팔린 금액도 매입 금액인 7억 5000만원보다 3억원 넘게 적은 4억 2000만원이었다.

2012년 현대중공업이 마포 쉼터 건립을 위해 10억원을 지정기부하기 전인 2012년 1월에 이미 명성교회가 무상사용을 허락한 시가 15억원 상당의 마포쉼터가 있었다. 건물면적은 안성쉼터와 비슷하다. 그러나 정의연은 마포 쉼터가 있다는 사실을 지정기부자인 현대중공업에 알리지 않고 비공개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 또 논란을 불렀다.

마포쉼터는 정대협이 명성교회에 제안해 명성교회가 구입하고 할머니들이 사시는 동안 무상사용을 허락받았다. 연남동 소재지만 성산동 박물관과는 5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정의연은 당시 마포 인근에서 10억원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없어 수도권 17곳을 답사 후 안성으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국토부 실거래가 확인결과 마포 인근에 안성쉼터와 비슷한 면적의 주택을 10억 미만에 살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답사지 중에서 가장 멀었던 안성쉼터를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한 배경에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당선인은 당초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인근에 쉼터를 짓겠다고 했다가 안성으로 부지를 바꾼 데 대해 “당시 상황이 너무나 시급했고 빨리 매입하라고 촉구를 계속 받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매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나 모금회에서는 독촉한 적이 없다고 밝혀 또 거짓말 논란을 불렀다.

안성쉼터에는 지난 7년간 위안부 할머니들이 거주한 적이 없고, 윤 당선인 아버지 혼자 거주하며 관리 목적으로 약 7500만원을 받았다. 윤 당선인은 부친이 교회 사택 관리 경험이 있어 관리인으로 지정했다는 석연치 않은 해명을 내놨다.

◆대표적 반미인사, 딸은 미국 유학 중

윤 당선인의 내로남불 행보도 논란이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7번을 배정받은 윤 당선인은 대표적인 반미인사지만 딸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음대에 재학 중이다. 비시민권자의 1년 학비는 약 4800만원에 달한다.

윤 당선인 부부는 재산으로 8억 3591만원을 신고했다.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여러 변수들을 고려해 높게 추정하더라도 부부의 연 수입 금액이 합산해 5000만원 정도일 듯하다”며 “유학 비용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전액 장학금을 주는 대학을 찾아서 갔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아직 모든 것을 단정할 수 없지만 드러난 것만으로도 역사의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시작된 정의연의 행보가 어느 순간 변질됐다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정의연의 행보는 일본에 대한 우리 국민의 마음을 대변해왔다. 정의연의 30년 행보가 비리로 부정당하면 순수하게 동참한 국민들의 마음까지 왜곡돼 일본에 전달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윤미향, 이용수 할머니 만나 사과 

한편 20일 오후 경향신문은 “19일 오후 대구에서 윤미향 당선인과 이용수 할머니가 만났다”면서 “만남이 잘 이뤄졌다”는 취지의 단독보도를 내보냈다. 윤 당선인은 무릎을 꿇고 사과했고 이용수 할머니는 “윤 당선인이 불쌍하다”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할머니는 오는 25일 대구에서 정의연 의혹에 대한 소회를 담은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어서 정의연 논란은 새로운 분기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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