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과 관련해 27일 광주지방법원으로 들어가자 광주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과 관련해 27일 광주지방법원으로 들어가자 광주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7

5.18 주민주화운동기록관 홈페이지에 공개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미 국무부가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을 맞아 5.18과 관련한 문서 43건을 한국 정부에 제공했다. 공개된 문건에는 당시 계엄사령관이 “이번 사태를 통제 못하면 베트남처럼 공산화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드러났다.

이번 문건에는 5.18 진상 규명의 핵심 쟁점인 발포 책임자를 규명하는 중요한 자료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미 정부가 6개월 만에 기밀해제 자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진상 규명을 위한 추가 문서 확보에 첫발을 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추가 비밀해제된 기록물은 43건, 140쪽 분량의 미 국무부 문서로 주한미국대사관 생산 문서가 포함돼 있다.

과거 공개된 문서 대부분은 일부 내용이 삭제된 채 비밀 해제됐으나 이번에 완전한 공개가 이뤄졌다. 자료는 이날 5.18 광주민주화운동기록관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됐다.

문서는 1979년 12월12일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이 일으킨 군사 쿠데타 직후인 1979년 12월13일부터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재판이 끝날 때까지인 1980년 12월13일까지의 기록 일부다.

문서 절반 가량은 한국 정세 분석이며, 김대중 구명 운동과 관련된 내용이 다수로 파악됐다.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직접적인 정보가 있는 문서 3건 가량도 포함됐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공판을 마치고 차량을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공판을 마치고 차량을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7

문서에는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미국대사가 12.12 이틀 후인 1979년 12월14일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면담한 후 본국에 보고한 전문이 들어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이 반란을 계획했던 사실을 철저히 숨겼으며, 신군부가 미국의 도움을 원한다고 판단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이 쿠데타나 혁명이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 암살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했다”며 “전두환은 개인적 야망이 없다고 주장했고, 최규하 대통령의 자유화 프로그램을 개인적으로 지지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소 10일 전부터 군사 반란을 조심스럽게 계획한 것을 알고 있는데도, 전두환은 이를 철저하게 감췄다”며 “군사 반란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도움을 주길 원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며 “우리는 수주 혹은 수개월 내 매우 까다로운 선택을 해야 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최광수 실장에게 군부가 정치적 결정을 내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매우 강력하게 말한다. 휴교령 확대, 국회 해산 등이 강경하다며 사태를 원만히 해결할 것도 조언한다.

이에 대해 최 실장은 재야의 요구를 받아들여 개헌 프로그램을 시도했다고 얘기 한다. 그러나 군부가 학생들에 대한 정부의 온건한 태도에 매우 비판적이라 최규하 대통령이 계엄령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것이라 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본국에 최규하 대통령은 제야 인사, 대학생의 요구를 들어보려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최규하 정부)가 군부에 포섭됐고, 군부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와 함께 1980년 5월 18일 이희성 계엄사령관의 면담한 전문도 공개됐다. 이희성 계엄사령관은 “국민들이 학생 시위와 이로 인한 경기 하강을 우려하고 있으며, 왜 계엄령으로 대응하지 않는지 걱정한다고 들었다”며 “(민주화운동을) 통제하지 못하면 베트남처럼 공산화될 것”이라고 진압을 정당화했다.

특히 이 사령관은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경우 비무장지대 군사력을 동원해야 하고, 결국 북한으로부터 공격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며 군이 최규하 당시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 출석한 가운데 오월 어머니회 회원들이 지법 지하주차장 출입구에 앉아서 전씨의 재판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 출석한 가운데 오월 어머니회 회원들이 지법 지하주차장 출입구에 앉아서 전씨의 재판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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