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누구도 대놓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이니 어디를 가도 4.15총선 이야기다. 그래서 선거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사실 선거에서는 후보자가 내건 공약과 후보자 능력 등등을 보고 선량(選良)을 뽑는 게 맞지만 날이 갈수록 그런 기준에 의한 선택은 희박한 편이다. 유권자에게 물어보면 당연히 개인 능력과 공약을 보고 뽑는다고 그럴싸하게 답변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여론기관으로부터 지지후보를 묻는 전화가 걸려올 때도 큰 관심이 없으니 그저 건성으로 대답하기 일쑤이고, 벌써 유권자 마음엔 ‘몇 번을 찍겠다’ 특정 후보자를 고정시켜놓고 있다. 

투표에서 유권자가 투표한 한 표의 가치와 중요성은 크다. 개인적으로 볼 때에는 국민으로서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참정권을 행사했다는 것이고, 국가적으로 볼 때에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일컫는 선거에 참여해 국가기관을 구성하는 일에 국민의 의무를 다해주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국민이 선택한 한 표, 한 표가 모여 민의가 결정되고 정당의 국회의석 배분 결과를 통해 현 정부의 국정운영 등 승패를 가늠할 수가 있는 것이다. 선거를 거치지 않고서는 민의를 알 수 없으니 투표가 갖는 유의미성은 민주주의에서 주요한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의 정당 활동과 선거의 기본에서 본다면 지역구 후보와 정당이 추천한 비례대표를 뽑는 이번 4.15총선에서 대한민국 정당과 정치인이 보인 작태는 한심하다. 현대 민주주의의 중심 요소인 정당을 거대양당 입맛에 따라 정치도구화해 급조하거나 위성정당, 자매정당이란 이름으로 폄훼했다. 정당이란 무엇인가. 한 마디로 ‘국민의 자발적 조직체’이다. 무슨 조직체인가? 국민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인 것이다. 이는 정당법에서 명확히 나온 정의(定義)이기도하다. 

우리나라 정당법을 보면 “정당이라 함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을 말한다”(제2조)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래통합당이 이번 총선에서 선거제도의 취약점을 이용해 급조한 위성정당 미래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우여곡절 끝에 자기정당에서 추천한 비례대표 후보들을 더불어시민당에 이름 올려놓고 지원하고 있으니 양대 거대정당이 이번 4.15총선에서 선거제도를 악이용하고, 민주주의 정당체제를 짓밟는 행위가 계속 이어져 왔으니 어찌 온전한 정당정치라 할 수 있겠는가!

양당제도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도움을 주고 민주주의를 더 신장케 하는 이점은 분명 있다. 하지만 양당제도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려면 정치인들의 자각과 행동이 현행 정당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이거나 ‘국민의 자발적 조직체’로서 기능을 다해야 하는 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당이 되면 야당을 무시하고 독단으로 치달을 위험성이 크고, 야당에서는 그러한 여당의 발목을 잡기 위해서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일삼으니 국민 편익은 뒷전이다. 또 양당이 설령 협상력으로 짝짜꿍을 이룬다 해도 정치 기득권을 누리려는 정치적 계산이 우선이니 이 역시 국민을 위하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양당제의 폐해는 너무나 크다. 지난해 정기국회와 올 1월 임시국회에서 보여준 동물국회상, 식물국회상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제3정당의 지렛대 역할을 해온 민생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과 정의당이 지난 국회에서 합의로 만들어낸 것이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으로 약소정당의 다양한 목소리로써 국민 이익을 대변하고자 마련했던 것이 바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법 개정이었다. 

그렇지만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거대 양당의 꼼수로 선거법 개선의 효과는 풍비박살이 나고 4.15총선 혼란을 부추기기만 했다. 당 강령과 정책으로 국민이익을 바라는 민주주의 정당은 선거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둘 다 후보를 내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국민이익이 아니라 그 정당 자체의 사소한 이익을 위해 지역구 또는 비례대표 후보 한쪽만 낸 정당은 민주 정당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며, 정상적이고 정당(正當)한 정당으로 비쳐질 수 없다. 이러한 꼼수정치, 비정상적 정치가 판치는 현상은 막가파 정치에서만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정당 지도자들은 말끝마다 “국민을 위하네” “민주주의를 위하네” 이기주의적 발언을 마구 쏟아냈으니, 권력 맛이 들어도 너무 들었다는 증거다. 아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치며 인간적 정치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정치’라고는 하지만 현실정치, 특히 4.15총선 과정에서 보여준 몇몇 정당들의 못난 양태와 말들의 성찬은 정당의 도리에 어긋난 일들이 아닌가. 숨 가쁘게 달려온 총선, 말들의 성찬이 끝난 뒤 오는 씁쓸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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