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전염병이 국민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경기 부진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어서 경제적으로 고통이 심하고, 인간심리까지 불안케 만들었으니 정말 무서운 게 전염병이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는 우한에서 “27명이 이상한 폐렴 증세를 보인다”고 밝히면서 “대부분 우한시 화난 수산시장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면서도 누가 최초 감염자인지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았다. 그 이후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국내에서도 1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했던 것이다. 

지난 2월 18일, 대구에서 31번 환자가 나온 후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대량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쏟아져 나왔는바, 2월 말까지만 해도 중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확진자가 많았던 한국이 4월 21일 현재 1만 683명으로 이제는 세계 24번째 순위로 밀려났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이 위생관리를 철저히 했든, 정부가 잘 대처했든 간에 결과적으로 본다면 더 이상 전염병의 확산이 커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에서 발생된 폐렴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최초 감염과 확산을 유추할 수 있는 새로운 근거가 나왔다고 중국 현지 언론들이 보도하면서 중국 발병 이전에 이탈리아에서 먼저 발병된 게 아니냐 의심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가을부터 미국 내에서 번진 독감으로 인해 겨울동안 사망자가 2만명 발생했던, 그 바이러스가 코로나19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내세우면서 발병지를 두고도 뒤늦게 논란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논란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10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 당국에서는 그 대회에 참가한 미국인들이 바이러스를 옮겨왔을 가능성을 제기한바, 미국이 코로나19 발원지일 가능성이 있다는 쪽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이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 발표한 ‘코로나19’ 병 명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부르면서 중국에서 처음 발생했음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WHO가 늑장대응해 현재 미국 내 확진자가 확산됐다고 그 기구를 탓하기도 했다. 

아직 치료약이 개발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지구촌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전 세계 확진자가 22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그 중 미국(71여만명)과 유럽(91만여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4%로 중국 확진자 8만 2천여명의 20배나 된다. 그 때문인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힐난하고, WHO가 중국 입장을 봐주느라 초기 대응을 잘못해 미국 내 전염병 대처가 늦었다고 비난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 보인다.   

필자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은 개인보건위생이나 국가보건대책이 잘 돼 있을 것 같은 선진국 미국이 단기간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었느냐는 것이다. WHO 발표 등으로 미국보건당국이 방심한 탓도 있겠지만 미국시민들의 안이한 자세가 화(禍)를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으로부터 날아든 지인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인데, 전염병 발상지역 인근 나라에 살았다는 것 하나만으로 뭇매를 받고 멸시를 당하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외출하고 있고, 마스크를 낀 동양인을 보면 마치 환자 취급한다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개인보건 위생이 느슨해지고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 1위가 된 것은 다 이유 있다고 보여진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창궐하는 전염병은 인간 생명을 앗아가고 사회를 흉흉하게 만드는 불행사이다. 우리가 잘 아는 역사속의 전염병 기록, 유럽 중세기에 창궐했던 페스트 병으로 당시 유럽 전 인구의 5분의 1의 인명 피해가 났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재앙이 되다 보니 인구에 회자돼 ‘전염병 피해가 전쟁보다 더 비참함을 알린’ 유명한 소설 ‘페스트’가 재조명받고 있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1913~1960)는 ‘페스트’에서 전염병 재앙으로 인간이 죽음의 공포에 떨게 하고, 순식간에 도시를 고립하게 만들면서 시민들에게 극한의 절망으로 몰고 갔으니 그토록 전염병은 무섭기 그지없다. 방심하면 안 된다는 교훈이다.  

또 하나, 절망적인 죽음 앞에서 삶에 대한 희망을 느끼게 해준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 주인공이 걸린 병도 폐렴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 즉 폐렴에 의한 질환 사망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니 가볍게 볼 전염병은 아닌 것이다. 치료약이 없어서 문제지만 전염성이 강하다는 게 더 큰 문제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보건재앙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중이다. 확진자 가운데 완치되거나 격리해제된 자가 더 많다는 게 고무적이나 아직은 멀었다. 전염병 뒤에 숨은 경제 불황은 또 어떻고…, 올해 봄이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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