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조선시대 흉년으로 굶주린 백성들에게 구휼미를 풀었던 것처럼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골자는 소득 하위 70% 가구 4인 기준 가구당 100만원을 지급한다는 게 핵심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중산층, 중위소득 150% 이내 가구가 지원대상이다. 중위소득이란 총 가구를 소득 순으로 일렬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4인 가족 기준(2020년 현재) 월 712만 4000원 이하 수령가구는 지원 대상이다. 고소득층을 제외하고 중산층을 지원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중위소득 100% 이내, 약 1000만 가구에 대해 최대 100만원 지급을 제안했지만 당정청 논의과정에서 지원 범위가 확대됐다. 지원금액은 가구원수에 따라 차등지급 되는데, 1인 가구는 40만원, 2인 가구는 60만원, 3인 가구는 80만원 그리고 4인 가구 이상은 100만원을 지급받게 된다. 물론 현금을 직접 주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활용 중인 지역상품권이나 전자화폐 형태로 지급되며 사용기한이 정해져 있다.

관건은 재원 조달과 소비 진작 효과다. 정부는 세출 구조조정, 한마디로 올해 예산 가운데 아껴 쓰고 절약해서 일부를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규모 9조 1000억원 가운데 2차 추경 약 7조 1000억원 대부분은 적자 국채발행이 불가피해졌다. 1차 추경 11조 7000억원 가운데 10조원 넘게 국가 빚을 내는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40%를 훨씬 웃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행히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국가적 재난 상황이라는 공통된 인식과 재정건전성보다는 선제적 지원이 더 절실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코로나19 사태로 소득과 소비 절벽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일정부분 성장률 견인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통상 10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의 성장률 진작 효과는 0.2%포인트 수준이다. 올해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률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의 경기 진작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경기 등 일부 지자체에서 먼저 재난 지원금 지급을 발표하면서 중복 지원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현재 기초자치단체, 광역단체와 중앙 정부 등 3중 지원이 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는 중복 지원을 막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경기도의 경우, 도 차원에서 10만원, 포천은 별도로 40만원 지급을 지급해서 총 5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포천시민 중 4인 가구라면 지자체에서 200만원 수령 가능하고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까지 받는다면 최대 3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다른 지자체와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물론 정부는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9조 1000억원을 정부와 지자체가 8대2로 분담하기로 한만큼 당초 예상보다 재정부담이 커진 지자체가 기존 방침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지만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가이드라인이 절실한 상황이다.

경제의 최대 적은 불확실성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는 결국 코로나 바이러스가 잡혀야만 끝나는 장기전이다. 1회성 지원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죽음의 계곡을 염두에 두고 정부차원의 플랜B, 플랜C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기업들도 인력 구조조정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이겨낼 수 있는 상생의 묘를 찾아야한다. 

옛 속담에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고 했다.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필자는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이번에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자지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들, 예를 들어 공무원, 중견 직장인이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른바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이들은 긴급재난지원금을 피해 집중지역인 대구·경북지역이나 영세 소상공인, 생계가 막막한 일용직 근로자 등 이번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이들에게 기부를 할 경우, 이에 상승하는 세제혜택을 줘서 세금 환급을 통해 수입을 보전해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돈은 돌아야 경제가 활기를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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